한부모·이혼 등 가정 파괴…양육 가치관 ‘흔들’

  • 최수경,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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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6 07:31  |  수정 2014-04-16 07:31  |  발행일 2014-04-16 제6면
‘아동 학대’ 전문가 진단

칠곡과 울산 계모 아동 상해치사사건, 그리고 구미에서 아버지가 2세 아들을 방치한 뒤 살해한 사건. 온 사회를 공분케 하는 이 같은 아동학대사건의 직접적 원인은 폭행 및 방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부간 이혼과 별거, 생활고 그리고 게임중독 등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각종 사안이 농축돼 있다. 이는 아동문제가 이제 특정 가정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부조리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15일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아동학대는 80% 이상이 부모에 의해 이뤄지고, 학대사실이 숨겨질 가능성도 매우 높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사회가 떠안고 가야 할 아동학대 문제를 전문가의 눈으로 진단해봤다.


현대사회 문제점 농축
아동 학대 폭행·방치
관련기관 도움 적극 요청

좋은부모 되기 캠페인 등
범사회적으로 펼쳐져야


일단 화목해야 할 가정이 이렇게 아동학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서글픈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부모, 이혼 등 급격히 변화하는 가정환경이 쉽게 뿌리내릴 수 없는 사회풍토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가정의 건강성 파괴가 결국 사회시스템 부재로 귀결된다는 지적이다. 변화된 가정환경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전제돼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곽호순 정신과 전문의는 “어릴 때부터 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20~30대는 결혼 후에도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가 부족하다. 이혼율이 급증하는 것이 이를 극명하게 대변한다” 며 “생존경쟁을 위해 결혼 후에도 맞벌이 시장으로 내몰리면서 양육 가치관도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변화된 가정환경이 연착륙하기 위해선 결국 시스템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학대문제가 발생하면 아동보호기관, 학교, 유치원 관련기관 등의 도움을 빨리 받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자식을 ‘소유물’처럼 인식하는 그릇된 가정문화에 올바른 가치관이 정립될 수 있도록 ‘건강한 아동 캠페인’과 ‘좋은 부모되기 캠페인’이 범사회적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완석 영남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어떠한 목적으로도 아동폭력이 정당화돼서는 안된다고 했다.

서 교수는 “부모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폭력, 폭언, 도구사용, 기물파괴 등 네 가지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학대와 훈육의 구분이 모호하지만, 엄밀히 말해 부모가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거나 매를 드는 것도 아동학대의 범주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피해아동이 성장해 가정을 꾸릴 때 폭력이 되물림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학대아동이 가만히 있더라도 목격자 등 제3자는 이를 방관하지 말고 주저없이 신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구미 2세 아동 살해사건의 범인인 20대 아버지의 게임중독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게임의 가공할 만한 중독성을 감안하면 누구나 이 같은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심리치료전문가인 정수미 허그맘대구센터 원장은 “게임중독치료차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은 내성적이어서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자신의 초라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게임 속 세상에 몰입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들은 실제 게임내용이 정말 재미있어서 빠지기보다는 이미 뇌의 충동조절기능(쾌락 신경계) 자체가 망가져 게임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게임중독자들은 현실 속에선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하는 보상을 게임을 통해서는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주위에서 다그치기만 하지말고,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하도록 주위에서 도움을 줘야한다. 적절한 심리치료와 함께,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다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서혜전 대구한의대 교수(아동복지학)는 “아동학대에 대한 원활한 상담이 이뤄져야 하는데 일선 아동보호기관에는 전문적인 상담인력이 없다. 더욱이 사회복지사 시험에 상담과목은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아동을 양육하기 힘든 경우에는 입양이나 가정위탁이 이뤄질 수 있는 사회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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