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골프와 정치는 닮았다

  •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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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2 07:00  |  수정 2024-04-22 07:01  |  발행일 2024-04-22 제22면
골프와 정치는 중독성 있어
실패 반복해도 끊기 어려워
좋은 사람과 라운딩은 행복
국민도 좋은 정치 보면 행복
22대국회선 그런 정치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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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골프와 정치는 중독성이 있다. 끊기가 어렵다. 운동신경이 없어서인지 투자한 노력에 비해 골프 점수가 신통찮다.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몇 번이고 끊으려 했지만, 골프의 강한 중독성은 지난 라운딩 후 굳게 했던 다짐을 새까맣게 잊고서 다시 골프장으로 향하게 만든다.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4년마다 겪는 실패의 좌절마저 잊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 때문인지 때가 되면 후보자들이 문자와 SNS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지난 주말 평소 존경하고 좋아하던 분들과 라운딩을 하였다.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장시간 함께 걷고 이야기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골프의 중독성을 강화시키는 요소이다. 총선 직후인지라 한참이나 정치 이야기를 하다 보니 라운딩이 끝날 때쯤 머릿속에 골프와 정치가 비교되기에 정리해 보았다.

첫째, 거만하거나 방만하면 실패한다. 골프 점수가 좋으려면 공을 멀리 정확하게 보내야 한다. 둘 다 만족스러워야지 거리와 방향 중 하나만으로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약간 썰렁한 농담이지만, 골프에서 거리만 만족스러운 것을 '거만하다', 방향만 만족스러운 것은 '방만하다'라고 줄여서 말한다. 둘 다 갖추지 못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정치 역시 이념과 실리가 모두 좋아야 한다. 이념 내지 명분이 방향이라면, 실리는 거리이다. 양자가 조화를 이루면 국민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또한 사전적 의미 그대로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거만하면 안 된다. 누구 말처럼 골프와 정치는 고개 들면 망한다. 선거 운동 기간만큼 겸손하면 실수가 없다.

또한 실적에 매몰되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할 입법이나 정책을 방만하게 양산해서는 안 된다. 법안을 몇 개 발의했는지가 아니라 어떠한 법안을 발의했는지가 중요하다. 언론을 의식한 선정적인 법안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시절은 지났다. SNS와 시민사회단체의 발달로 의정활동의 모든 것이 생생히 기록되고 다음 선거 때 심판된다.

둘째, 포기하지 않으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라운딩을 하다 보면 수없이 많은 난관을 만나게 된다. 벙커나 러프에 공이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거센 비바람에 중단할지를 고민하는 순간이 온다.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 참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은 하늘이 찾아오기도 한다.

법안을 만들거나 정치를 함에 있어 어떠한 압박이 있더라도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소신 있게 추진하기 바란다. 당명이라는 변명으로 본인의 신념을 포기하면 안 된다. 법안에 반대하는 상대 당은 물론이고 각종 단체나 기관을 설득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셋째,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라운딩 중에 점수를 보지 말라고 한다. 평소보다 잘 치면 더 잘해 보려고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럼 무너지게 된다. "골프 점수는 지각은 있어도 결석은 없다"라거나 "자신의 핸디는 18번 홀 카트 도로를 뚫고 나온다"는 골프의 격언은 틀린 적이 없다. 혹여 하루 잘 치더라도 다음 날도 잘 친다는 보장이 없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고, 선수가 조금 쌓였다고 결코 주권자인 전체 국민보다 현명해질 수 없다. 자신이 잘하는 영역에서 국민의 뜻을 헤아려 봉사하는 것이 좋은 점수를 얻는 지름길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라운딩하면 행복한 것처럼 국민은 좋은 정치를 보면 행복하다. 그런 정치를 22대 국회에서 보는 것이 필자가 올해 골프 점수 90대를 깨는 것만큼 어렵지 않았으면 좋겠다.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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