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공포증’…병원감염 불안감에 내원 기피

  • 이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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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10 07:13  |  수정 2015-06-10 07:13  |  발행일 2015-06-10 제8면
고령자들 진료예약 뒤로 미뤄
대구 대학병원 외래환자 급감

박모씨(50·대구시 북구 태전동)는 최근 어머니(75)의 대학병원 진료 예약을 7월로 미뤘다. 대구는 메르스 청정지역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대구의 대학병원을 찾기가 꺼림칙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메르스 환자 대부분이 고령이며, 먼저 예방해서 안 좋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처방전을 받아 기존에 복용하던 약만 타왔다”고 말했다.

메르스 감염이 병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구지역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도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대구 각 대형병원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외래환자 수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1일 3천438명이었던 외래환자수가 지난 5일에는 절반 수준인 1천784명까지 떨어졌다. 계명대 동산병원도 지난 1일 3천690명에서 지난 3일 3천69명, 지난 5일 2천105명으로 집계됐다. 영남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외래환자 수는 30% 이상 감소했다.

병원에서 만난 일부 환자는 불안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을 찾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A병원 소아응급실 앞에서 만난 최모씨(34)는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 급하게 달려왔다. 메르스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웬만하면 병원 근처에 가지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아이가 아프니 대형병원 응급실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B병원 호흡기내과를 찾은 김모씨(50)도 “친정어머니가 평소 호흡기진료를 받아왔는데, 상태가 심해질 수 있어 진료를 늦추지 못했다. 큰 병원 오는 게 조금 꺼려졌지만 별 수 없이 함께 마스크를 나눠 끼고 찾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오는 환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응급실 등 출입통제를 강화하고, 개인 소독에 유념해주길 바란다는 등의 메르스 안내문을 곳곳에 붙여놨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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