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만의 고등어초회·추어탕·고갈비…송도에선 매년 고등어축제

  • 이춘호
  • |
  • 입력 2018-01-05   |  발행일 2018-01-05 제34면   |  수정 2018-01-05
■ 푸드로드…고등어가 간고등어가 되기까지
부산만의 고등어초회·추어탕·고갈비…송도에선 매년 고등어축제
‘부산고등어’의 고등어초밥. 작은 사진은 시메사바.
부산만의 고등어초회·추어탕·고갈비…송도에선 매년 고등어축제
부산만의 고등어초회·추어탕·고갈비…송도에선 매년 고등어축제
송도골목길 안에 있는 부산고등어빵.
부산만의 고등어초회·추어탕·고갈비…송도에선 매년 고등어축제
자갈치시장 내 고등어정식집 철판에서 구워지고 있는 고등어.
부산만의 고등어초회·추어탕·고갈비…송도에선 매년 고등어축제
‘부산고등어’의 고등어추어탕.

부산은 안동과 함께 명실공히 고등어의 고장이다. ‘한국 고등어길’ 출발지로 손색이 없다. 부산의 시어(市魚)도 서구의 구어(區魚)도 모두 고등어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고등어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부산의 대표 반찬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고등어의 저력은 아직 진행형이다. 공동어시장 고등어는 동절기를 틈타 용두산공원 인근 골목, 자갈치시장 등 도심 곳곳을 파고든다. 영도와 송도로 숨어들어가선 부산만의 특징을 가진 고등어초회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붐업시켰다.

‘한국 고등어길’의 출발지인 부산
안동과 양대 ‘고등어의 고장’답게
다양한 고등어 요리로 관광상품화

초절임한 日 ‘시메사바’와 닮은 꼴
韓 고등어초회는 소금만으로 염장
된장 시래깃국 버전 고등어추어탕
버려진 고등어의 환골탈태 고갈비
송도엔 캐릭터로 만든 고등어빵도


일단 ‘고등어해수욕장’으로 불리는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골목 입구에 ‘100년 송도골목길’이란 아치가 서 있다. 골목 안에 분명 고등어와 관련된 점포가 있을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고등어 모형물이 설치돼 있는 한 가게 앞에 멈춰섰다. ‘부산고등어빵집’이다. 아직 세상 때가 별로 묻지 않은 여대생 같은 이혜나 사장. 부산을 위해 직접 관광용 캐릭터빵을 개발했다. 서울에서 창원을 거쳐 부산에 자릴 잡은 빵쟁이다. 10년 전 동래 온천장 근처에서 ‘앙꼬빈’이란 카페를 운영하다가 갑자기 부산과 서구의 상징이 고등어란 사실을 알고 고등어빵집을 차렸다. 현재 세 종류의 빵이 있다. 녹색은 녹차, 핑크색은 복분자를 식재료로 사용했고 노란색은 견과류를 올린 것이다. 주재료는 쌀. 언뜻 카스텔라 같다. 곧 고등어를 패티로 이용한 ‘고등어버거’를 출시할 예정이다. 터키의 이스탄불에 가면 별미 케밥이 있다. 바로 ‘고등어케밥’이다.

한때 용도폐기될 정도로 퇴락했던 송도해수욕장. 해운대·광안리해수욕장보다 훨씬 이전, 한국의 첫 공설 해수욕장으로 개발됐다. 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골목은 딱 한 군데. 길이 200m, 폭 6m의 일방통행 길이었다. 워낙 사람이 많이 다녀 신발에 묻은 모래가 골목 양쪽에 작은 언덕을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90년대 해운대·광안리해수욕장에 밀리면서 송도해수욕장은 철저히 잊혀갔다. 그 골목은 인생막차를 탄 하층민의 차지였다. 2002년 송도 연안정비사업으로 인근에 새 도로가 생기면서 더 침체기에 빠진다. 차량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골목길에 밀집한 39개 점포 중 14개가 떠났다. 그런데 지난해 정부의 도움으로 특화거리 골목길로 되살아난다.

송도에선 매년 고등어축제(10회째)가 열린다. 동편 송림공원에서 서편 암남공원까지 운행되는 1.62㎞ 해상 케이블카와 송도해수욕장 구름산책길 때문에 휴일엔 제법 북적거린다.

◆부산에서 고등어초회를 만나다

부산은 일식문화와 맞물려 있다. 숨은 명품 초밥집이 꽤 있다. 활어회보다 선어회를 좋아하는 미식가도 적잖다. 그들이 부산만의 ‘초회문화’를 리드했다.

최근 들어 고등어 요리 전문식당이 몇 집 주목받는다. 송도골목길 살리기에 나선 한국요식업중앙회 부산지회 서성갑 회장이 운영하는 ‘부산고등어’, 부산 사직야구장 인근에 차린 선망수협이 직영하는 ‘한어부의고등어사랑’, 그리고 고등어초회와 곰피시락국으로 이미 전국적 식당으로 자릴 잡은 영도의 ‘달뜨네’다.

점심을 겸해 부산고등어를 찾았다. 오전 11시30분에 도착했는데 소문을 들은 관광객이 속속 가게로 들어선다. 메뉴판을 일별했다. 고등어회, 시메사바(고등어초회), 고등어구이, 고등어초밥, 고등어덮밥, 혼밥족을 겨냥한 듯한 고등어도시락정식, 고등어추어탕…. 고등어 전문점답게 고등어 요리가 총망라돼 있다.

‘시메사바’. 일반인에겐 좀 생소한 용어다. 시메는 ‘졸라매다’, 사바는 ‘고등어’. 시메사바는 일본의 간고등어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뒷거래를 의미하는 ‘사바사바’란 말도 사바에서 파생됐다.

