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중요한 국회 보좌진 성폭력 당해도 표출 못해…올 것 왔다”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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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7 00:00  |  수정 2018-03-07
정치권 미투 확산
불안정한 신분 탓에 억눌려
“곪을 대로 곪은 상처 터졌다”
SNS 폭로도 이어지는 추세
“인맥 중요한 국회 보좌진 성폭력 당해도 표출 못해…올 것 왔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터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젠더폭력대책TF 위원장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 전 도지사의 성폭력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왼쪽). 자유한국당의 신보라 원내대변인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안 전 도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의혹에다 국회에서도 보좌진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터져 나오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숨을 죽이고 있다.

그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미투 물결에서 사실상 한발 비켜서 있던 국회에서 ‘실명 미투’가 나오자 내부에서는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결국 터졌다는 반응이다. 평판 조회를 통해 자리를 옮기고 언제든 잘릴 수 있는 보좌진의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억눌려있던 피해사례들이 결국 폭발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위계질서가 심한 국회 특성상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사례들이 더 있을 것이고, 이 기회에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모 의원실에 근무하는 한 비서관은 6일 “국회는 인맥이 중요하고 보좌관들이 특정인을 찍어서 일 못 한다고 하면 다시는 다른 방(의원실)으로도 옮기기 힘든 구조”라며 “주변에서도 성폭력 피해를 당해서 울면서 상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밖으로 표출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서관은 “일부 질 나쁜 보좌관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이나 어린 비서들에게 일을 가르쳐 준다면서 술자리를 데리고 다니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고, 취업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보좌진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성희롱을 일삼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 국회 직원 페이스북 페이지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최근 들어 미투 관련 글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이날 저녁 한 익명 접속자는 “얼마 전 의원님께서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가해자를 비난하는 기사를 봤다”며 “제가 딸 같다며 며느리 삼고 싶으시다던 의원님, 의원님은 따님분들 앞에서도 제 앞에서 그랬듯 바지를 내리시는지요”라는 글을 올렸다. 보좌진으로 근무했던 시절 모시던 국회의원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취지다. 이 접속자는 “의원님의 더러운 성욕 때문에 저희 부모님은 딸에게 더러운 말을 하는 의원님의 목소리를 생생히 들어야만 했고, 저는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죄인이 되었다”며 “의원님은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도 없으신가 보다”고 적었다.

이달 초 한 접속자는 익명으로 몇 년 전 모 비서관에게 성폭행을 당했지만, 가해자의 인맥과 영향력이 두려웠고 신원이 밝혀질까 봐 신고하지 못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미투 운동 정치권에서 응원하는 것 보면 남 눈의 티끌을 욕하기 전에 제 눈의 들보부터 뽑으라고 말하고 싶다”며 “국회 내에서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손버릇 더럽기로 유명한 사람 몇몇 아직 국회 잘 다니고 있더라고요. 영감(의원)들 중에 자기 방에서 성추행 일어났다는 거 뻔히 알면서도 피해자를 내보내고 가해자는 계속 두고 있는 사람도 있고 말이죠”라는 글도 올라와 ‘부글부글’하고 있는 국회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글들은 모두 익명에 기대고 있다. 인맥으로 취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국회 특성상 피해를 봐도 생계를 우려해 이를 그대로 밝히기는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성폭행 의혹에 휘말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제명을 결정했다.

안 전 도지사의 성폭행 의혹 보도가 나온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뤄진 ‘속전속결’의 초강경 조치로 사건이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민주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 윤리심판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의를 열고 공보비서의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도지사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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