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의 세계식문화산책] 인류의 못 말리는 꿀사랑

  • 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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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9 07:57  |  수정 2024-03-29 08:05  |  발행일 2024-03-29 제13면
꿀 찾아 천길 낭떠러지·열대밀림까지…인간의 탐욕에 미래는 꿀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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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수현기자

8천년 전에도 인간은 꿀을 먹었다. 스페인이나 프랑스 등 벽화에도 꿀 채집 그림이 남아 있다. 이집트의 경우 식용, 약용, 미용 목적으로 꿀이 쓰였다. 성경에도 꿀 이야기가 여러 번 언급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이 나온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다.

장수하는 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꿀을 즐겨 먹는다는 사실이다. 지구촌에서 꿀을 싫어하는 이가 거의 없다. 심지어 동물들도 야생꿀을 찾아서 돌아다닌다. 입술이 퉁퉁 붓도록 꿀을 먹는다. 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인간의 꿀 사랑이 지극하다. 그래서 사랑하는 이를 '허니'라고 할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따끈한 물에 꿀을 한 수저 타서 마시면 좋다.

대량생산 하려고 설탕물 먹이고
화학물질 사용 가짜꿀도 만들어
세계 각지 꿀벌 30~40% 사라져

농작물 70%는 꿀벌수분에 의존
이제라도 생태환경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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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실(체리)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네팔의 경우 석청이 유명하다. 밧줄을 타고 높은 바위에까지 올라가 꿀을 채집한다. 거의 목숨을 걸고 거대한 벌집을 따게 된다. 워낙 알려져서 한국인도 선호하지만 국내 반입은 금지된다. 그런데도 현지에 가면 석청을 파는 장사꾼들도 있다. 하지만 석청은 그리 많이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한국인이 고국에서 온 손님들한테 "이건 석청입니다. 제가 땄어요." 그럴 수가 없다. 석청은 약성이 강해서 심하면 사망하거나 어떤 이들은 2박3일간 잠에 취한다.

캄보디아산 꿀도 유명하다. 목청이다. 열대지방이고 꽃도 여러 종류 많이 피는 지방이라 밀림에서 사람이 나무에 올라가 벌집을 딴다. 높은 나무일 경우 목숨을 거는 작업이 될 것이다. 나무 위에만 있는 게 아니다. 벌은 나무 뿌리 부근의 빈 공간에도 벌집을 지어놓고 꿀을 모은다. 인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벌들이 모아놓은 꿀을 그냥 두지 않는다. 한국인 어느 사업가가 목청을 들여와 비즈니스를 한다. 예쁜 도자기 용기에 담아서 백화점에 판매하고 있다.

인도나 중동 문화권에서는 꿀 관련 습관이 있다.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신생아의 입술에 꿀을 발라준다. "너의 인생이 이 꿀처럼 달콤하기를 바란다"는 사랑스러운 말도 해준다. 그러나 사람이 살다 보면 소태가 쓰다 한들 어디 인간의 삶보다 더 쓰랴? 사람이 산다는 게 고해의 바다를 헤엄치는 것과 같고 바위를 손톱으로 매달리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나? 인생의 꿀을 따느냐 하면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갔을 때 한국인은 꿀을 사 온다. 그곳 꿀은 예외 없이 진품이다. 현지인에 의하면 설탕이 야생꿀보다 더 귀하고 비싸서 도저히 가짜 꿀을 만들 수가 없단다. 청정지역이고 또 품질이 뛰어나서 두바이나 중동의 유명 백화점으로 수출된다.

역사 속 유명 인사 시바의 여왕이 자신의 애인에게 선물한 것으로도 이름난 예멘 꿀도 인기이다. 예멘인들은 꿀을 신성시한다.

뉴질랜드의 마누카꿀이나 캐나다산 꿀도 세계적으로 소비가 늘어난다. 벌이 얼마나 중요한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어보면 실감 난다. 벌이 있어야 지구촌에서 여러 과일도 열린다. 프랑스 파리 시내 꽃나무에서 벌들이 보였다. 그러나 도시에서 벌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 소멸보다 더 위험한 신호다.

자연은 완벽한 조물주의 명작이다. 그중 꿀은 건강식품이자 약이다. 꿀이 얼마나 좋으면 인류의 3대 대표 종교 경전에도 나올까? 성경, 코란, 불경에 꿀이 언급되어 있다. 오래 두어도 썩지 않는 게 바로 꿀이다. 꿀은 신께 드리는 예물로도 쓰인다. 외국에서는 결혼 선물로도 인기다. 부유층은 아기를 목욕시킬 때 전신 꿀 마사지를 시켜준다.

자연꿀을 찾던 이들이 이제 양봉을 대규모로 한다. 설탕물을 먹여 벌을 키우는가 하면 화학 물질로 가짜꿀도 만들어낸다. 무엇이든 자연이 주는 선물이 최고다. 벌의 입장에서야 인간은 천적이다. 그들이 부지런히 따서 모으는 꿀을 인간은 보이는 대로 약탈해 가기 때문이다. 사람은 꿀이든 무엇이든 자연의 혜택으로 생존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꿀벌 집단이 갑자기 사라지는 군집붕괴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꿀벌의 30~40%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심각한 식량 위기를 불러올 징조다.

꿀벌이 전 세계 식량자원의 70%를 수정해서 결실을 보게 한다. 대부분의 농작물이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이다. 만약 꿀벌이 멸종하게 된다면 심각한 식량자원 감소로 인류는 아사의 위기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인류 생존과 생태계 균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벌이 더 사라지지 않도록 기후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꿀은 한 단어이다. 언제나 달콤하고 인간을 유혹하는 말이다. 그러나 '꿀' 글자 두 개가 겹치는 '꿀꿀하다'는 기분이 별로라는 뜻이다. 셋이 되면 돼지가 밥 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꿀꿀꿀'이 된다. 외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울 때 이렇게 같은 단어의 반복으로 전혀 다른 뜻이 되는 걸 보며 아주 재미 있어 한다. 꿀처럼 변하지 않는 것도 드물다. 꿀 같은 신뢰, 그러니 꿀 같은 우정이라는 문장도 가능하겠다.

대한민국의 경우 지리산 토종꿀이 인기이다. DMZ에서도 청정꿀이 생산된다. 인간의 발걸음이 금지된 구역에서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해 동식물의 낙원이 되었다. 작은 생명체인 꿀벌만 봐도 인류의 미래가 보인다. 자연을 너무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농약을 쓰며 훼손하고 있으니 지구촌 꿀벌도 견딜 수가 없겠다. 미래에도 인류의 수는 늘고 식량난은 더 가중될 것 같아 마음이 꿀꿀하다.

로컬 AI블루테크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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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석청을 따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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