일본도 참치 못지않게 고등어 사랑이 지극하다. 동해에서 잡은 고등어는 교토나 도쿄로 옮기기 위해 소금에 절이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게 시메사바의 시초다. 우린 소금만 사용하는데 일본은 식초도 동시에 사용해 염장한다. 시메사바는 차마고도(중국의 보이차길)처럼 ‘사바카이도’라는 고등어길까지 파생시킨다. 지역별로 먹는 방법과 만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관동지방에서는 간장에 찍어 먹지만 관서지방에서는 그대로 먹는다.

일본 현지 고등어초회는 우리보다 식초의 산도가 더 강하다. 우린 생선의 육질을 더 즐기지만 일본은 선어문화권이다. 고기가 산소에 적당히 노출되고 특히 초절임돼 산폐된 맛에 더 길들여져 있다. 고산도 식초에 생고등어를 넣으면 고등어의 파랗던 껍질이 이내 청회색으로 변한다. 또한 껍질도 흐물흐물 갈라진다.

서 회장은 부산식 초회를 만들기 위해 식초를 오래 연구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론 하나. 저산도 혼합식초에 고등어를 15분 정도 담가놓는 것이었다. 일반 식당에선 30분 정도 담가놓는다. 그는 식초에 동량의 물을 넣어 산도를 옅게 조절한다. 또한 매실과 레몬도 적당하게 섞어 폰즈소스 등 회, 초회, 구이용 등 메뉴별 각기 다른 간장소스를 만든다. 비린내를 덜 나게 하기 위해 말린 파래를 가루 내 바질처럼 고명으로 뿌려준다. 그리고 생강즙도 올린다.

좀 내공 있는 고등어 집은 수조도 모양이 다르다. 원형수조다. 고등어는 끝없이 돌고 돌기 때문에 수조는 원통형이어야 한다. 성질이 급한 고등어는 수조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신선하지 못하면 비린내가 진동한다. 선망수협이 직접 관리하는 고등어사랑은 양식으로 키운 고등어를 공수해 활어회로 사용한다. 부산고등어와 고등어사랑은 둘 다 고급 오븐을 갖고 있다. 생선도 고온에서 금방 구워내야 제맛이 난다. 200℃ 정도에서 구우면 껍질이 갈기갈기 찢기고 접시에 담아낼 때도 모양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400~500℃ 고온에선 스테이크의 육즙처럼 체내 불포화지방산이 빠져나가지 않아 겉은 눌은 비단천처럼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된다. 꼭 바게트 같은 질감이다. 고등어사랑은 500℃에서 순식간에 구워낸다.

고등어초회 한 점을 손으로 집어 먹었다. 고등어회와 초밥의 맛이 공존했다. 고급 참치 뱃살은 기름기가 너무 질퍽해 몇 점 먹으면 속이 부대낀다. 고등어초회는 그렇지 않다. 산도 조절에 실패한 고등어는 목에 잘 걸리지만 적당한 산도라면 방어·밀치·참치회를 혼합해 놓은 씹힘성을 얻을 수 있다.

부산의 고등어추어탕은 대구식 추어탕과 확연히 다르다. 된장이 들어간 시래깃국 같다.

대형선망수협이 2015년 고등어 레시피 공모전을 통해 고등어 레시피 33편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뿌리채소고등어완탕’이 대상을 수상했고 ‘고등어단호박치즈크로켓’과 ‘고등어치즈스틱’ 등이 눈길을 끌었다.

◆충무동 골목시장의 고갈비

대학시절엔 참 많은 선술집에서 고갈비를 먹었다. 알고 보니 부산이 고갈비의 탄생지였다. 그 시절의 추억담을 들려주겠다면서 부산민학회 주경업 회장이 직접 용두산 아래, 광복동 거리 뒤편 미화당백화점 주차장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남마담집으로 초대했다. 고등어 식도락가이기도 한 최원준 시인이 동참을 했다.

먼저 만난 최 시인이 자갈치시장에 걸려 있는 이런저런 고등어식당을 안내해주었다. 칠성시장처럼 자갈치시장도 새벽시장, 해안시장, 골목시장, 신동아회센터, 건어물상가, 본 자갈치시장 등을 통칭한 것이다. 지난해 2월22일 충무동 골목시장 안에 고갈비특화거리가 서구청 주도로 만들어졌다. 입구에 들어서면 고갈비골목임을 알리는 대형 입간판과 고등어 캐릭터가 반긴다. 200m 정도 걸어가면 골목시장 네거리가 나온다. 원래 ‘파전골목’이었으나 서구청 등의 도움으로 고갈비골목으로 변신했다. 현재 10개 업소 가운데 7곳에서 고갈비를 메뉴에 적어 놓고 있다. 바로 옆에 부산의 대표적 홍등가인 완월동으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다. 여기 터줏대감은 금강파전이다. 하지만 꾼들은 파전 먹을 때 여기로 오고 정말 고갈비가 생각나면 용두산 아래 고갈비골목으로 간다.

충무동 골목시장 맞은편은 해안시장인데 여기 가면 생선구이집이 몰려 있다. 특히 1인분 4천500원짜리 고등어 정식을 파는 4집(한양, 진주, 오복, 할매집)이 몰려 있다. 특히 이들 가게는 아직 연탄불을 이용해 철판에서 고기를 굽는다. 예전 자반고등어 포스였다. 그 냄새를 품고 광복동 뒷골목에 있는 부산 고갈비 탄생지인 할매집과 남마담집이 있는 원조 고갈비골목으로 향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