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보이는 그리스사태… 재협상땐 부채탕감·만기연장이 최대 쟁점

  • 입력 2015-07-07   |  발행일 2015-07-07 제15면   |  수정 2015-07-07
앞이 안보이는 그리스사태… 재협상땐 부채탕감·만기연장이 최대 쟁점
‘반대’투표한 할머니의 환호 //5일(현지시각)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서 반대 투표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리스 유권자들은 이번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AP 연합뉴스
앞이 안보이는 그리스사태… 재협상땐 부채탕감·만기연장이 최대 쟁점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해 ‘반대‘를 선택함에 따라 그리스와 유로존의 미래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그리스 국민투표가 마무리됨에 따라 유로존은 오는 7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어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다른 회원국 정상들과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리스 국민들의 민심이 어떻게 움직였고, 앞으로 그리스와 채권단 사이의 합의 가능성이 있는지 등 그리스 위기 사태를 정리했다.

獨·佛정상 “국민투표결과 존중”
7일 유로존 정상회의 중대 고비
갈등의 골 깊어 협상‘가시밭길’
최악의 경우 그렉시트 이어질듯



◆3차 구제금융협상 난항 예상

올해 긴축 반대를 내세워 정권을 잡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받았다. 치프라스 총리의 어깨에 힘이 더 실리는 만큼 채권단과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일단 양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그리스와 채권단 모두 협상 결렬에 따른 그렉시트의 파장을 잘 알기 때문에 협상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재신임을 받은 치프라스 총리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협상은 진통을 겪겠지만 결국 타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면, 국민투표 과정에서 치프라스 총리와 채권단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협상 테이블이 제대로 꾸려질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재협상이 이뤄지더라도 협상이 가시밭길을 걷다 결국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 그리스가 전면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렉시트의 길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그리스, 부채탕감 받을 수 있을까.

부채탕감은 시리자 정부가 가장 원하던 합의 방향이다. 국민투표 부결로 민의를 등에 업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즉각 부채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요 채권자 가운데 하나인 IMF도 보고서를 통해 만기 연장 등 부채 경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리스가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채권단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치프라스 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채무 탕감에 이어 ‘채무 스와프’까지 제시했지만 번번이 독일의 반대에 부닥쳤다.



◆유럽 주요국들 반응은

유로존 양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번 사태의 대처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도 짧은 성명을 통해 투표 결과를 존중한고 말했다.

그렉시트를 전망하는 발언도 나왔다. 유로존 가입을 기다리는 폴란드 총리는 국민투표가 반대로 나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유로존 회원국인 슬로바키아 재무장관은 그렉시트가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리스 투표 결과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반(反) 유럽연합을 내세우는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는 “유럽연합의 과두제에 승리를 거뒀다"고 말했다. 스페인 신생 좌파정당 포데모스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대표는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치프라스 총리와 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과 6일 오전 전화회담을 열고 그리스 상황을 논의할 계획이다.



◆7일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 전망은

독일과 프랑스 양국 정상의 요청에 따라 7일 유로존은 긴급 정상회의을 열기로 확정했다. 이 회의에는 치프라스 총리도 참석해 다른 18개 회원국 정상들과 그리스 사태의 앞날을 논의한다. 회의 결과 협상 재개 또는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반면, 치프라스 총리가 협상 파트너로 자격을 잃을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투표 전부터 채권단에는 치프라스 총리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류가 있었다. 회의에서 채권단이 그리스 정부와 협상을 거부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IMF에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낸 것에 이어 오는 20일 유럽중앙은행(ECB) 부채도 갚지 못하는 실질적 디폴트로 파국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로 이어지나

그리스 국민투표가 유로존 탈퇴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었던 만큼 당장 그렉시트가 가시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탈퇴를 원하지 않는 데다 그리스에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는 독일도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하는 문제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또 그리스 국민 75%가 그렉시트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 EU 협약에는 유로존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탈퇴하지 않는 이상 강제로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도 없다. 다만, 그리스와 채권단 사이의 협상 과정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이 과정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지 못하면 점진적으로 그렉시트가 전개될 가능성은 있다. 양측의 협상이 삐걱거리고 ECB가 그리스 은행을 계속 지원해줄 명분이 약해져 지원이 끊긴다면 그리스는 실질적인 디폴트에 처하는 것은 물론 시중은행들도 부도를 맞게 된다. 그리스 정부는 금융체계가 붕괴되면 유로화 사용을 포기하고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이는 그렉시트를 의미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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