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窓] 무너진 의료 체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 곽재혁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곽재혁 신경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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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6 06:51  |  수정 2024-04-26 06:51  |  발행일 2024-04-26 제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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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혁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곽재혁 신경과 원장)

지난 22대 총선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결국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게 작용하였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등 여러 가지 악재가 있었으나 가장 큰 요인은 독선, 불통으로 상징되는 국정 운영 기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정부의 고집스러운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 또한 총선에 큰 악재로 작용했다. 총선은 끝이 났지만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의정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정원 확충 규모인 2천명을 과학적 추계로 산출을 했다고 하였다. 하지만 연구서를 작성한 저자들도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는 주장을 하였으나 한 번에 2천명을 증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의대 학장과 의대 교수들도 강의실과 의대 교수, 그리고 해부용 시신 등 현재의 교육 여건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인원이라고 2천명의 급격한 의대 정원 확충을 반대하였다. 전문가들도 의문을 품고 있는 의대 정원 2천명 확충은 왜 이렇게도 정부가 밀고 있는 것일까?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은 여권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바닥을 치는 대통령 지지율을 만회할 카드가 필요했다. 현 정권은 과거 사교육과 민노총을 이권 카르텔로 지목하고 카르텔 타파를 국정운영 방향으로 잡으면서 지지율의 상승을 경험하였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다른 카르텔 대상이 필요했다. 대통령의 칼끝은 의사들을 향했다. 대통령의 무모한 정책은 초기에는 지지율의 급격한 상승을 보였지만 점차 정부의 거짓 의료개혁이 민낯을 보이면서 다시 지지율은 급락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부메랑이 되어 여권의 총선 참패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정권이 내세웠던 구호이다. 이와 함께 적폐 청산이라는 키워드로 문재인 정권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문 정권은 '조국 사태'로 기회의 불평등과 과정의 불공정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면서 정권 교체라는 반대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전략은 이권 카르텔 타파이다. 카르텔 타파는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 선택의 차이이고 결국에는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여론몰이용 도구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던 길을 가고 있다. 문제는 잘못된 정부의 정책이 의료 붕괴와 함께 국민의 건강권에 중대한 위험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의료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지역 간 의료 불균형과 필수의료인력의 부족이라 할 것이다. 의대 정원 확충을 하더라도 전문의가 배출되는 데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금의 상황에서는 해답이 될 수 없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필수 의료 수가조정과 건강보험 재정 확보 등 40년이 넘게 지속된 현실에 맞지 않는 건강보험체계의 개혁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은 교주고슬(膠柱鼓瑟)과 같다. 터무니도 없는 방법으로 일을 꾸려나가려는 우둔함을 계속 보인다면 전 세계가 부러워하던 K-의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막가파식 의료 정책 추진을 멈추고 신뢰가 무너진 의정관계의 회복을 우선시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현안 협의체에서 충분한 토론과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곽재혁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곽재혁 신경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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