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 해법을 찾아서] <1>시행 10년 … 세금 먹는 하마 전락

  • 노진실,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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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03 07:21  |  수정 2015-03-03 09:36  |  발행일 2015-03-03 제3면
버스당 지원금 6100만원 ‘전국 최고’ 수송분담률은 21%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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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대구시 중구 약령시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승객을 태우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다. 대구 시내버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재정지원금으로 개혁과제에 봉착해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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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시행부터 불안감을 안고 출발한 대구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10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연간 수백억원씩 시민 세금이 재정지원금으로 투입됐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재정지원금 규모는 전국 최상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의 시내버스 수송분담률(2012년 기준)은 21.1%로 전국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대구 시내버스가 허울 좋은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이다.


총 비용 대비 지원금 27.7%
준공영제 운영 도시 중 ‘최고’
기준 2배 지원 적발되기도

부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
市는 업계 눈치보기에 급급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대표적 대중교통인 시내버스의 공공성과 운행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영과 민영방식의 장점을 혼용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대구의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2004년 시내버스 업계의 요구에 따라 2006년 2월19일 전면 시행됐다.

대구시가 노선·운영 체계에 대한 조정·관리권을 갖는 대신 운송원가 적자분을 시 재정으로 전액 지원한다. 준공영제에서 시내버스 운송사업자는 시내버스 운행과 노무·차량 관리 등을 담당한다. 버스 운영체계의 공익성을 강화해 대중교통 서비스를 개선하고자 한 것이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목적이다.

대구는 올해로 준공영제 시행 10년째에 접어든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 광역 지자체에서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04년, 대전은 2005년에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했고 광주와 부산, 인천은 각각 2006년과 2007년, 2009년에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도입 10년째인 지금 대구의 시내버스 준공영제 성적표는 어떨까.

준공영제는 당초 기대와 달리 많은 문제점을 양산하며 수차례 폐지 기로에 섰다. 제도에 대한 이상과 현실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부 버스업체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지자체의 퍼주기식 재정지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실제로 최근 대구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운영하며 업체에 대한 과다 재정지원으로 수십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난달 대구시가 국토교통부 규정 대신 자체 기준을 적용해 업체의 적정 이윤을 산출해 2013년엔 국토부 기준(58억원)보다 58억원 많은 총 116억원을 버스업체에 지원했다고 지적했다.


◆혈세 먹는 하마 전락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이후 대구시가 버스 운송사업자에 재정 지원하는 금액은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준공영제 시행 첫해인 2006년 413억원이던 재정지원금은 2008년 700억원대를 넘어섰으며, 올해는 1천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26개 업체가 113개 노선, 1천658대의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시내버스 업체의 재정지원 기준이 되는 시내버스 표준원가는 운행비용과 적정이윤으로 구성돼 있다. 2일 대구시에 따르면 표준운송원가 구성비는 인건비가 63.4%, 연료비가 23.65%, 기타 12%(적정이윤 3.4%)로 운전기사와 임원, 관리직, 정비직 등의 인건비와 연료비가 재정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시민, 교통약자의 대중교통 편의성 증대를 위해 적정 수준의 재정지원금이 투입됐다면 ‘혈세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다소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지원금 현황을 분석해 보면 대구시의 지원 규모가 크다는 점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줄여야 할 거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기준 대구시는 시내버스 운영에 투입되는 총비용 대비 재정지원금 비율이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6개 도시 중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구시는 시내버스 운행 총 비용 3천417억원 가운데 948억원을 재정지원해 27.7%의 비율을 보였다. 서울은 총비용 1조5천136억원의 16.8%(2천538억원)를, 부산은 6천193억원의 20.5%(1천268억원)를 각각 재정지원했다.

같은 해 시내버스 차량 한 대당 재정지원금 역시 대구가 6천100만원으로, 6개 대도시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광역단체 전체 예산 대비 준공영제 재정지원금 지원 비율도 대구가 1.47%로 서울(1.04%), 부산(1.37%)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제도 개선 가능할까?

시행 10년이 될 때까지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문제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차례 대구시가 개선 의지를 보이기도 했지만 시원하게 개혁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준공영제에서는 시내버스 운행을 두고 권한과 의무를 나눠가진 두 당사자, 대구시와 버스업체의 긴밀한 소통과 논의가 수시로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대구시는 업체 측을 상대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왔다. 재정지원금을 줄이기 위해선 경영효율성 증대와 일부 구조조정이 필요했지만, 이는 대구시 입장에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였다. 이런 소극적인 모습에 대구시가 버스업계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시내버스 관련 업무는 대구시 공무원의 기피업무다. 재정지원금이 늘어나는 데다 버스 관련 민원도 많고 공직자 신분으로 버스업체를 상대하는 일이 부담된다는 점도 한몫한다는 게 공무원들의 하소연이다.

대구지역 한 교통전문가는 “기업체에서도 임금 협상은 어려운 문제다. 대구시가 ‘밥그릇’을 걸고 싸우는 시내버스 노사와 제대로 된 논의를 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배기철 대구시 준공영제혁신추진단장은 “장기적인 준공영제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선 버스업계 스스로의 개선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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