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훈련 중단은 한미동맹 훼손…北비핵화 구체적 내용 없어”

  • 박재일
  • |
  • 입력 2018-06-14 00:00  |  수정 2018-06-14
美전문가·언론 복합평가
“세부내용 미흡…타임라인 없어
주한미군 북한과 협상대상 아냐”
“북한 관계구축 첫걸음” 호평도
일부에선 이면합의 가능성 제기
“연합훈련 중단은 한미동맹 훼손…北비핵화 구체적 내용 없어”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왼쪽)이 악수하는 모습을 1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6·12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 전문가들과 언론의 평가는 상당히 복합적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방침에 대해 한미동맹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동합의문에 북한 비핵화를 뒷받침하는 어떤 구체적 내용도 없다는 점이다. 물론 복잡하게 얽힌 북핵 이슈를 고려하면 북미 관계구축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만으로도 근본적인 변화라는 평가도 있다.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12일(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애매모호한 구절을 반복했을 뿐"이라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구체적인 양보 조치를 내놨다”고 지적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도 ‘애틀랜틱 카운슬 콘퍼런스콜’에서 “비핵화 부문에서 구체적인 게 아무것도 없다. 모호한 데다 타임라인도 없다"고 평가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미국대사는 같은 콘퍼런스콜에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정권의 합법성을 확보하고 핵보유국으로서 인정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CNA) 박사는 “북미 합의는 세부내용이 미흡하고, 디테일은 후속협상에서 다뤄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 돌아오자마자 좌·우 양 진영에서 강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정치적 역풍’을 예상했다.

디테일이 미흡한 공동선언문과는 별개로 이면합의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미 초기조치를 비롯해 핵심적인 비핵화 단계들에 대해 합의를 이뤘으면서도 비공개에 부쳤을 수 있다"면서 “이면합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을 ‘워 게임(war game)’이라고 칭하면서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이 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게임을 중단하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혜택"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요구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주한미군은 1년 단위로 순환근무를 한다”면서 “당장 오늘 밤 싸울 수 있으려면 정기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주한미군은 북한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미 간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도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원해왔던 중국과 러시아에는 만족할 만한 진전"이라고 꼬집었다.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은 “이는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의 전조가 될 수 있고, 한미동맹 종식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북미 정상의 화기애애한 만남 자체에 대해서는 호평을 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한반도에 산다면 이런 만남에서 희망을 품지 않기 어렵다"면서 “만남만으로도 근본적 변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도 “전쟁이냐 평화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평화를 선택했고, 분명 6개월 전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 됐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분위기는 매우 좋았고, 특히 개인적 케미스트리(궁합) 관점에서 본다면 두 정상의 마음이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정중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어로 경칭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