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동조자' 박찬욱 "영화에선 표현못한 인물들 시리즈로는 가능했죠"

  • 김은경
  • |
  • 입력 2024-04-24 14:55  |  수정 2024-04-24 14:56  |  발행일 2024-04-25 제17면
2회차 공개만에 글로벌 1위 등극
베트남계 혼혈남 내적 갈등 그려
박찬욱2
미국 HBO와 만든 시리즈 '동조자'로 OTT 1위에 오른 박찬욱 감독. <쿠팡플레이 제공>

박찬욱 감독의 새 시리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1위로 등극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국의 HBO, 15일 한국의 쿠팡플레이를 통해 첫 회가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동조자(The Sympathizer)'는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덴마크, 핀란드 등 총 20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이 수상 이후 처음 연출을 맡았다는 이유로 개봉 전 후 이목이 집중되더니 공개 2주차 만에 빠른 속도로 정상에 올라선 것.

'동조자'는 베트남이 패망한 1970년대를 배경으로 복잡한 출생의 사연을 가진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화려한 미장센과 다양한 복선, 섬세한 심리묘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동명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베트남계 혼혈 청년이 두 개의 문명, 두개의 이데올로기 사이에서 겪는 혼란과 내적 갈등이 중심이다.

'동조자'는 총 7부작으로 구성됐지만, 박 감독은 초반 3부작만 연출을 맡았다. 이처럼 한 작품의 연출을 여러명이 나눠서 하는 작업방식은 국내에서는 흔치 않지만, 해외에서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또 '어벤저스' '아이언맨' 등으로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인 4역을 연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팬들이 '로다주'라는 애칭을 붙여줄 만큼 한국과 친숙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매력이 십분 살아있다. '동조자' 연출을 한 박 감독을 만나보았다.

▶TV 시리즈 작품을 연출한 소감은?
"시리즈의 매력은 극장용 영화와 달리 많은 인물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정리하지 않고 그들의 매력과 개성을 표현하려고 했다."

▶극중에 한 사람이 1인 4역을 하는 장면이 있다?
"원작소설을 읽고 분석하고, 어떻게 각색할 것인가를 논의하던 초창기였다. 교수, CIA 요원, 하원 의원 등 각각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백인 남성들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깨달은 것은 결국 4명의 인물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4개의 얼굴이면서 결국은 하나의 존재라는 것이었다. 이 점을 시청자들이 단박에 알게 하고 싶었기에 만들어진 장면이다. 그리고 촬영과정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만났는데 자신이 한국에서 '로다주'로 불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웃음)

▶1인4역을 소화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 대해서 말한다면?
"이 역할에 맞는 백인남성, 중년배우가 누가 있을까를 고민했다. 한명 한명은 조연이지만 4명을 다 합치면 스크린 타임이 결코 짧지 않기 때문이다. 근데 참 희한하게도 제작진 모두가 같은 생각을 했다. 훌륭한 배우가 많아도 다양한 역할을 다 구별되게 표현하는 개성강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을텐데 모두가 한 사람의 배우를 생각하고 있었다. 로다주는 TV시리즈물을 한적도 없고, 워낙 슈퍼스타인지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만 섭외를 생략하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으니 일단 메시지를 띄워보았는데 아주 금방 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와서 신나게 작업을 시작했다."

▶연출자로서 원작 소설과 달리 부각한 부분이 있다면?
"이 작품은 대위가 어딘가에 갇혀서, 강압에 의해서 자술서를 강요당하는 기본 세팅이 있다. 그 상황을 따라 가면서 중간중간에 엉뚱한 사람의 목소리를 개입시키는 영화적 기법을 활용했다. 원작 소설과 다르게 가장 부각시킨 부분이 있다면 코미디였다. 상황이 갖고 있는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수단으로서 인물을 최대한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냥 웃기는 게 아니라 말도 안되는 이상한 상황, 불쌍하기도 하고 비극적이기도 한 상황에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벌어지는 씁쓸한 욕망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김은경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연예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