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간질 아닌가 생각” “투쟁 계속 땐 지역경제 말라 죽어”…성주군민, 사드 ‘제3후보지’ 격론

  • 석현철,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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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8-19 07:23  |  수정 2016-08-19 07:23  |  발행일 2016-08-19 제4면
철회론-이전론 양측 날선 논쟁
사태장기화에 군민 피로감 커져
“싸움구경말고 정부가 해결해야”
“이간질 아닌가 생각” “투쟁 계속 땐 지역경제 말라 죽어”…성주군민, 사드 ‘제3후보지’ 격론
군청 안에서…//18일 오후 성주군청 대강당에서 열린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와 군민 간담회’에서 한 군민이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이간질 아닌가 생각” “투쟁 계속 땐 지역경제 말라 죽어”…성주군민, 사드 ‘제3후보지’ 격론
군청 밖에서…//재경성주군향우회 원로 이상희 전 건설부 장관이 18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향우회원과 군민에게 ‘제3지역 사드배치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가 18일 마련한 군민 간담회에서 ‘사드철회 및 원점 재검토’와 ‘제3지역 이전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앞으로 성주가 어떤 선택을 할지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달여 동안 투쟁위의 노선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당초 성주 사드배치 반대는 어느새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로 바뀌었고, 이제는 제3지역론이 내부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군민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해법을 놓고 이견이 그대로 드러났다. 투쟁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간담회 내용을 간추려 싣는다.

◆ 대한민국 사드배치 반대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가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측은 제3지역 이전이 또 다른 님비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성주로 귀농한 지 5년차인 한 주부는 “제3지역 이야기가 나왔을 때 솔직히 흔들렸다”며 “하지만 제3지역은 새롭게 공사를 해야 하고 절차가 복잡해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은 지역 이기주의로 몰고가서 성산포대로 (사드가) 돌아오게 하려는 이간질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드반대를 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제3지역 이전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성주 어디에도 사드 배치는 안된다. 사드가 배치되면 성주를 떠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지역경제는 더욱 더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사드반대를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주부는 “제3지역에 사드가 배치되더라도 이건 성주에 배치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제3지역 이전론 불가피

제3지역 이전론을 주장하는 군민들은 우선 안보론을 이유로 들었다. 국가의 안보가 무너지면 모든 게 다 무너지는 것이고 북핵 위기 속에 나라를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우선 수용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성산포대는 2만 성주군민이 밀집해 사는 곳과 지척 거리에 있는 만큼 민가가 적은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제3지역론을 펼쳤다.

성주읍 성모씨는 “울진에도 원전이 생기려 할 때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예산이 배정되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나라에서 필요하면 해야 되는 것이다. 군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생기는 것이므로 사드가 오면 우리는 산다”고 말했다.

제3지역 이전론 배경에는 이대로 투쟁을 계속하다간 지역경제가 고사한다는 위기의식도 자리잡고 있었다. 대가면 이모씨는 “많은 정치인이 성주를 방문했지만 이념논쟁만 하고 갔다. 믿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지금 우리는 제3의 장소를 논의해야 하며 죽어가는 성주경제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투쟁위 노선에 반발도

투쟁위의 행보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성주여고 총동창회 회장이라는 한 여성은 “성주 사드 반대를 위해 동창회 기금 1천350만원을 투쟁위에 기부했는데 언제부터 대한민국 사드배치 반대를 하느냐”며 “그럴 거면 투쟁위에 기부한 돈을 돌려달라”고 항의했다. 이 여성은 특히 “정부 정책결정에 대해 투쟁위가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느냐”며 “대안이 있으면 지금 당장 내놓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0년 전 성주로 귀농해 표고버섯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현대씨는 “어르신과 젊은 사람이 논쟁을 하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며 “제3지대든 뭐든 우리 보고 정하라고 하지 말고 정부에서 정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성주=석현철기자 sh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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