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 20년 문경 걸어온 길 가야할 길 .6] 국내 탄광지역(보령·화순) 변천사에서 배운다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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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4   |  발행일 2014-04-14 제11면   |  수정 2014-04-14
사업은 잔뜩 벌인 보령, 광부의 미소는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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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들이 살던 사택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공공미술을 설치해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8리 탄광마을 전경. 마을 입구 담벼락에 꾸며 놓은 ‘광부의 미소’라는 설치 미술 작품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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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보령시의 석탄박물관. 개장 초기의 신선함이 없어지면서 관광객도 많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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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을 캐내는 탄광의 실제 갱도인 전남 화순군의 화순광업소 복암갱 입구. 석탄먼지조차 날리지 않는 작업환경은 예전 탄광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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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이라는 시커먼 이미지는 없고 일반 회사나 공장처럼 비교적 깨끗한 전남 화순군의 화순광업소.


630억원 쏟아부은 대천리조트
차입금 금융비용 갈수록 늘어
폐광촌가꾸기 사업도 활력 부족
폐광지역  진흥지구 지정 화순도
대체산업 이렇다할 결실 못맺어

 

대천해수욕장을 품고 있는 충남 보령시는 한 해 1천600만명이 찾는 서해안 최대의 휴양지다. 국제적인 머드 축제와 4계절형 휴양관광지로 적합한 해양성 기후조건을 갖고 있는 보령시는 최근 장항선 복선화, 고속도로 건설, 주요 간선도로의 확장 등으로 대도시에서의 근접성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이런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보령시의 경제는 좀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볼멘소리다.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사업 이전까지 많을 때는 61개 탄광에서 연간 163만여t의 석탄을 생산했던 보령은 충남지역 최대 탄전지역이었다. 보령은 48년 광산 개발이 시작된 이후, 한때 전국 생산량의 10%를 차지할 만큼 석탄산업이 50여년간 지역경제의 기간산업 역할을 했지만, 95년 11월 심원탄광을 마지막으로 모든 탄광이 문을 닫았다. 보령과 당진 등 충남탄전에는 87년 무렵 탄광 종업원이 6천명을 넘었을 정도로 석탄산업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석탄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비교적 높았던 보령시는 폐광 이후 대체산업 조성에 대한 의욕도 높았다. 전국에서 여섯 번째인 2000년 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된 보령시는 폐광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한 보랏빛 청사진을 그렸다.

가장 먼저 착수한 사업이 대천리조트다.

보령시가 210억원, 한국광해관리공단이 240억원, 강원랜드가 180억원 등 모두 630억원을 쏟아 부은 대천리조트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작으로 보인다.

대천리조트는 2011년부터 990억원을 들여 대중골프장(9홀)과 호텔형 콘도미니엄(100실), 레일바이크 시설을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콘도는 1천200계좌 가운데 3분의 1밖에 팔리지 않은데다 이용객도 예상보다 적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330억원의 차입금에 대한 금융비용은 갈수록 쌓여가기 때문이다.

대천리조트가 바닷가로부터 10여㎞나 떨어져 해안 관광지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다 공기업 특유의 방만 경영도 한몫을 했고, 몸집을 줄이기보다는 자리싸움을 벌이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돼 경영수지는 날로 악화됐다.

최근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적자를 없애는 원년으로 삼고 쇄신을 다짐하고 있으나 다른 폐광지역의 투자사업체처럼 조직의 슬림화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구두선에 그칠 우려가 크다.

보령시는 다른 폐광지역과 마찬가지로 폐광지역 개발기금으로 대체산업 육성이나 기반시설 확충, 문화 진흥사업, 관광진흥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7차례의 변경을 거쳐 지정된 보령시의 폐광지역 진흥지구는 청라면 66㎢ 등 8개 읍·면·동 148㎢로 제법 넓다.

이러다 보니 서로 자기 지역에 기금을 활용한 시설이나 사업을 끌어오려는 소지역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다.

김기태 보령시 폐광진흥담당은 “관광자원이 풍부한 지역에 예산을 지원하는 집중개발의 논리로는 주민 설득이 어렵다”며 “균형개발에 치우치다 보니 예산집행의 효율성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보령시는 2012년 폐광지역 개발기금으로 주민소득 관련 사업 투자를 적게 했다고 주민들이 감사를 청구해 말썽이 되기도 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보령지역에 투자된 폐광지역 개발기금은 모두 730억원에 이른다. 보령시는 관광진흥사업 18건, 대체산업 육성 9건 등 67건의 사업을 이 기금으로 완료했거나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석탄박물관도 보령이며, 폐갱도의 바람을 이용한 냉풍욕장과 버섯재배시설, 농공단지 조성, 자연휴양림 조성 등이 대상 사업이었다.

