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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과 책상 사이] 인간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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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설기자
  • 20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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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때 수학시험을 망친 적이 있습니다. 늘 90점 이상 받았는데 어느 날 70점을 받았습니다. 엄마와 수학 성적 때문에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고모가 오셨습니다. 고모는 잠시 이야기를 듣다가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너무 야단치지 말아요. 오빠와 나, 막내 모두 수학을 못했어요. 집안 내력이니 어쩌겠어요.’ 그때부터 수학이 너무 하기 싫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수학은 잘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고통을 누가 알겠습니까.” 수학 때문에 입시에 실패한 학생의 말이다.

“관상을 보면 공부를 잘하게 생겼고, 귀티가 난다. 집이 그렇게 가난한데 그런 꿈을 꾸다니 안타깝다.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엄마, 아빠가 다 전문직 종사자니 바탕이 달라.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여자는 남자보다 원래 수학을 못하는 게 확실히 맞아. 등등.” 대부분 사람들은 학창 시절 선생님이나 어른들의 이런 이야기를 우연히 엿듣게 된 경험이 있다. 가난하기 때문에, 부모님이 많이 배우지 못해, 관상이 안 좋아서, 예쁘지 않아서 등의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았던 씁쓸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재능이나 지능, 부자가 될 가능성 등이 전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라면 모든 학생이 밤새워 책을 읽고 공부할 필요가 없다. 그런 특혜를 타고난 학생들만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용써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골상학이나 우생학과 같은 생물학적 결정론은 인종주의, 특히 백인 우월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였다. 이것은 서구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는 논리적 근거로 이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서구 식민지인과 유대인, 동성애자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 약자를 체계적으로 억압하는 데 악용되었다. 유전자 결정론에 따른 사회생물학과 진화생물학에 반대하며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섰던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인간에 대한 오해’에서 “노예제도, 식민주의, 인종차별, 계급구조, 성 역할에 관한 주장들이 과학이란 깃발 아래에서 전개되었다”고 주장하며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했다.

노예를 부렸던 18세기까지만 해도 인종 서열화는 과학이 보증하는 든든한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백인종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물증으로 ‘두개계측학’을 탄생시켰다. 머리 골상의 크기는 곧 뇌의 크기를 말한다. 뇌의 질량이 크면 사고력이 높다는 논리였다. 이 논리에 따라 그들은 맨 앞에 코카서스(유럽 백인)인종, 그다음에 말레이, 몽골인종, 맨 아래는 인디언과 아프리카 흑인을 위치시켰다.

‘타고난 재능이나 IQ도 무시할 수 없고 중요하다’는 말은 맞다. 문제는 ‘무시할 수 없고 중요하다’는 말과 ‘그것이 모든 것을 다 결정한다’는 말은 완전히 다른 의미라는 것이다. 유전자가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도 환경을 다르게 하면 전혀 다른 인간으로 성장한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가능성의 총체다. 우리는 간절히 소망하고 꿈꾸며 꾸준히 노력하면 바라는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이야기해야 한다.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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