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장 갖춘 한옥·옛 낭만 깃든 ‘태극 다방’의 변신

  • 명민준,황인무
  • |
  • 입력 2014-09-15 07:28  |  수정 2014-09-15 08:59  |  발행일 2014-09-15 제6면
(월요기획) 대구 중구 도시재생 신 패러다임
20140915
대구시 중구 북내동의 한옥형 게스트 하우스. 지은 지 50년 넘은 한옥건물이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앞마당에 수영장까지 갖춘 게스트하우스로 변신했다. (게스트하우스 더 스타일 제공)
20140915
대구시 중구 북성로에 들어선 한 카페의 모습. 과거 지역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른바 ‘핫 플레이스’로 통하던 ‘태극다방’(1946년 준공)을 리모델링 한 곳이다. 이곳 카페에는 갤러리와 공연장까지 갖춰져 있어 지역민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내년 여름에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과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내국인이 한 곳에 모인 전통 한옥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발상의 전환이 유례없는 이색장소를 만든 셈이다.”

지역 게스트하우스 ‘더 스타일(The Style)’의 이성빈 팀장은 개점을 앞둔 새 게스트하우스를 안내하며 확신에 차 있었다.

지난 12일 오후 1시쯤 대구시 중구 북성로 인근 주택가. 이곳에서만 5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한옥 한채(중구 북내동 4-1·1960년대 준공)가 케케묵은 허물을 벗고 불완전변태(不完全變態)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옥 고유의 형태를 그대로 살린 채 7개의 객실과 앞마당엔 야외 풀장까지 갖춘 ‘한옥 게스트 하우스’로 리모델링 중 인 것. 이곳은 중구의 도시재생 리노베이션 사업 지원을 받아 지난 6월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이성빈 팀장은 “완전히 허물고 새로 짓는 것보다, 건물의 역사성과 전통미를 살린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 패러다임에 적극 공감했다”며 “이같은 발상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더욱 더 고풍스러운 대구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걸음을 옮겨 인접 북성로로 향하자 해방이후 대구 도심 ‘핫플레이스’로 통하던 ‘태극다방(중구 북성로 86-2·1946년 준공)’건물이 새단장을 마치고, 지역민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믹스카페 북성로’로 명명됐다. 카페를 비롯해 공연장, 쉼터, 갤러리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태극다방 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도르레식 창문과 함께 준공 당시 시대상황을 대변했던 방공호는 와인 저장소로 변신했다.


북·서성로 근대건축물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 전통·현대미 살려 재탄생
유명예술인 자취 향촌동 철거 위기 건축물 복원···역사적 가치 높일 계획


안창근 사장은 “향수와 낭만이 묻어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우리의 발상과 중구청측의 리노베이션 사업이 일치했다”며“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시대에, 재활용 개념을 규모가 큰 도시디자인에도 적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건물을 모두 부수고 새롭게 세우는 방식이 도심재생의 구(舊) 패러다임이라면, 기존 건축물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 개발하는 것이 신(新) 패러다임이다.

대구 중구는 최근 이같은 신 패러다임을 적용해 전통과 현대미를 갖춘 도시재생을 꾀하고 있다.

14일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올 연말까지 북·서성로 일대에 ‘근대건축물 리노베이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북·서성로 일대에 잔재한 근대건축물(1960년대 이전)을 원형에 가깝게 개선·보존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야심찬 목표다. 사업에 참여하는 건물주에게는 건물 외관 공사비의 80% 범위 내에서 최대 4천만원까지 지원된다. 대신 사업시행 후 최소 5년간 건물 외관을 보존해야 한다.

현재 북·서성로 일대 390개 가량의 근대건축물 중 8곳이 뛰어들었으며, 앞서 소개한 2곳 모두 리노베이션 사업에 참여한 곳이다.

도시재생 신 패러다임은 중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거리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미 북·서성로의 옛 ‘대구읍성’(길이 총 2.7㎞) 경관을 복원하기 위해 70억원(국비 42억원·지방비 28억원)을 들인 ‘대구읍성 상징거리’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순종황제가 순행(巡行)한 것으로 알려진 북성로에는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1950년대 전국 각지에서 피란온 유명 예술인들의 자취가 남아있는 향촌동 일대에도 ‘솔솔솔, 빨간 구두 속 보물 찾기’라는 명칭의 도시재생사업이 펼쳐진다. 향촌동 일대 노후화된 거리의 보존공사와 함께, 철거위기에 놓인 근대건축물을 복원함으로써 역사적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구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소속 이정호 경북대 교수(건축학부)는 “역사성 깃든 곳의 원형을 최대한 살린 개발방식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특히 중구는 지역에서 근대적 색깔이 전국에서도 드물게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공간으로, 이같은 방식의 도시재생사업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예를 들면 북성로와 인접한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인근 주민들은 북성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한 문화예술 공간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박모씨(55·중구 도원동)는 “전국적으로 홍등가가 지자체 주도하에 시민들의 공간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며 “근대역사를 살리는 도시재생이라면, 우리 지역도 돌아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도시경관과 측은 “향후 도원동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도시재생 관련 정부 공모사업에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