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銀 ‘PC 셧다운제’ 안착…지역 中企는 대혼란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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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7 07:23  |  수정 2019-06-27 08:36  |  발행일 2019-06-27 제3면
주 52시간제 앞둔 산업현장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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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을 비롯한 지역의 금융기관 등에서는 정시 퇴근을 위한 PC 셧다운제를 실시하는 등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맞춘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영남일보 DB>

산업 현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제도 시행에 앞서 예행연습을 마쳐 큰 혼란 없이 주 52시간 근무제를 자연스럽게 이행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52시간 근무제가 정식 적용되는 대구경북 금융계는 이미 실전 태세에 들어갔다. 은행 등 금융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이었으나 지난해 법 개정으로 특례에서 제외됐다. 대신 주 52시간제 시행이 올 7월로 1년 늦춰졌다.

대구은행은 1년 전부터 주 52시간제를 조기 도입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예행 연습을 일찌감치 이어왔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오전 8시40분부터 오후 6시까지만 PC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해당 외 시간에 사용하려면 인사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셧다운제를 안착시켰다. 조직 문화도 그에 맞춰 바꿔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견기업 도입 예행연습 끝내
경일대, 탄력 근무제 등 마련예정

확대적용땐 생산량·납기일 차질
경영난에 인력 확충마저 어려워
대구상의 “정부 지원책 강구해야”



지역 대학 중 처음으로 경일대는 PC셧다운제를 도입했다. 경일대는 우선 행정부서 컴퓨터의 전원을 제어할 수 있는 ‘주 52시간 솔루션’ 프로그램을 구입해 테스트 중이다. 또 근무시간 외 추가 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경일대는 이미 지난해 3월부터 미취학 아동을 둔 교직원의 출근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추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음달 특례제외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이어 내년 1월1일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된다. 2021년 7월에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지역 경제계는 내년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업체들에 제도가 적용됐을 때보다 훨씬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대구의 5~49인 사업장은 15.9%(3만3천376개사), 50~299인 사업장은 0.95%(1천993개사), 경북의 5~49인 사업장은 16%(3만6천238개사), 50~299인 사업장은 0.98%(2천208개사)로 집계됐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대한 부담으로 혼란에 빠져 있다. 특히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인 대구지역 기업들은 우려가 크다.

지역의 한 기업 대표는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 시간만큼 생산량이 나오는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같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 매출 증대가 어렵다”며 “울며 겨자먹기로 직원을 더 뽑으려 해도 근로시간이 적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경 대구상의 상근부회장은 “규모가 작은 업체는 인력난과 경영 문제로 신규 채용도 어렵다"며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납기 대응에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업체의 경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처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상황에서 기존과 동일한 업무량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용을 늘려야 한다. 이는 영세 중소기업의 인건비 상승 부담을 불러온다.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면 노동력 저하로 상품의 품질 저하를 낳게 되고 이는 매출 감소와 직결된다. 또 근무시간은 줄지만 이전과 동일하게 납기일과 제조공정 등을 지켜야 하는 탓에 지역 중소기업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납기일 준수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속출할 수 있다.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기업이 이 제도에 적응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효율화·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경영혁신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역기업의 영세성을 감안할 때 기업 자체의 노력과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차원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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