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독립운동가 이상정 장군 망명시절 원본자료 공개

  • 백승운,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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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01 07:18  |  수정 2017-03-01 09:12  |  발행일 2017-03-01 제1면
“나라 생각에 더운 눈물 여침을 적실뿐이네”
20170301
이상화 시인의 큰형인 이상정 장군.(소남이일우기념사업회 제공)

백부 이일우 선생이 보낸 편지
장군이 쓴 글 엮은 ‘표박기’ 등
망명·망향가 나라 잃은 恨 절절

민족시인 이상화의 큰형이자 대구 출신 대표적 독립운동가인 이상정 장군(1897∼1947)의 일제 강점기 중국 망명 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원본 자료가 최초로 공개됐다.


소남이일우기념사업회가 3·1절을 맞아 28일 영남일보에 처음으로 공개한 자료는 이 장군이 망명길에 쓴 ‘망명가’를 비롯해 중국에 머물며 쓴 ‘망향가’ ‘큰아버지 소남 이일우 선생이 이 장군에게 보낸 편지’ ‘소남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 이 장군이 보낸 제문’ 등이다.

망명가와 망향가는 이 장군이 쓴 글을 엮은 ‘표박기’(飄泊記·떠돌아 다니며 쓴 기록)에 수록된 시다. 표박기는 1923년 망명 당시부터 1933년까지 10여년 동안 쓴 수백 편의 글을 엮은 책으로 모두 3권이 있었지만 2권은 일제에 빼앗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공개된 ‘망명가’는 서울 남대문역에서 중국 봉천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쓴 시로, 나라 잃은 분노와 슬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망향가’는 중국 망명 초기인 25~30세 사이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시로 부모와 고향, 나라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심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 ‘소남 선생의 편지’와 ‘이 장군이 보낸 제문’에서는 나라를 잃고 만나지 못하는 두 사람의 애틋한 그리움을 엿볼 수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 장군은 민족시인 이상화의 큰형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큰아버지인 소남 이일우 선생 밑에서 자랐다. 1923년 망명해 중국 국민정부의 중장까지 오른 독립운동가로 유명하다. 특히 중국에서 항일전선에 적극 참전했고, 1938년 임시정부에 참여해서는 대중(對中) 외교통으로 활약하며 광복군 창설에도 큰 기여를 했다. 광복 이후인 1947년 모친상을 당해 고향 대구로 돌아왔지만 두 달 뒤 뇌일혈로 사망했다. 그의 장례는 대구시민장으로 치러졌다.

생전에 시(詩)·서(書)·그림·전각(篆刻)에 뛰어났다. 이상화 시인은 큰형인 이 장군에게 시를 배웠다는 설도 있다.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이 장군의 증손 이재일씨는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중국에서 항일운동에 나선 이 장군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자료”라며 “3·1절을 맞아 선현들의 정신을 배우고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김형엽기자 khy041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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