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전설의 고향, 대구 달서구 도원동 수밭골

  • 송은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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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10:35  |  수정 2024-02-21 08:15  |  발행일 2024-02-21 제24면
배방우, 청룡못, 청룡굴 전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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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루 느티나무 고목으로 이뤄진 수밭골 당산나무.

대구 달서구에는 기이한 전설을 지닌 마을이 있다. 월광수변공원 상류에 자리한 달서구 도원동 수밭골이다. 500년 내력의 수밭골은 세월만큼이나 많은 전설이 전한다. 청룡과 배방우 전설이 대표적이다.

수밭골은 비슬산 북쪽 지맥인 청룡산과 삼필봉 사이에 자리한 남북으로 길쭉한 골짜기 마을이다. 청룡산 서편 수밭골에는 두 가지 청룡 전설이 있다. 하나는 청룡이 승천했다는 청룡못 전설이다. 전설 속 청룡못은 지금의 월광수변공원 내 도원지다. 도원지는 청룡못·수밭못·우리제·우리못 등으로도 불린다. 다른 하나는 청룡굴 전설로 인근 달비골 황룡굴 전설과 연관된다. 수용인 달비골 황룡과 암용인 수밭골 청룡이 청룡굴에 함께 있다가 벼락을 맞았다는 전설이다. 또 청룡산에 살던 이무기 네 마리가 승천을 앞두고 서로 다투다 청룡굴 이무기만 승천했다는 전설도 전한다.

배방우(배바위) 전설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흔히 접할 수 있는 전설로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한다. 아주 먼 옛날 큰 홍수로 세상이 모두 물에 잠겼다. 이때 청룡산 정상 배방우에 배를 묶었다는 것이다. 배방우는 모양이 상여를 닮아 상여바위라고도 한다.

수밭골에는 인근 달비골 쌀바위(석샘) 전설과 유사한 부처바위 전설도 있다. 바위 구멍에서 쌀이 나왔는데 욕심을 내 구멍을 찔렀더니 더는 쌀이 나오지 않고 물만 나왔다는 전설이다. 수변공원 주차장 잔디밭에 놓여 있는 두 개의 거북바위도 전설이 깃들어 있다. 할배바위·할매바위·천황바위라고도 하는데 지금도 정월보름날 이곳에서 마을 제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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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보수한 도원동 상엿집.

수밭골은 약 500년 전 박씨 성을 지닌 선비가 처음 개척한 마을이며 밀양박씨, 고령김씨 집성촌이다. 마을에는 지금도 두 성씨 재실인 도원재(밀양박씨)와 방해재(고령김씨)가 남아 있다. 수밭이란 이름은 숲이 울창해 '숲밭'이라 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현재 수밭골은 달서구를 대표하는 수변공원이자 먹거리촌으로 변모했다.

하지만 옛 수밭골 모습을 그대로 지닌 공간도 있다. 수령 400년 느티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마을 당산이다. 지금도 정월보름이면 이곳에서 마을 제사가 행해진다. 주민들은 매년 봄이면 느티나무 잎을 보며 한 해 농사를 점친다. 나무 전체에 잎이 동시에 나오면 풍년,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라고 한다. 300년 내력을 가진 도원동 상엿집에서도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주차장 남쪽 끝 등산로 초입에 있는 상엿집으로 2016년 보수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수밭골에는 기시니골, 꽃밭동산, 도시락샘, 맷돌바위, 벌바우골, 시부렁만댕이, 위티재, 제비골짝, 쪽박샘, 토끼재 등 정감 어린 옛 지명도 많이 전한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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