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불펜·백업요원 삼박자…삼성, 전인미답의 길을 걷다

  • 이창남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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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6   |  발행일 2014-10-16 제3면   |  수정 2014-10-16
■ 우승 원동력은?

프로야구 삼성이 거둔 ‘정규시즌 4년 연속 1위’는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이후 ‘전인미답의 대기록’으로 평가받는다. 1996~97년 해태 타이거즈(현 KIA), 2003~2004년 현대 유니콘스(현 SK), 2007~2008년 SK, 그리고 2001~2002년, 2005~2006년 삼성이 2년 연속 우승을 한 적은 있다. 이번에 삼성이 세운 4년 연속 1위라는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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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LG를 꺾고 승리를 확정지은 후 삼성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달려나오며 환호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삼성은 시즌 초반(3~4월) 하위권에 머물다가 5월 1위로 등극한 이후 줄곧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주전이 부상으로 빠지더라도 든든한 백업요원이 얼마든지 대기 중이고, 타율 3할·30홈런·100타점을 거둔 타자만 3명을 보유해 화력 또한 막강하다. 시즌 막판 흔들리기는 했지만 견고한 5선발과 든든한 불펜도 삼성의 자랑이다. 연패보다 연승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올해 삼성은 1경기를 남겨 놓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해 1경기를 남겨 놓은 상황과 비슷하다. 2012년에는 5경기, 2011년에는 8경기를 남겨 놓고 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이 시즌 막판 체력적인 부담을 많이 가졌지만, 정신력으로 극복한 결과”라면서 “정규리그 우승에 만족하지 않겠다. 유종의 미(코리안시리즈 우승)를 거두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즌 초 하위권 머물다 5월 이후 줄곧 선두
‘타율 3할·30홈런·100타점’ 타자만 3명
최고참 이승엽·임창용 위기에 빛난 활약


◆ 노장들이 되살린 멘탈

사실 삼성은 시즌 막판 5연패를 당하면서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경기력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멘탈’을 갖춘 팀이 바로 삼성이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부터 사후 모니터링까지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간 숨가쁜 커뮤니케이션과 선수단의 위기 극복 능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결국 4연속 정규시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삼성이 시즌막판 5연패 당하는 과정에서 경기 내용 자체가 나빴다는 게 중론이었다. 막강한 불펜진을 앞세우며 경기 후반을 지배해 오던 모습은 지난 6일 대구 두산전 이후 온데간데없었다. 이 때문에 연패의 원인을 마운드의 난조에서 찾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이 기간 삼성이 자랑하는 강타선도 분명 식어 있었다. 연패가 시작되기 전엔 시즌 득점권 타율이 0.323로 9개 구단 중 1위였지만, 5연패를 하는 동안엔 0.250에 불과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결국 위기를 헤쳐나가는 주체는 선수들이었다. 특히 팀내 최고참인 이승엽과 임창용이 앞장섰다. 이승엽은 11일 광주 KIA전에서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최고령 한 시즌 30홈런·100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이승엽은 공수 교대 때마다 “더는 밀릴 수 없다. 힘내자”라고 후배들을 격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팀이 4점차 리드를 당하는 상황에서 이승엽은 투런포와 솔로포를 터뜨리는 괴력을 발휘하며 후배들이 스스로 깨닫고 변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됐던 것이다. 류 감독도 “승엽이가 살아나야 팀이 산다”고 할 만큼 이승엽의 무게감을 높이 사고 있다.

마운드에선 임창용이 앞장섰다. 12일 KIA전에서 8-2로 앞선 9회말 2점을 내주고 계속해서 2사 1·2루 위기를 맞자 삼성은 임창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구원등판한 임창용은 후속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며 팀 승리를 확정지었다. 최근 2경기에서 패전의 멍에를 쓰며 부진했던 임창용이 시속 149㎞짜리 강력한 직구를 선보이며 경기를 마무리하자 삼성 더그아웃 분위기도 살아났다. 임창용은 이날 시즌 30세이브(5승4패)를 채우며 2006년 구대성(당시 한화 이글스)의 최고령(37세) 30세이브 기록을 넘어섰다.

◆ 한국시리즈 모드 돌입

삼성은 앞으로 2주간 경기를 치르지 않고 훈련에만 몰입한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을 상대가 어느 팀이 됐든 우선 선수들의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사실 올 시즌 삼성이 시즌 중·후반 줄곧 1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평균 3할이 넘는 타율이 밑바탕됐다. 그러나 지난 12일까지 8경기에서 팀타율은 0.253에 불과했다.

특히 5연패 중에는 팀타율이 0.221로, 그 기간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박석민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타선의 파워도 상당히 떨어졌다. 마운드 역시 선발과 불펜, 마무리가 서로 엇박자를 내며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중·후반 추가 실점으로 패하는 경우가 잦았다.

다행인 점은 5연패를 하는 동안 투·타에서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등 충분한 예방주사를 맞았다는 점이다. 가라앉아 봐야 다시 정상을 향해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게 야구다. 특히 삼성 선수단이 4연패를 확정짓는 순간까지 위기 의식을 갖고 매 이닝 상황에 맞는 야구를 선보이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단기전인 한국시리즈는 선수들이 매경기, 매이닝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경기 운영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석진 TBC야구해설위원은 “삼성 선수들은 앞서 통합 3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큰 경기에 대한 마인드 컨트롤과 체력 안배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면서 “한국시리즈에선 불펜 권오준과 포수 진갑용이 새롭게 전력에 보강됨에 따라 상대가 어떤 팀이라도 삼성을 쉽게 압도하는 경기를 펼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시리즈 1·2차전은 11월4~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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