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핫 토픽] 대파의 정치적 영향력

  •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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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9 06:58  |  수정 2024-03-29 07:50  |  발행일 2024-03-29 제26면
尹대통령의 민생 점검 때 나온 "대파 875원, 합리적 가격" 발언
민주 이재명 대표 비판…조국 "좌파 우파 아닌 대파 탓에 망할 것"
대파 가격이나 언어유희로 정치적 공방 대신 진짜 민생 챙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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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 '파오리' 인터넷캡처
일본의 애니메이션이자 게임 시리즈인 포켓몬스터 중 '파오리'라는 캐릭터가 있다. 포켓몬스터 도감의 설명으론 "둥지를 만들기 위해서 식물의 줄기 하나를 항상 들고 걷는다." "가지고 있는 파 줄기는 무기이기도 하다"라고 한다. 설명처럼 항상 파 한 줄기를 가지고 다닌다. '딱 맞다'는 뜻을 가진, "오리가 파를 지고 나타나다"라는 일본속담이 파오리의 모티브라고 한다.

애니메이션에는 파오리를 잡(아 먹)으려는 에피소드도 있다. '파오리가 갖고 다니는 파가 맛있다'는,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는 소문으로 시작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걸어다니는 밀키트'라는 놀림이 있기도 하다. 이밖에 파오리의 진화형인 '창파나이트'가 포켓몬스터 주인공의 파트너로 활약하며 마니아 사이에선 한동안 인기였다. 오리 모습의 포켓몬은 몇 종류 더 있다. 중요한 건 '파'를 든 오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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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야채 매장에서 파 등 야채 물가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국 정치, 대파 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875원' 발언 탓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민생점검차 마트를 방문해 대파에 붙은 가격표를 언급하면서 "합리적인 가격이라 생각된다"라고 한 것이 시작이다. 875원은 할인에 또 할인을 더해 나온 가격이다.

야당은 "국민의 삶에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앞장섰고 국민의힘 이수정 경기 수원정 후보가 윤 대통령을 '실드' 쳤다. 이 대표는 20일 인천의 한 시장에서 대파 한 단을 들어 보이며 "850원 맞습니까? 5천원입니다"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좌파·우파도 아닌 대파 때문에 망할 것"이라고 언어로 유희했다. 이 후보는 "한 단이 아니라 한 뿌리가 875원"이라고 윤 대통령을 옹호했지만, 사실 그날 윤 대통령이 본 대파는 한 단이 875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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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를 잘라서 물에 담궈 둔 대파. 조금씩 자란다.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기자는 장을 보러 가 대파를 살 땐 흙대파를 산다. 깨끗이 씻어 뿌리는 잘라내고 모아놓는다. 나머지 부분은 송송 썰거나 큼직하게 썰어 따로 얼리거나 냉장한다. 모아놓은 뿌리는 자른 페트병에 넣어 물을 부어 키우다 흙으로 옮긴다. 잘 크지는 않는다. 기자의 실력이 부족해서겠지만. 대파 가격이 치솟자 몇 해 전 기자처럼 파를 직접 키우는 '파테크족(族)'이 있었다. 지난해엔 대파를 주재료로 한 버거도 있었다. 해외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국내재료의 상생이다.

대파의 대략적인 가격을 알고 '이 가격이면 합리적이다, 싸다' 생각할 순 있겠지만 한 달 전 또는 한 해 전 값을 외우면서 장을 보는 시민은 드물 것이라 본다. 물론 민생의 대표로 대파가 언급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도 야당도 대파 가격 논쟁은 그만두고 정말 정말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어떨까.

박준상기자 juns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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