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라테’ 들고 진땀 흘린 총리 “녹즙 많이 마시고 와서…”

  • 강승규 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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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2   |  발행일 2017-06-22 제3면   |  수정 2017-06-22
이낙연 총리 강정고령보 방문 스케치
‘녹조 라테’ 들고 진땀 흘린 총리 “녹즙 많이 마시고 와서…”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21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매곡정수장에서 정수된 물을 시음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총리님, ‘녹조 라테’ 한 잔 하실래요?”

21일 오전 10시54분 대구 달성군 다사읍 강정고령보. 낙동강 보(洑) 상시개방 이후의 수질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보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생각지도 못한 이른바 ‘녹조 라테’(녹조현상으로 물빛이 녹차 라테처럼 변하는 것) 한 잔을 선물(?) 받았다. 그가 대구시 간부와 환경부·달성군 등의 공무원과 함께 보 주변을 걷던 중, 갑자기 마주친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로부터 건네받은 것. 다소 놀란 표정의 이 총리는 녹조 라테를 받아 들며 “제가 녹즙을 좋아합니다만, 오늘 많이 마시고 와서 이건 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보 수문 개방 확대’ ‘흘러라 4대강’이란 팻말을 들고 이 총리 일행을 따라다니며 ‘보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했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잇단 항의와 무더운 날씨 탓에 이 총리의 얼굴엔 진땀이 흘렀다. 그는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기에 바빴다.


정부 녹조대책 추진상황 점검
李총리 낙동강 수질개선 관련
“지천도 깨끗하게 유지를 해야”
매곡정수장에선 수돗물 놓고
권시장과 두차례나 ‘러브샷’


이 총리는 강정고령보 우륵교 초입에선 팻말을 든 채 1인시위를 하고 있는 한 50대 남성과도 맞닥뜨렸다. 이 남성은 이 총리에게 “강정고령보 우륵교 위로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라고 외치며 해결을 촉구했다. 이에 이 총리는 이 남성과 악수를 나눈 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총리는 이날 강정고령보 아래 낙동강변에서 안병옥 환경부차관과 정병철 대구환경청장으로부터 4대강 6개 보의 개방과 수질 등 모니터링 상황을 보고받고, 정부의 녹조대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김문오 달성군수는 “달성군은 낙동강을 58㎞ 끼고 있는데, 녹조가 발생할 때마다 각광받는 지자체”라며 “9곳의 지천에서 유입되는 환경오염 물질 차단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낙동강 수질 개선을 ‘계단 청소’에 비유했다. 그는 “계단을 청소할 때 아래부터 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위에서 흘러내린 물 때문에 다시 더러워진다"며 “4대강 역시 4대강만 청소해선 아무 소용이 없고, 4대강 지천·실개천에서부터 깨끗하게 유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간 주도로 생활하수 오염 예방활동을 펼쳐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총리는 강정고령보 상류의 물을 정수해 대구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매곡정수장으로 이동, 운영 현황과 고도정수처리시설 운영 실태를 점검했다. 정수장에서 이 총리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함께 매곡정수장에서 정수된 수돗물을 놓고 두 차례나 ‘러브샷’을 연출했다. 물맛을 음미한 이 총리가 “모처럼 필요한 물을 많이 먹었다”고 흐뭇해하자, 권 시장은 “오늘 물 먹이네”라고 답해 주변이 웃음바다가 됐다.

이 총리는 “먹는 물은 완벽하게 깨끗해야 한다. 조류가 0.001%도 유입돼서는 안된다는 자세로 임해달라"며 “취수장으로부터 조류 유입이 완전히 제로가 되게 만든다는 각오로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또 “현장의 과학적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모든 것이 중앙에서 한 번 말한다고 해서 일사불란하게 똑같이 하라는 게 아니고, 현장의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옳다"며 “어느 경우에도 먹는 물에 대해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덧붙였다.

현장방문 일정을 마친 이 총리 일행은 인근 모처에서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 시장과 김 군수 등은 취수원 이전과 관련해 인접한 지자체에서 비용을 부담해 수계 관리를 정부 차원에서 해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건의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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