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甲질’하는 정부의 영덕 천지원전 계획

  • 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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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21 08:11  |  수정 2014-10-21 08:11  |  발행일 2014-10-21 제30면
[취재수첩] ‘甲질’하는 정부의 영덕 천지원전 계획

삼척의 원전건설반대 주민투표 후폭풍이 영덕의 천지원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지원전 건설은 2010년 영덕군의회 의원 7명 전원의 만장일치와 예정지역 대부분인 300여 가구의 동의를 받아 영덕군이 신청했다. 이후 원전을 국가동력산업으로 택한 이명박정부는 2012년 9월 영덕군과 삼척시를 원전건설 후보지로 지정고시했다.

당시 많은 영덕군민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태의 불안감 속에서도 정부의 천지원전 건설에 힘을 실어주었고, 곧 첫 삽을 뜰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는 2013년 2월 출범 후부터 지금까지 천지원전의 건설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 사이 정부와 한수원의 약속을 굳게 믿었던 예정지역 주민의 삶은 황폐해지고 있다.

주민들은 정부고시 이후 지난 2년간 재산권 행사는 물론 어떤 개발행위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소한 마을 숙원사업조차 개발예정지구라는 이유로 제외됐고, 예정지역 인근 땅값은 2배 이상 치솟는데 고시지역의 보상 기준액은 2년 전 평가 그대로다.

이른바 국가사업이라는 원전건설에 동의해준 주민에겐 정부고시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10여 차례에 걸친 예정지역 주민들의 집단민원과 간절한 외침에도 정부와 한수원은 서로 말을 바꿔가며 남 탓만 하거나 무시한 예도 있다. 이들은 청와대만 바라볼 뿐 당초 약속과 달리 현재 지역민들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천지원전 계획의 발걸음은 제자리이며, 정부에 대한 불신의 볼멘소리는 군민 전체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시간만 보낼 경우 과거 방폐장 사태나 최근의 삼척 주민투표처럼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문제의 핵심은 책임감과 일관성 없는 정부의 정책 부재이며, 천지원전건설의 사업 시행자인 한수원도 책임이 적지 않다.

그나마 기대할 것은 지난 6월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뿐이다. 최 부총리가 2010년 MB정부의 지식경제부 수장일 때 영덕군이 천지원전건설을 신청했기 때문에 그가 이 같은 상황을 잘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박근혜정부에 대한 정책불신과 주민반발을 키우지 않으리라는 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평균나이 일흔이 넘은 예정지역의 주민들은 이른바 위정자들의 을(乙)이 아니라 국가사업을 위해 평생의 삶터를 순순히 내줄 만큼 순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남두백 2사회부 기자/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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