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국수 말아먹고 낮잠…경로당이 천국”

  • 김기태,서정혁,박병일 인턴,유승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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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7-30 07:21  |  수정 2016-07-30 07:21  |  발행일 2016-07-30 제2면
견디는 사람들
극장·공원 인파 몰리고
시장은 손님 절반 줄어

29일 오후 2시쯤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단지 안의 분수대. 이날 최고 기온이 36℃까지 치솟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리자, 더위를 식히려는 주민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부모와 함께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상민씨(42)는 “어제 휴가를 즐기고 돌아왔는데도 아이가 더 놀고 싶어 해 인근 분수대를 찾았다. 잠시나마 무더위를 피할 수 있어 즐겁다”며 미소를 보였다.

비슷한 시각, 중구 달성공원에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나온 어르신들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무그늘이 길게 드리워지는 명당(?)은 이미 만석이었다.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던 임모씨(여·65)는 “이번 여름은 예전에 비해 특히 무더운 것 같다”며 “조금만 걸어도 온몸에 땀이 나고 힘이 쭉 빠진다”고 푸념했다.

운동으로 더위를 이겨내려는 시민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만난 이승희씨(여·42)는 “아이가 방학을 했는데 집안에서 에어컨 바람만 쐬고 있어, 건강을 위해 이틀 전부터 나오게 됐다”고 했다. 딸 신수현양(11)은 “처음엔 더워서 나가기 싫었는데 나와서 계속 땀을 흘리니까 오히려 시원하고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도심 곳곳의 경로당도 훌륭한 피서지였다. 중구 남산2동 경로당에는 어르신 10여명이 선풍기와 TV를 켜 놓은 채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건물 밖 평상에는 할머니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눴다. 손필식 할머니(84)는 “올여름 더위는 정말 심해 경로당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오전 일찍 경로당에 나와 서로 안부도 묻고 시원한 국수도 함께 말아 먹는 게 우리가 여름을 이기는 피서법”이라고 들려줬다.

반면, 전통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전 11시30분쯤, 대명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과일가게를 하는 한모씨(52)는 “과일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통상 2천원씩 가격이 깎이는데 결국 못 팔고 버리는 양도 상당하다”며 안타까워했다.

대구 최대 시장인 서문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2지구 먹거리 골목에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거의 없었다. 국숫집 주인 정모씨(여·55)는 “불과 한달 전만 해도 이 시간대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며 “날씨가 너무 더워 손님이 절반 넘게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부터 5일 연속 열대야 현상을 보인 포항에서도 야외 피서를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해 집에서 나와 선선한 바람이 부는 해수욕장 등으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것.

28일 밤 포항영일대해수욕장은 외지 피서객과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저마다 돗자리를 펴고, 치킨과 맥주 등 배달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지친 몸을 달랬다.

김상일씨(62)는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탓에 집을 나섰다. 더위도 식힐 수 있고 여름밤의 정취도 느낄 수 있어 영일대해수욕장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심야 극장가에도 인파가 몰렸다. 27일 밤 CGV 북포항점을 찾은 직장인 이모씨(28)는 “퇴근 후 곧바로 영화관을 찾았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것보다 낫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 영화를 볼 수 있는 이곳은 최고의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김기태기자 ktk@yeongnam.com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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