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죽은 음악인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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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8 07:56  |  수정 2014-04-18 07:56  |  발행일 2014-04-18 제18면
[문화산책] 죽은 음악인의 사회

한 곡의 노래가 탄생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늦은 오후, 녹음실에는 엔지니어들이 장비를 세팅하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주자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각자 기타·건반·베이스·드럼 등을 연주한다. 이들은 곡의 색깔에 맞게, 프로듀서의 요구에 맞게 스케치하듯 연주한다. 정식 녹음이 시작되면 합주를 하고 파트별로 잘못된 부분이나 디테일한 부분을 고쳐나가며 다시 연주한다.

보통 녹음실은 3시간30분을 기준으로 한 프로(1 PRO)라 한다. 한 프로 안에 녹음을 다하지 못하면 녹음실 사용료는 물론이고 연주자들에게 연주료도 더 주어야 한다. 오래 걸리면 걸릴수록 제작비는 계속 들어가게 된다.

연주가 완성되면 가수는 곡의 분위기에 맞게 가이드버전의 보컬을 불러놓는다. 이때 작사가는 짧은 일정 안에 가사를 완성시켜야 한다. 모든 일에 순서가 있듯이 가사가 없으면 녹음진행이 멈추기 때문이다.

가사가 완성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나면 여기서부터 엔지니어의 작업이다. 메인 엔지니어는 곡의 모든 악기와 소리를 전체적으로 어울리게 조절하는 믹스다운을 한다. 대개 믹스라 말하는 작업인데, 엄청난 집중과 섬세함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하루 종일 노래 한 곡과 싸우는 것은 물론 몇 번이고 다시 믹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 마스터링이라는 중요한 과정이다. 모든 소리를 정리하고, 깨끗이 만들며, 음악과 음악 사이의 소리 레벨 등 후보정 일을 하며 완성시키는 마지막 단계이다. 인디 음악인은 이 많은 과정을 스스로 전부 해나간다.

얼마 전 SNS에서 한 아티스트가 ‘한국대중음악 이대로 가면 고사한다’는 글을 올렸다. 디지털 음원시장에서 음원서비스업체의 몫이 40%, 제작자협회 44%, 작곡가 10%, 가수의 몫은 6%인 현행 저작권 시스템을 꼬집은 것이다.

음악인들은 그냥 기타나 두드리고 건반만 두드려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음악인 것이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의 몫이 지나치게 많은 구조에서 좋은 음악 나오기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음악산업은 분명 잘못돼 있다. 이에 대해 음악인들은 물론 대중의 관심이 절실하다.

하해룡<메카 엔터테인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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