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민 “지방은 죽으란 말인가” 허탈감 넘어 분노

  • 글·사진=구미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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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2-23 07:13  |  수정 2019-02-23 07:13  |  발행일 2019-02-23 제3면
SK하이닉스 유치 염원 물거품
20190223
22일 오후 구미시청 부근에 걸린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염원을 담은 현수막이 구미시민의 실망감을 대변하듯 힘 없이 축 늘어져 있다.

구미시민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열망은 다른 경쟁 도시보다 강렬했다. 오랜 경기침체를 온 몸으로 겪어온 터라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는 ‘기회’이자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컸던 것일까. 기자가 만난 구미시민의 실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정부를 비판하는 이도 많았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며 목소리를 높인 시민도 있었다.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구미시민의 목소리와 표정을 살펴봤다.

“산단수출 갈수록 줄어들고
경기도 살아날 기미 안보여
구미지역의 미래가 크게 걱정”

“정부 추진 상생형 일자리 사업
다른 대기업 유치 적극 노력을”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도


◆허탈감…당혹감…

“구미는 지금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입니다.”

22일 오전 구미국가산업단지 한 기업체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21일 ‘반도체 클러스터’를 용인에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구미지역 분위기를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구미가 수도권보다 불리한 점은 있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국토균형발전 정책’이라는 희망을 갖고 열심히 유치 운동을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니 실망감이 크다”면서 “구미산단 수출은 계속 줄어들고 경기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구미의 미래가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잠시 후 기자가 거리로 나서자 구미산단 주변 곳곳엔 여전히 ‘SK하이닉스 구미 유치’를 염원하는 현수막이 가득 붙어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구미 전역엔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염원을 담은 현수막이 무려 1천여장이 걸려있다. 그러나 허탈해하는 시민들의 마음처럼 일부 현수막은 바람을 견디다 못해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구미시민 A씨는 “경제 논리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수도권만 계속 발전하고 지방은 다 죽으란 말인가”라며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힘이 든 상황에서 SK하이닉스 유치를 위해 온 시민이 노력했는데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로 가득찼다.

◆대책 마련 나선 구미시

구미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해졌다. SK하이닉스 구미 유치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SK하이닉스의 결정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구미시는 일단 정부의 관련 안건 처리를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정이 남아있는 만큼 국가균형 발전 정책이 지켜질 수 있도록 계속 정부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를 기회로”

이러한 가운데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구미시민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운동’으로 인해 전 시민이 결집한 만큼 이 원동력을 바탕으로 지역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는 것.

시민 강모씨는 “지방선거 때까지만 해도 서로 편을 가르며 싸우곤 했는데 이번 SK하이닉스 유치 운동을 하면서 온 시민이 하나가 된 느낌을 받았다. SK하이닉스 유치엔 실패했지만, 이를 교훈 삼아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을 분석하고 대비해 반드시 구미가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미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상생형 지역 일자리 확산 방안으로 구미가 거론되고 있고, 또 지난해 삼성이 발표한 180조원 규모 투자 계획도 있다. 이번 기회에 모두가 힘을 모아 대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 특히 시장·국회의원 등 지역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구미 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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