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의 寶庫 김천을 이야기 하다 .16] 김천 모티길 - 수도녹색숲모티길

  • 임훈 박현주 손동욱
  • |
  • 입력 2014-08-21   |  발행일 2014-08-21 제11면   |  수정 2014-11-21
확 트인 풍광에 가슴이 뻥… 수목·야생화 반기는 ‘하늘길’
공동 기획
20140821
수도녹색숲모티길은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에서 황점리까지 15㎞ 구간에 조성돼 있다. 평균 해발 800m 이상의 고지에 위치해 있어 상쾌한 탐방을 즐길 수 있으며, 최근 자전거동호인들의 방문이 잦다.
20140821
수도녹색숲모티길의 낙엽송보존림이 울창한 숲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낙엽송보존림의 나무는 일본잎갈나무인데 침엽수임에도 가을이 되면 잎을 떨어뜨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140821


김천 모티길의 한 코스인 수도녹색숲모티길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에서 황점리(원황점)까지 15㎞ 구간에 조성된 수도녹색숲모티길은 소백산맥과 가야산맥의 분기점인 수도지맥에 자리 잡고 있다. 수도녹색숲모티길은 수도산(1천317m) 단지봉(1천327m), 좌일곡령(1천258m), 목통령(1천10m)을 잇는 길로 평균해발 800m 이상의 고지에 위치, 어느 길보다 상쾌한 탐방을 즐길 수 있다. 길 주변으로는 각종 침·활엽수와 야생화가 자라고 있으며 야생동물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연을 즐기는 이들은 물론 자전거·사진동호인의 사랑까지 듬뿍 받으며 도시민의 휴식처로 거듭나고 있다.

‘스토리의 寶庫 김천을 이야기하다’ 16편은 숲을 만든 옛 사람들의 사연과 수도녹색숲모티길의 볼거리 즐길거리에 관한 이야기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기록에 근거한 픽션을 가미했다.

‘수도산∼단지봉∼목통령 능선따라
‘평균해발 800m 고지에 15㎞ 조성
‘낙엽송보존림’ 울창한 숲 위용 뽐내

◆일제강점기 때 조성된 숲

“어이~ 빨리빨리 나무를 베지 않고….”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5년의 어느 날, 김천 수도지맥 산판의 골짜기로 작업감독의 호통이 울려펴졌다.

“쳇, 제깟놈들이 언제까지 큰소리를 치는지 보자.” 원황점 마을의 김씨와 아랫마을 장전리의 박씨는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당시 수도지맥 일대에서는 증산면 일대의 주민들이 동원되어 조림사업에 투입되고 있었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 조림사업의 핵심이지만 일제의 의도는 애초 조선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조선총독부의 산림관료 아사카와 타쿠미(1891~1931)처럼 조선인을 위해 산림을 가꾸는 일본인이 있기는 했지만 현실은 참담했다. 대부분의 숲은 철도침목과 전주 등의 전략물자로 이용하기 위해 조림됐다. 김천 수도지맥의 숲 또한 전쟁물자 공급을 위해 활용됐다.

“이것만 먹고 어떻게 살라하누~.” 원황점의 김씨는 하루 품삯으로 보리쌀 한 줌을 간신히 손에 쥘 수 있었다. 조림사업에 동원된 주민들에게는 겨우 연명할 만큼의 곡식만 지급됐다. 뼈빠지게 일해도 늘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다. 보리쌀과 밀가루 등으로 임금을 받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나마 목재수송을 위한 경철도 건설계획이 중단됐기에 철도공사 부역만은 면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수도지맥의 조림사업은 일본인 나카가와 다이헤가 주도했다. 그는 경남 양산에서 정비업을 하던 인물로 1912년 김천에 정착했다. 농업과 자동차사업을 하다 1919년부터 조림사업에 뛰어들었다. 김천시 증산·구성면과 경남 거창군 가북면 등 오지의 임야 4천926㏊를 구입해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성공한 사업가를 꿈꾸던 나카가와의 꿈은 일제의 패망으로 중단됐다. 나카가와는 거의 전 재산을 조림사업에 털어넣은 탓에 조선 귀화를 결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나카가와가 조림한 일본잎갈나무숲은 이후 민간에 불하돼 막대한 양이 전주로 사용됐다. 이후 증산면 일대에 남은 조림지 중 한곳이 김천시 증산면 수도녹색숲모티길의 ‘낙엽송보존림’이란 이름으로 남아있다.

