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활성화 대박사업” VS “자연환경 파괴 막개발”

  • 민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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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4-24 07:26  |  수정 2019-04-24 08:25  |  발행일 2019-04-24 제3면
대구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 찬반 첨예대립
20190424

환경파괴 논란을 빚고 있는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이 대구시민원탁회의 의제로 선정됐다. 2017년 1월 대구시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국내 최장(最長) 구름다리를 팔공산에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지 2년여 만의 일이다. 회의는 ‘보존인가 개발인가! 시민에게 듣는다. 팔공산 구름다리’라는 주제로 다음달 16일 엑스코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선 찬반 양측이 ‘지역관광 활성화’와 ‘자연환경 파괴’라는 주장을 앞세워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간 ‘평이한 주제만 다룬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시민원탁회의에서 이 같은 민감한 의제를 선정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찬성 측 “관광 활성화 위한 랜드마크”

대구시는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이 관광객 유치 등 관련 산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교통약자에 대한 편의제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시는 2017년 1월 팔공산 정상 케이블카에서 동봉방향 낙타봉까지 길이 320m, 폭 2m의 현수교 형태로 국내에서 가장 긴 구름다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04년 58.6%에 달하던 팔공산 관광객 유입률이 지난해 12.1%까지 대폭 감소한 데다 그마저도 등산 또는 불교역사문화 탐방 등 단편적인 관광형태를 이루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 같은 계획을 바탕으로 시는 국비와 시비 등 총 140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름다리를 조성하고 팔괘상징 전망대와 체험형 관광지 등을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당시 시가 제시한 구름다리 기본계획 용역에 따르면 구름다리가 설치되면 35만명이던 케이블카 승객이 설치 첫해 20%인 7만명이 늘고 이후 해마다 5%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찬성 측

市, 랜드마크 조성 체험관광지로 개발 복안
年 2천억원 경제효과, 4천명 고용효과 예상
교통약자에 편의제공 차원서 필요 입장도
일부 주민들, 콘도·리조트 등 유치 기대감


반대 측

7개 시민단체 대책위 구성 개발저지 나서
정밀조사 없이 인공구조물 건립 강력반발
국립공원 지정에도 장애요소로 작용 주장
원탁회의는 정당성 확보 요식행위 지적도



또한 설치 이후 5년간 관광소비에 따른 생산 파급효과 1천670억원, 소득 파급효과 329억원, 고용효과 4천여명 등 ‘대박 사업’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시 관계자는 “파주나 원주 등 다른 지역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구름다리 개장 후 많게는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된다. 등산하기 어려워 팔공산 경관을 즐기지 못했던 노약자 및 장애인 등 교통약자도 손쉽게 찾을 수 있어 관광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계획에 힘입어 인근 상인 등 일부 주민도 구름다리 건설에 찬성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시민원탁회의에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 문제가 의제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갖고 있다. 채종훈 공산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팔공산은 대구를 대표하는 관광지라는 상징성이 있다”며 “구름다리 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이해는 하지만 지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 관광지에 랜드마크가 들어선다면 관광·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팔공산의 경우 가족형 숙박시설이 없어 체류형 관광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구름다리 건설을 통해 관광객이 몰린다면 자연스레 리조트나 콘도 등 대규모 숙박시설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에서도 생태계 및 문화재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대 측 “환경파괴에 특정업체 특혜”

구름다리 조성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팔공산에 300m가 넘는 인공 구조물을 건설하면 환경파괴와 함께 자연 경관도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대구경실련·대구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팔공산 막개발 저지 대책위원회’는 “구름다리가 건설되면 수달, 삵, 담비 등 야생동물 서식지를 비롯한 생태계 훼손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며 “이는 생태적 환경이 우선시되는 국립공원 지정에도 장애요소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가 제시한 경제적 기대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드러냈다. 구름다리를 설치하면 관광객이 몰려든다는 발상은 근시안적인 행정이라는 것. 대책위는 “구름다리 건설로 관광객을 모으거나 체류시간 증가와 같은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다는 분석 결과가 있다”면서 “정밀조사나 경제성 분석도 없이 대형 인공 구조물을 세우는 것은 팔공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환경을 보전하면서 관광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구름다리 건설로 특정 민간 사업자가 과도한 혜택을 보게 된다는 주장과 함께 건설 예정 부지 인근에 있는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동화사 염불암에는 시 지정 문화재인 마애불좌상과 보살좌상, 청석탑 등의 문화재가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와의 거리가 500m 이내인 지역에서 공사를 벌일 때는 사전에 해당 문화재에 대한 보존대책 등을 의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이진련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해당 법령에 대해 대구시가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동화사와 협의조차 없었다. 이는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라며 “대구시는 서면답변을 통해 ‘2017년 팔공산케이블카 매출은 30억원 정도이고 구름다리가 조성되면 45억원까지 수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혜택에 대한 케이블카 운영업체의 협상안은 주차장 확장 및 승하차장 정비 등에 불과하다. 인근 주민이나 주변 상인을 위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같은 문제가 시민원탁회의 의제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구름다리 건설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라고 지적했다. 조광현 대구 경실련 사무처장은 “정책 입안단계에서 이 같은 논의를 진행했다면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관련 사업에 대한 예산을 모두 책정해둔 뒤 원탁회의를 하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지난해 12월 주민 반대를 이유로 실시설계 용역을 중단했지만 반대 단체 측과 제대로 접촉한 적도 없다. 이런 과정(원탁회의)은 단순히 정당성을 얻기 위한 요식행위를 넘어 여론을 조작하려는 위험한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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