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개강 봄바람 실종 그늘진 대학 상권(2) 지갑 얇은 학생들, 부담 없는 학생식당 찾는다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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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2 07:55  |  수정 2024-03-22 07:57  |  발행일 2024-03-22 제12면
경일대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
고물가 지속에 코로나19 이후 대학 문화도 변화하면서 대학가 상권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엔데믹 이후 일상 복귀로 매출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가장 손님이 붐비는 개강철에도 학생들의 발걸음이 줄어 '개강 특수'는 옛말이 된 상황이다.

학생들 발길 뜸해지자 폐업 가게 늘어
작년 4분기 계명대 상가 공실률 1년새 2배

'1천원의 아침밥' 지원사업 운영 인기
간편하고 저렴한 편의점서 끼니 해결도

◆손님 가장 많다는 개강철에도 '한산'

지난 14일 낮 12시30분에 찾은 영남대 경산캠퍼스 정문 대학가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이었다. 인파가 가장 많은 한두 골목을 제외하면 10분 동안 10명도 지나가지 않았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한 식당에 들어가니 20개 테이블 중 4개를 제외하곤 만석이었지만 낮 1시30분이 지난 이후에는 절반 정도가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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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낮 12시 영남대 학생식당. 음식 주문을 위해 키오스크 앞에 줄지어 서 있는 학생들.
해당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개강철이지만 낮 12시부터 2시까지만 (손님이) 많고 이후에는 별로 없다. 코로나 이전에는 3월이면 저녁에도 붐볐는데 요즘은 점심시간이 아니면 한산하다"면서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음식 가격도 원래 1천원을 올리려 했지만 대학가다 보니 500원만 올렸다. 그래도 손님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식당도 사정이 비슷하다. 상인 황태윤(50)씨는 영남대 원룸촌 작은 골목에서 9년간 식당을 운영하다 지난해 정문쪽으로 가게를 옮겼다. 유동인구가 많아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황씨는 "작은 골목이나 정문이나 장사가 안되는 건 마찬가지다. 주변 식당들도 대부분 코로나 이전보다 손님이 줄었다고 들었다"고 했다.

매출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대학 상권을 떠나는 상인들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3.4였던 계명대 집합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8.6으로 1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저렴해도 지출 늘어 절약…학생식당은 인기

대학가 식당은 주 소비층이 지갑이 얇은 학생들이다 보니 타 번화가 상권보다 저렴한 편이다. 학생들의 발걸음이 끊길까 봐 식당들도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외식비 중 자장면 평균 물가는 지난달 기준 대구 6천250원, 경북은 6천원이다. 지난 18일 기준 경북대 인근 중식당의 자장면은 4천500원, 영남대 인근 중식당은 4천원으로 평균 물가보다 각각 1.38배, 1.5배 저렴했다. 또 2019년 2월 자장면 평균 물가는 대구 4천833원, 경북 4천846원으로 5년 새 1천417원, 1천154원 올랐다. 반면 해당 식당들의 2019년 자장면 가격은 두 곳 다 3천500원으로 5년 동안 500~1천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학생들은 대학가 물가가 저렴한 것은 체감하지만 다른 부문에서 지출이 크게 늘어 평소 식비를 아끼고 있다고 말한다. 경북대 김정은(24)씨는 "학교 인근 식당들은 저렴하지만 다른 동네는 물가가 크게 오른 것 같아 부담이 있다. 동성로에서 약속을 잡고 하루만 놀아도 5만원 이상은 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학교에 가는 날만이라도 식비를 아끼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99.5였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11.6까지 상승했다.

이런 분위기로 그나마 저렴한 학생식당에는 인파가 몰린다. 같은 날 오전 11시30분쯤 찾은 영남대 중앙도서관 앞 학생식당에는 수업이 끝나기도 전부터 학생들이 삼삼오오 들어오고 있었다.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 앞에 음식을 주문하기 위한 학생들이 몰려 출입문 앞까지 줄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음식 가격은 대부분 6천원 이하였다. 학생식당 옆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이들도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영남대 김예진(21)씨는 "캠퍼스 밖으로 나가기 귀찮기도 하고 학생식당이나 편의점에선 대부분 인근 식당보다 저렴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맛은 조금 떨어지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아 자주 찾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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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학생식당 옆 편의점. 간단한 음식으로 끼니를 떼우는 학생들도 많았다.
'천원의 아침밥'도 인기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은 아침 식사 결식률이 높은 청년들이 부담 없이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가 대학생 1인당 1천원을, 학교가 나머지 부담금을 지원해 학생이 1천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돈 1천원으로 질 높은 식사를 할 수 있어 많게는 하루 500명 이상이 찾는 곳도 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2022년 49만명분에서 올해 450만명분 규모로 지원 대상과 예산이 확대됐다. 올해 대구지역에서는 △경북대 △계명대 △대구교대 △계명문화대 △대구공업대 △대구과학대 등 6개 대학, 경북지역에서는 △경북도립대 △경일대 △구미대 △금오공대 △대구가톨릭대 △대구대 △대구한의대 △동국대(WISE) △선린대 △안동대 △영남대 △포항공과대 △포항대 △한동대 등 14개 대학이 운영한다. 지난해보다 대구는 2곳, 경북은 1곳이 더 늘었다.

비대면 익숙해진 학생들 단체행사 꺼려
술집 매출도 코로나 이전보다 20~30% '뚝'

"대학가 활기 찾으려면 MZ 취향 공략
'팝업 스토어' 등 트렌디한 요소 필요"

◆단체모임·음주도 안 즐긴다…술집도 조용

코로나19 이후 대학 문화가 크게 바뀌면서 술집 등 저녁 시간대 영업하는 가게도 손님이 크게 줄었다. 지난 13일 오후 6시 경북대 북문 앞에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지만 대학가 술집 골목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그나마 지나가는 학생들마저도 원룸촌으로 향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경북대 북문 대학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상인 5명을 찾은 결과 5명 모두가 코로나 이전보다 매출이 20~3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 기간 비대면 활동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이 대면 모임·단체 행사 등을 꺼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기존 '부어라 마셔라' 식의 음주문화도 사그라들면서 주류 소비 감소로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경북대 북문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우모(50)씨는 "물가 상승으로 소주 가격을 올리긴 했지만 4천500원으로 다른 술집보단 저렴하다. 그런데도 손님이 많이 줄었다"면서 "주류 가격보다는 대학 문화가 바뀐 게 원인인 듯하다. 술도 많이 안 마시고 서로 어울리는 문화가 많이 줄은 것 같다. 단체 손님 예약도 3월이 지나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남대에서 학생회 간부 활동을 하는 김모(24)씨도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개인주의 문화가 심화된 걸 느끼고 있다. 개강 총회나 학과 모임에 참여하는 학생이 많이 줄었다. 참여하더라도 대부분 밤 11시 전에 해산한다"며 "학과 모임보다는 저학년도 자기 계발, 취업 스펙 쌓기 등 개인 활동에 열중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대학가가 예전처럼 활기를 띠려면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가 개발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우혁 인천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코로나 이후 대학생들에게 비대면 활동이 익숙해지고 대면 모임이 상당히 줄어 상권 상황이 예전으로 돌아가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뻔한 상권에서 MZ세대가 놀고 싶은 장소로 거듭나는 것이 중요하다. 팝업 스토어(신상품 등 특정 제품을 일정 기간 동안만 판매하고 사라지는 매장) 등처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놀이 요소를 넣는 등의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사진=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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