현재 수도녹색숲모티길 코스에 위치한 낙엽송보존림은 울창한 숲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김천 민초들의 눈물과 땀으로 조성된 숲이기 때문에 알 수 없는 연민마저 느껴진다. 현재 888그루의 낙엽송이 김천시 증산면 수도녹색숲모티길 낙엽송보존림에서 반세기 넘는 세월을 보내고 있다.

낙엽송보존림의 나무는 모두 일본잎갈나무다. 일본잎갈나무는 침엽수임에도 가을이 되면 잎을 떨어뜨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일본잎갈나무의 용도는 건축·토목·선박용이지만 모티길의 낙엽송보존림은 교육 및 학술연구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수도녹색숲모티길에서 오솔길을 통해 낙엽송보존림으로 들어가면 산림의 공익적 혜택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주변에는 벤치가 있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늘을 향해 뻗은 낙엽송보존림 한가운데에 앉아 있노라면 속세의 모든 걱정을 털어버리는 일도 가능할 것만 같다. 숲의 치유작용 덕분인지 몸이 개운해지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가볍게 산책을 즐기려면 아름다운숲길로

최근 수도녹색숲모티길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점차 늘고 있다. 북적거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인근 수도암, 청암사와 또 다른 김천 모티길인 인현왕후길과 이어져 있어 겸사겸사 방문하는 이들이 꽤 많다.

수도녹색숲모티길의 출발점은 김천시 증산면 수도암 아래의 수도리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길의 최고 인기 코스인 아름다운숲길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아름다운숲길은 1930년대 개설된 운재로(나무를 나르는 길)를 보수한 길로 2007년부터 민간에 개방했다. 모티길을 우회하는 3.2㎞ 구간에 조성돼 있다.

아름다운숲길의 탐방기간은 매년 6월1일부터 10월31일까지로 1일 2회 오전·오후로 나뉘어 숲해설이 진행된다. 숲해설사의 꼼꼼한 안내와 함께 야생화 및 아름드리 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숲길의 주요수종은 낙엽송을 비롯해 잣나무, 소나무, 참나무류 등으로 자연에 대한 학습을 하는 데 좋다. 구미국유림관리소 김웅규 숲해설사(52)는 “일반인들은 자연상태의 숲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간벌을 하는 등 꾸준한 관리가 있어야 건강한 숲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숲길은 2시간이면 코스를 왕복할 수 있어 가벼운 산책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아름다운숲길 끝까지 가면 수도녹색숲모티길과 합류하는데 다시 되돌아 나오거나 수도녹색숲모티길의 종점인 원황점마을까지 갈 수 있다. 옛 원황점마을의 어린 학생들은 이 길과 이어진 목동령을 넘어 해인사로 소풍을 다녔다. 해인사에 도착하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지금도 50대 이상의 원황점 주민 상당수가 수도녹색숲모티길을 통해 소풍을 가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곳

수도녹색숲모티길 대부분은 비포장 임도여서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수도녹색숲모티길 탐방객의 절반가량이 자전거 동호인이며, 간혹 승마를 즐기기 위해 찾는 이들도 있다. 산 능선에 위치한 코스라 중간중간 오르막이 있지만, 적당한 험로주행을 원하는 라이더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조건이다. 자동차의 경우 임산물 불법 반출의 우려와 탐방객 안전을 고려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자생하는 각종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고자 하는 이들도 많다. 달맞이꽃, 동자꽃, 물망초, 노루오줌 등의 야생화는 출사(出寫)를 나온 사진 마니아들의 피사체(被寫體)로 부족함이 없다.

산길을 걷는 일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마저도 즐겁다. 음료 등을 구입할 휴게시설은 없지만 민가와 완전히 동떨어진 길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오로지 숲과 길만이 눈앞에 펼쳐질 뿐이다.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만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혼자 걷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동물이 사람에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놀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는 김웅규 숲해설사의 조언이다. 실제로 길을 걷다보면 다람쥐, 토끼, 꿩 등의 동물을 흔히 볼 수 있다.

김웅규 숲해설사는 “동물이 많다는 것은 먹거리가 많다는 의미다. 주변에 도토리 등이 많아 동물이 서식하는 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구간의 경우, 휴대전화 통화불능지역이지만 문자 송수신이나 인터넷 메신저의 이용이 가능한 덕분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김천=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도움말=남부지방산림청 구미국유림관리소 김웅규 숲해설사

▨참고문헌=김천시사
공동기획 : 김천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