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사태...벼랑 끝 버티기에 몰린 대구지역 자영업자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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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2-11 14:53  |  수정 2020-02-11 14:57  |  발행일 2020-02-12 제2면
"끝날 때까지 버티면 사는 거고, 못 버티면 문닫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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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구의 중심 상권인 동성로 거리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젠 버티기에 들어가는 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끝날 때까지 버티면 사는 거고, 못 버티면 문닫는 거고."

대구에서 20년 넘게 판촉물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장모(54)씨는 최근 매장 중 한곳의 문을 닫았다.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로 2~3월에 예정됐던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납품키로 한 제품들이 그대로 제고로 남게 됐기 때문이다. 장씨는 "중국은 춘절 연휴가 길어 연말에 미리 제품을 주문해 받아놨는 데, 매년 하던 행사가 취소돼 납품할 물건들이 고스란히 악성 재고가 됐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바닥경제의 바로미터인 서민 업종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내국인 소비 심리가 위축돼 2015년 메르스 사태만큼 피해가 확산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각종 외부행사가 취소되면서 판촉물 업계의 타격은 고스란히 2~3차 협력업체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 이현공단에서 인쇄후가공업체를 운영하는 이모(43)씨는 "3~5월은 일년 중 외부행사가 가장 많은 판촉물업계 성수기인데 또 공치게 될 것 같다"면서 "메르스 때 매출이 반토막났었는데 이번에는 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성로 로데오거리의 점포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비켜나가지 못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일부 사람들 보일 뿐 전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다.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면서 동성로 상인들은 비싼 임대료와 저조한 매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동성로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채모씨(53)는 "매장을 개업한 지 4개월 차인데, 코로나 문제가 발생한 이후 손님이 줄어 매출에 타격을 입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불황에 이어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성로 중심 상권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10m마다 임대를 내놓은 점포들을 볼 수 있다. 일부 건물은 1층을 제외한 2~3층이 모두 임대를 내놓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임대 점포의 종류 또한 규모가 비교적 큰 안경점부터 청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카페, 인형뽑기방 등 다양했다.

동성로에 위치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동성로에서 임차인을 찾는 점포는 전체의 10~15% 정도"라며 "예전에는 1~2억원씩 권리금을 주고서 들어와야 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권리금을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1~2명만이 상점 문의를 할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상황도 역시 심각하다. 아직까지 장사를 포기하는 사람은 없지만 시장 매출과 방문객이 크게 줄면서 또 다른 메르스 사태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구 대표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서문시장의 경우 상가 대부분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외국인 관광객까지 30%이상 줄어든 상태다.

서문시장 관계자는 "아무래도 매출이 많이 줄다보니까 상인들 걱정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사를 접거나 포기하는 상인은 없다. 모두 한마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상가연합회는 고객들이 안심하고 시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방역작업을 준비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김영오 대구시상인연합회장은 "현재 상가연합회에서 구청 등의 도움을 받아 방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구청의 도움이 없다면 자비로라도 방역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구지역 전체 전통시장에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배포했고 시장 자체적으로도 외국을 다녀온 상인의 경우 2주간 시장에 출근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서정혁기자 오주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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