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아들 살해유기 사건 아파트 가보니

  • 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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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6   |  발행일 2014-04-16 제6면   |  수정 2014-04-16
가스·전기 오래전 끊겨…관리비도 수개월 밀려
이웃 주민 “최근 아이 울음소리도 듣지 못했다”
20140416
두 살배기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20대 아버지가 살았던 구미의 한 아파트. 방 안은 옷가지와 가재도구로 널브러져 있다.

15일 오후 2시30분 구미시 인의동의 한 아파트 단지. PC방을 전전하며 게임에 빠진 22세 아버지가 생후 28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사건현장이다.

아파트 앞 노인정에 들어서자 할머니들이 윷놀이를 하고 있었다. 최근 아파트에서 발생한 유아 시신유기 사건에 대해 묻자 대뜸 방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손짓했다.

방문을 열자 할아버지 두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사건에 대해 말을 꺼내자 할아버지는 “방송을 보고서야 알았다. 같은 아파트에서 그런 일이 생긴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사건이 발생한 곳은 사원 아파트였다가 몇년 전부터 개인이 들어와 살고 있다”고 전했다.

발걸음을 옮겨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 내부는 언론을 통해 공개된 모습과 일치했다. 아버지가 아들의 시신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유기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엘리베이터 내부 CCTV에 찍혔던 것.

아파트는 복도식으로, 한 층에 18가구가 들어서 있었다. 할아버지가 알려준 호수에 다다르자 한눈에 사건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방범 창살 하나는 뜯겨져 나갔고, 창문은 깨져 있었다. 활짝 열린 창문 사이로 어지럽게 널린 옷가지와 기저귀 상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때마침 나온 이웃주민은 “바로 옆 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피의자도 당연히 본 적 없다”며 “최근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아파트 입구에서 만난 경비원은 “주민 대부분 최근 일어난 사건에 대해 아는 눈치”라고 운을 뗀 뒤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지만 그 집 전기와 가스는 모두 끊긴 지 몇 달이 됐다. 관리비도 수개월째 밀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는 물론 악취와 관련된 주민 신고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경비원의 말대로라면 피해 아이는 배고픔은 물론 어둠과 추위와도 싸웠던 것으로 짐작된다.

글·사진=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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