특히 2011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추진한 폐광촌 가꾸기 사업은 눈에 띄는 것이었다.

보령시 성주면 성주8리 탄광마을이 그 대상으로 광부의 사택을 헐지 않고 그대로 살게 하면서 공공미술작품 15점을 설치하는 등 문화적 가치를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석탄을 채취하는 광부를 형상화한 철판으로 된 작품, 폐탄 조형물, 나무 버스정류장, 오리 돌 솟대 등의 작품이 마을 곳곳에 들어섰고, 마을회관도 미술품으로 장식됐다.

하지만 마을 입구 담벼락에 설치된 ‘광부의 미소’라는 작품처럼 주민들의 활짝 웃는 모습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른 듯 오가는 사람도 적고 활기가 넘치는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을을 가꾸던 초기의 열정이 사라진 탓으로 보였다. 보령시가 앞으로 이 부근 일대를 별빛마을로 가꿀 계획이어서 주변 개발이 이뤄지면 발전적 변화가 예상된다.

해안도시의 특성을 살린 폐광지역 개발사업은 대천해수욕장의 스카이바이크사업이다. 보령시가 53억원을 들여 추진 중인 이 사업은 기존 폐광지역의 레일바이크와 차별화되는 것으로 대천항과 해수욕장을 연계한 관광체험시설로 내년말 완공예정이다.

민간자본의 폐광지역에 대한 투자도 2003년 문경과 비슷한 7천400억원 규모의 시네마월드가 추진됐으나, 이 역시 문경새재의 영상단지와 같이 무산되는 전철을 밟았다.

광주와 경계가 맞닿아 있는 전남 화순군은 탄전 지대이기는 하지만 운영 중인 광산이 있고 대도시 위성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폐광에 대한 충격은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적은 듯하다.

화순 경제는 광주를 목표로 한 근교농업과 34년부터 채탄을 해 온 화순탄광이 버팀목이었다.

하지만 아직 탄광이 남아있는 탓인지 폐광지역이라는 이미지는 많지 않다. 탄광 전성기인 80년대 후반에는 화순탄전지대에 1천600여명의 광부들이 근무했으나 지금은 화순탄광 한 곳에 30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화순은 지난해 재정자립도가 19.2%로 전남에서 가장 높은 군단위 자치단체다.

석탄산업이 비중이 크지만, 그래도 지역 경제는 광주시의 위성도시로서의 영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과 달리 폐광으로 인한 경제적 압박감이 크지 않은 분위기다.

서정국 화순군 전략사업과장은 “화순의 인구가 감소한 것은 폐광 등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광주 등 대도시로의 교육을 위한 이탈”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시와 같은 해에 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됐지만 화순에는 아직 이렇다할 대체산업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98년 강원랜드를 시작으로 2003년 문경레저타운, 2004년 삼척의 블랙밸리 컨트리클럽, 2006년 영월의 동강시스타, 2007년 대천리조트가 경영상 문제는 있어도 일단 출범은 한 것과 달리, 같은 성격으로 만들어진 바리오화순은 아직 개발의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광해관리공단이 250억원, 강원랜드가 200억원, 화순군이 187억원 등 모두 637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바리오화순은 2008년 법인 설립준비 사무국 설치부터 따지면 6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다시피 진척이 더디다. 2012년 법인 설립까지 4년이 걸렸고 또다시 2년의 과정을 거쳐 이달에야 실시설계에 들어갔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11월 준공된다.

‘바리오(발효)화순’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회사는 휴양기능과 발효테마를 갖춘 리조트형 연수원이 개발 콘셉트로 화순 도곡온천지구에 숙박시설, 발효레스토랑 및 남도 푸드거리, 발효힐링캠프, 발효효소관을 갖춘 리조트를 짓는다.

하지만 바리오화순에 거는 기대감은 엇갈린다.

화순군은 이 리조트가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된장과 김치 등 주변에 흔한 발효식품이라는 테마와 수도권에서의 불리한 접근성, 6만8천여명에 불과한 인구 등으로서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한편 지난해 화순군번영회 등은 바리오화순이 폐광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주민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폐광지역의 대체산업으로 만든 동강시스타와 대천리조트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을 화순군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글·사진=문경 남정현기자 nam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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