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두 웹툰 작가의 ‘엇갈린’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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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3-14   |  발행일 2014-03-14 제42면   |  수정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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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꽤나 자주 볼 수 있다. 초창기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성적을 연이어 기록했음에도 이런 시도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은밀하게 위대하게’나 ‘이끼’ 같은 흥행작도 심심찮게 나오게 됐다.

지난해 말 연이어 개봉한 두 편의 한국영화는 단순히 웹툰을 영화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웹툰 작가가 스스로 연출까지 맡아 관객의 눈길을 끌었다. 한 작품은 원래 영화로 만들기 위해 시나리오를 썼다가 제작이 여의치 않자 먼저 웹툰으로 선보인 후 처음 의도대로 영화화한 경우다. 다른 한 작품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시나리오 탓에 웹툰으로 선보이려 했던 것을 충무로 캐스팅 1순위 배우가 붙으면서 영화화로 이어진 경우다. 둘 중 하나는 ‘1천만 영화’가 되었고, 다른 한 편은 그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먼저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으로 잘 알려진 ‘또띠’의 정연식 작가, 아니 감독의 ‘더 파이브’다. 제2회 대구여성영화제 폐막식에서 만난 정인기씨가 이 작품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거니와, 평소 장르물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도 있어 내심 기대했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잔인하게 잃은 여자 ‘은아’와 그녀의 복수를 돕기 위해 은밀하게 결성된 조직 ‘더 파이브’가 펼치는 복수극을 그린 것인데, 극에 몰입하기 위해선 무참히 깨진 ‘은아’의 단란한 가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부분이 너무 단편적으로 그려져 몰입이 어려웠다. 이른바 ‘로코퀸’ 김선아의 낯선 모습도 관객들에겐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은 ‘또띠’만큼은 아니더라도 ‘당신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스틸 레인’으로 호평받았던 양우석 작가, 아니 감독의 ‘변호인’이다. 변호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권변호사의 길로 나서게 만든, 1981년의 대표적 용공 조작 사건인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휴먼 드라마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는 작금의 ‘안녕하지’ 못한 상황에 지친 30대 이상 관객의 발길을 극장으로 모으면서 역대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언급할 만한 특별한 영화적 성취는 보이지 않았지만 진심을 다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호연도 좋았다.

요즘 영화들을 보면 아무리 마케팅비를 쏟아부어도 관객의 입소문을 이기긴 힘든 모양이다. 잘 만든 영화는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는 게 진리다. 그래도 영화감독의 꿈을 위해 10년 가까운 인고의 시간을 겪으며 늦깎이로 ‘입봉’한 정연식의 차기작도 보고 싶은데 글쎄, 쉽지 않을 듯해 ‘안녕하지’ 못하다.

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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