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22대 총선, 신뢰의 선거문화를 만들자

  • 김영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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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4 08:06  |  수정 2024-04-04 08:07  |  발행일 2024-04-04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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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사람은 객관적 사실을 믿고 싶은 게 아니라 믿고 싶은 걸 믿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인지오류를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확증편향에 따른 대립과 불신의 양극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각한 양극화 상황은 외국의 저명한 연구기관에서 발표하는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레가툼에서 매년 조사 발표하는 세계번영지수인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종합 순위는 조사대상 167개국 중 29위로 상위권이지만, 평가항목 중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적 자본 지수 순위는 107위로 종합 순위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여러 동남아국가에 비해서도 하위권에 있다. 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발표한 2023년 민주주의 지수에서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평균 8.09점을 얻어 167개 국가 중 22위에 올랐다. 5개 평가항목별 점수(선거과정과 다원주의 9.58점, 정부기능 8.57점, 정치참여 7.22점, 정치문화 6.25점, 시민자유 8.82점) 중 선거절차의 공정성을 나타내는 선거과정과 다원주의 항목은 최상위 점수를 받았지만, 민주주의를 뒷받침할 만큼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결속력 등을 주로 반영하는 정치문화의 점수는 다른 항목 중 가장 낮았다.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알려진 이런 편향적 양극화가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SNS 등에서 선거에 대한 불신과 부정선거 의혹제기 등으로 여론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제21대 총선과 관련하여 총 126건의 선거소송이 제기되었지만, 작년 8월 말 해당 소송들은 대법원에서 기각 95건, 각하 8건, 소 취하 등 23건으로 1건도 인용되지 않고 모두 의혹 제기자인 원고의 패소로 종결됐다. 지난 제21대 총선 결과에 대한 최종판결을 계기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부정선거 의혹제기가 해소되기를 기대했지만 아직까지도 각종 유튜브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사법적 판단까지도 부정하며 이에 승복하지 못하고 거짓된 정보를 통해 과거의 선거들이 지속적으로 부정선거라고 주장을 하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선거불신을 조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제기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선거의 정당성을 훼손하여 민주주의 제도를 위협하는 행위이다. 선거관리 절차의 하자나 의혹을 짚어내고 바로잡는 것은 선거인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막연한 의혹 제기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사회통합기반 강화 등 정치적 차이를 정당한 것으로 수용해 갈등과 문제해결을 하는 사회적 자본인 신뢰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 선관위는 지난 대선 때의 사전투표관리 부실을 만회하고 앞으로 불필요한 오해나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거관리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개표과정에 수검표절차 추가, 사전투표용지 일련번호 등 표기를 1차원 바코드로 변경, 사전투표함 등 보관장소 CCTV 상시공개, 선거정보시스템의 안정성과 보안성 강화 등 여러 대책을 마련하였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혹시나 편향적으로 선거부정이나 불신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는 성숙된 민주의식을 통해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 없이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편향적 생각으로 책임감 있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선거사무종사자들을 부정적 시각으로 감시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선거의혹을 제기한다면, 선거제도를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어도 사회적 비용만 증가할 뿐 결국에는 끝없는 불신과 의혹 제기의 굴레 속에 빠져 민주주의 발전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김영도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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