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승부처] ‘TK표심 바로미터’대구 수성구甲·동구乙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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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08 07:40  |  수정 2015-10-08 09:13  |  발행일 2015-10-08 제7면

‘수성구갑’과 ‘동구을’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첫 여론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일단 서로 정치적으로 경합하는 상대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수성구갑은 2012년 선거에서 출마해 낙선했지만 40% 득표율을 보인 새정치연합의 김부겸 전 의원이 선점한 가운데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뛰어들었다. 이변이 없는 한 양측은 내년 본선에서 한판 승부를 겨룰 것으로 보인다.

동구을은 당장 여론조사를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구석이 없지 않다. 우선 강력한 야당후보가 없는 상태다. 여기다 역대 출마자들도 더 이상 이곳을 기웃거리지는 않는다.

대신 유승민 현 의원이 타의로 원내대표직을 물러나면서 전국적으로도 가장 ‘핫’한 선거구로 부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고 공언한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선거가 6개월여 남아 있는 데다 워낙 변화무쌍한 것이 한국정치여서 ‘배신의 정치’ 발언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민심을 요동시키고 있다고 봤다. 박 대통령의 박심(朴心)을 대구에서 배제하고는 선거예측이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동구갑이 아닌 동구을 출마를 강력히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구청장을 친박계가 유승민 자객으로 보낸다는 소문까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두 지역구의 선거 결과는 대구·경북, 이른바 TK정치권의 새로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수성구갑의 경우 대구에서 근 20년 만에 진보진영 야당 후보를 배출할 수 있느냐가 초점이다. 대구·경북은 현재 국회의원 분포에서 사실상 27대 0이다.(성폭행 추문으로 탈당한 심학봉 의원도 원래는 새누리당이다) 이런 독점적 정치구도가 깨어질 수 있느냐는 현재로서는 내년 수성구갑 선거에 달려있다. 물론 한국정치의 보수 본류를 자처하고 있는 대구가 왜 야당에 의석을 줘야 하느냐는 반문도 새누리당에서 나온다.

수성구갑 선거가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보듯, 김문수 전 도지사는 60대 이상에서, 김부겸 전 의원은 40대에서 각각 상대방을 더블 스코어로 엇갈리게 이기고 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동구을은 여론조사에서 보듯 확실히 ‘박심’ 향배가 선거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경력과 전국적 지명도에서 보면 이재만 전 구청장은 서운할지 몰라도 아직 유승민 현 국회의원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그렇지만 이 전 청장이 지난해 새누리당 대구시장 경선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유 의원과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그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다만 이 전 구청장을 지지하는 이들의 절반에 가까운 44%가 ‘박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유 의원을 바꾸고 싶어서’라고 답한 대목이 변수다. 바꿔 말해 박심의 변수가 해소되는 상황이 온다면 승부가 기울 수 있다는 의미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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