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성의 북한일기 .2] 새벽부터 물걸레로 도로를 닦는 남녀노소…김 주석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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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1   |  발행일 2014-04-11 제36면   |  수정 2014-10-17
20140411
북한 동해안 추진해수욕장으로 북한 직원들과 함께 야유회를 갔다.

◆ 1997년 7월4일

오늘 다시 북한 나선시로 향했다. 김창규 처장과 이대영 차장의 배려로 나진에서 필요한 물건을 많이 준비했다. 시집가는 딸에게 하듯이 이것저것 챙기는 이 차장이다.

김진경 총장님, 이승률 회장, 최룡호 국장, 조현직 교수, 손신원 교수, 한우섭 교수, 김창규 부장 그리고 나. 오늘은 비파 휴양소를 찾았다.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김일성 주석의 휴양소가 있던 곳이라 한다. 바닷가에서 이동식 식당이 차려졌다. 어죽 맛이 일품이다.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앞으로 좋은 관광자원이 될 것 같다. 홍콩에서 이곳에 카지노장 건설을 착수했다. 공사는 중국 연변 천우건설 회사에서 수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 1997년 7월5일

오늘 저녁은 나진시(나선시) 행정 위원장(시장) 김경원 동지가 우리 일행을 초대했다.

나진시 대외경제협력국장 신 국장도 동석이다. 유럽에서 유학하고 해외여행을 많이 해서인지 경험이 풍부한 덕에 사고의 폭이 상당히 넓고 깊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들과 대화에 별 지장이 없을 것 같다. 첫인상이 좋아 호감이 간다. 남과 북이 하나로 통일이 되면 나선시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 일을 한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총장님의 말씀에 더욱 큰 사명감과 보람을 느낀다. 주님이 나에게 주신 달란트를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도우심의 손길이 항상 함께하여 주실 것을 믿는다. 만찬 테이블은 원탁으로 된 식탁이다. 개개인 앞에 각종 음식이 차려진다. 다만 한 가지, 신선로는 식탁 가운데 하나가 놓였다. 식사 전에 나진시 행정 위원장이 말했다.

“식전 행사를 하십시오.”

무슨 말인가 했는데, 우리들에게 식사 전 기도를 하라는 배려의 말이다

아! 이 무슨 말인가. 우리 일행이 하나님을 믿는 것을 알고 있음이다.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다. 조심조심해야지! 나선시 김경원 시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곳에 있는 동안 사진을 찍을 때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라는 나의 말에 “찍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남루한 옷차림의 사람들을 찍어 서방세계에 알리는 것은 안 됩니다” 지난번에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말을 덧붙여 답해주었다.

◆ 1997년 7월6일

나진 부두 옆에 있는 대지 7500㎡를 계약했다. 나진 과기대가 설립될 부지 지형도를 가지고 모두 떠나고 나만 홀로 이곳에 남았다. 내가 머물 곳을 마련해 주셨다. 구소련 기술자 가족이 살던 아파트다. 가까운 곳에 화력발전소가 있다. 구소련 사람이 건설한 발전소다. 4층에 방을 얻었다. 조그마한 거실과 방, 그리고 아주 작은 화장실, 현관 입구에 설치된 주방시설 등 청소는 깨끗이 되어 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 두 분이 청소를 해 주신다. 당직 아저씨가 냉장고, 변기, 전기, TV 모두 불편함이 없도록 손을 봐 주셨다.

이분들과 아름다운 교제를 이루어 가야지. 거리에는 휴지 조각, 담배꽁초 하나 없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순박하고 깨끗하다. 하나님께서 아브람에게 지시한 땅이 이곳인가. 순종하게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손신원 교수님께서 미화 500달러를 주고 떠나셨다. 유용하게 사용하리라.

◆ 1997년 7월7일

내일이 김일성 주석 서거일이다. 그래서일까. 새벽부터 어른,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와 도로청소에 힘을 모은다. 물통과 걸레가 보인다. 물을 물통에 가지고 나와서 도로에 붓고 걸레로 닦는다. 손바닥으로 닦는다. 분주하게 움직인다. 책임자들이 독려하는 소리도 들린다. TV에서는 며칠 전부터 김 주석에 대하여 흠모하며 애도의 정을 나누고 있다. 상점들도 문을 닫고 애도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 현장 일꾼들의 식사가 너무 빈약하다. 최룡호 국장이 오면 상의해서 식단의 질을 개선해야겠다. 식당에서 일을 하는 아가씨의 밝은 미소, 청결한 식당 분위기, 정직한 계산, 비록 크고 화려 하지는 않아도 잘 정돈되고 청결한 식당이다. 맑은 웃음으로 봉사하는 처녀들. 참으로 아름답다. 그 맑고 밝은 미소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예절 바른 행동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도 가슴을 여미고 긴장의 끈을 풀지 않아야겠다. 행여 나의 모습이 잘못 비쳐지지 않도록 조심하리라. 창조주께서 나를 이곳에 보내신 뜻 을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건축의 은사가 나보다 몇 백 배나 나은 사람도 무수히 많고, 믿음이 훌륭한 사람도 많고 많은데 어찌하여 별 볼 일 없는 나를 대한민국 최초의 사람으로 이곳에서 일을 하도록 하셨을까? 감사, 감사할 뿐이다.

TV에서는 많은 외국인이 김 주석 동상 앞에서 헌화하고 경의를 표한다. 아나운서가 애끓는 목소리로 “영원한 인민의 태양”이라 외친다.

전 연변과학기술대 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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