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정 장군이 中 망명시절 쓴 詩 ‘망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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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1 07:16  |  수정 2017-03-01 07:16  |  발행일 2017-03-01 제1면

20여년 따뜻이 네품에 커서/ 세상풍정(世上風情) 모르든 나의 몸둥이/ 만리풍(萬里風)에 날려서 떠나고 보니/ 가는 나의 심장(心腸)이 엇더하겠나/ 창파만경(蒼波万頃) 층(層)이 앞을 가리워/ 다시보지 못하는 내속이로다

백두금강태백에 슬픔을 끼고/ 두록 양강에 눈물 뿌리며/ 예로부터 주시든 조선의 집을/ 부질없이 버리고 떠나가노나/ 창파만경(蒼波万頃) 층(層)이 앞을 가리워/ 다시보지 못하는 내속이로다

서백리아(西伯利亞) 가을달 만주벌판에/ 몇번이나 고향을 꿈에 갔으며/ 항소주(杭蘇州)의 봄날과 장사(長沙)의 비에/ 우리님을 생각함이 몇번이던가/ 창파만경(蒼波万頃) 층(層)이 앞을 가리워/ 다시보지 못하는 내속이로다

상해(上海) 거리 등불에 안개 둘리고/ 황포강에 밀물은 부다쳐올때/ 만리장천(万里長天) 떠나는 기선(汽船) 소리는/ 잠든 나를 깨워서 고향가자네/ 창파만경(蒼波万頃) 층(層)이 앞을 가리워/ 다시보지 못하는 내속이로다

일크스크 눈바람 피부를 째고/ 바이칼 호수에 달이 비칠제/ 먹먹히 앉아있는 나의 심사(心事)를/ 날아가는 기럭아 너는 알리라/ 창파만경(蒼波万頃) 층(層)이 앞을 가리워/ 다시보지 못하는 내속이로다

부모님의 생각과 나라 생각에/ 더운 눈물 여침(旅枕)을 적실뿐이네/ 병든 몸이 이향에 십년 손되니/ 아! 나의 속 타는 것 뉘라 알거나/ 창파만경(蒼波万頃) 층(層)이 앞을 가리워/ 다시보지 못하는 내속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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