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매출 1천억 넘는 협력사도 2년간 부진에 ‘벼랑끝’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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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3 07:17  |  수정 2018-07-23 07:17  |  발행일 2018-07-23 제3면
2% 마진율에 허덕이는 지역 車부품
20180723
국내 자동차산업이 존립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산업의 위기 요인은 국산차의 내수·수출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에서 비롯된 관세폭탄, 협력사들간의 갑질 등이 거론된다. 400여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몰려있는 대구 성서산업단지의 모습. <영남일보 DB>

에나인더스트리의 부도는 지역 자동차부품 산업의 위기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신호탄이다.

1990년에 설립된 에나인더스트리는 자동차 방진용 고무, 플라스틱 부품, 이그니션 케이블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이다. 설립 후 7~8년 동안은 뚜렷한 성장세를 거두지 못했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며 급성장을 거듭했다. 유럽의 폴크스바겐, 아우디는 물론 미국 GM, 크라이슬러, 포드 등 세계 40개 자동차회사에 차량용 방진고무, 엔진마운트 등을 납품하면서 수출 3천만달러를 달성했다.

매출 규모가 1천억원에 이르는 지역의 강소업체였지만 2년 연속 매출이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매출은 2016년 983억원으로 떨어지더니 이듬해 832억원으로 추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억3천만원에서 8억4천만원의 적자로 전환됐다. 그러면서 수개월간 직원 월급도 주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완성차업체 해마다 단가 인하
매출 꺾이는 순간 적자로 전환
최저임금 인상도 경영 악재로



업계에서는 부도의 원인을 낮은 마진으로 꼽았다. 허경국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연구위원은 “자동차 업계에서 ‘10년 매출을 올려도 1년만 적자가 나면 그동안의 수익을 순식간에 다 까먹는다’는 말이 있다”면서 “보통 자동차부품의 마진율은 2%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완성차 업체에서는 매년 단가를 낮춘다. 매출이 높을 때는 문제가 없는데 매출이 꺾이는 순간에 바로 적자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한 피해는 업체의 규모가 클수록 커진다. 매출 규모가 높은 만큼 매출이 줄어들 때의 적자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도산의 적신호가 켜진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대구국가산업단지 등으로 공장을 확장한 곳들로 꼽힌다. 공장 확장에 든 투자금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존립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건비 상승이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낮은 마진에서 기인한다. 낮은 마진율로 인해 수익은 한계가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면 적자폭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허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은 의외로 경영 악화와 관련이 많다. 자동차산업이 잘나갈 때는 인건비를 상승시켜도 큰 부담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자동차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서 기업가들의 입에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문을 닫을 처지’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제법 규모가 큰 대구의 자동차부품업체가 무너지면 지역의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는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2~3차 협력업체 등 수천여 곳의 부품업체 등이 생태계를 이루는 전통적 자동차부품산업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지역의 자동차부품업체는 800개에 이른다. 이 중 1차 협력사는 20여 곳에 그치고, 대부분 2·3차 협력사다. 범위를 넓혀 1인 이상 사업체까지 포함하면 대구의 자동차부품사업체는 4천700개(2016년 기준, 종사자 수 5만8천명)다. 이곳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의 하도급업체다.

허 연구위원은 “국가가 지정한 산업 분류 체계로 집계하면 대구의 자동차부품업체는 26%에 그친다. 하지만 자동차는 종합산업이다. 소재나 섀시, 케미칼, 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동차부품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자동차 산업에 연관돼 있는 업체까지 포함하면 50%를 넘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 2018년 상반기 및 6월 자동차산업 생산·내수·수출 현황
구분 6월 전월비(%) 전년 동월비(%) 1∼6월 전년 동기비(%)
생산(대) 336,183 -4.4 -12.2 2,004,744 -7.3
내수(대) 155,724 -1.3 -5.5 900,820 -0.3
국산차(대) 129,082 -1.9 -7 750,677 -3.3
수입차(대) 26,642 1.9 3 150,143 17.9
수출(대) 218,874 2.7 -7.7 1,222,528 -7.5
수출금액(억달러) 34.6 -0.7 -9.9 202.5 -5.5
부품수출금액(억달러) 20.1 -5.1 2.5 116.2 -2.4
 <제공:한국자동차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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