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수습하러 간 北대표단 ‘문전박대’

  • 입력 2017-03-02 00:00  |  수정 2017-03-02
말레이 당국자 “오는 줄도 몰랐다”
시신 인도해가겠다고 불쑥 방문
접촉 못한 채 대사관서 두문불출
발뺌·생떼로 일관…싸늘한 여론

김정남 암살 사건을 진화하려고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는 싸늘한 반응이다.

말레이에선 어떤 이유에서든 자국 공항에서 외국 국적자들의 맹독성 신경가스 ‘VX’ 를 이용해 요인 암살이라는 주권침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서, 배후라는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발뺌과 생떼로 일관하는 북한을 용서할 수 없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그런데도 북한이 반성과 수사 협조는커녕 대표단을 불쑥 보내 시신을 인도해가겠다고 한 데 대해 말레이는 냉대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말레이는 우선 북한 대표단의 방문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조율된 방문이 아니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볼 때 북한 대표단의 말레이 방문이 헛걸음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아흐마드 자히드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나라의 법체계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수사 절차가 확실히 종료돼야 (북한의) 요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 총리 다음 서열의 최고위급 관리의 이런 발언은 지금으로선 북한 대표단의 요구에 귀 기울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됐다.

전날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말레이를 방문한 리동일 전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김정남의 시신 인도, 체포된 북한인 리정철(46)의 석방 문제를 말레이시아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나, 말레이 당국의 단호한 태도로 볼 때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말레이 당국자들은 북한 대표단의 일방적인 방문에도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이 외교 루트를 거쳐 말레이에 알리기는 했을 것으로 보이나 적어도 조율 절차는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 내각에선 북한 대표단의 방문을 거의 알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타시밤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북한 대표단의 방문 계획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신문에서 관련 뉴스를 봤을 뿐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1일 하루 내내 북한 대사관에서 두문불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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