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家)양득-저녁이 있는 삶 .6] 평화오일씰공업

  • 최미애 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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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1   |  발행일 2014-11-21 제13면   |  수정 2014-11-21
시간선택제 인력 투입…품질 향상·근로 여건 개선 둘다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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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평화오일씰공업에 근무 중인 여성 시간제 선택제 근로자들이 회사 건물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근로자와 노동시장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를 실제 현장에서 도입하는 데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노사 간의 합의도 필요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제 일자리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 업무의 능률을 높이는 데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또 시간제 일자리의 특성상,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에도 평화오일씰공업(대구 달성군 논공읍)은 지난해부터 일부 공정 과정에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해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했다. 1977년 2월10일 설립된 회사로 자동차 부품 중 엔진에서 기름이 새어나가는 것을 막고 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 부품 중 하나인 오일실, 오링 등이 주 생산품이다. 대구, 구미 공장을 합해 1천1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79.8%(866명)가 기능직이다.

경력단절 여성 위주 채용
하루 5시간·주 30시간 근무
전일제와 처우도 같아
제품 검사공정에 투입

근로자는 삶의 질 개선
업무 집중도도 높아져
회사는 제품의 질 높여
기업경쟁력 향상 밑거름

◆고객 만족도와 근로자의 근로여건 향상

평화오일씰공업이 도입한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제품 품질 검사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에 맞추기 위해 검사를 좀 더 정밀하게 하고, 시간제 인력 투입으로 기존 근로자들의 과로를 줄이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통해 근로자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검사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오일실과 오링 검사 분야에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었다.

정부가 시간선택제 근로자 채용을 장려하면서 주 30시간 미만 근로자 신규채용시 급여의 50%를 정부에서 1년간 지원해준다는 점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하는 데 한몫했다. 정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사업 지원 기준은 △소정 근로시간 주 15주 이상 30시간 이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 계약 체결 △임금,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에 있어 차별이 없는 일자리다.

평화오일씰공업은 기존 생산직 2조2교대 근무 외에 추가로 검수조를 도입하는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불량품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의 특성상 꼼꼼한 성향의 여성근로자를 채용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대상은 결혼, 출산 등으로 일을 중단한 경력단절 여성이었다. 회사가 위치한 달성공단 내 주부들을 대상으로 근무 희망자가 있는지 파악했고, 20여명이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이 중 19명의 경력단절 여성을 처음으로 채용하고, 올해에는 9명의 경력단절 여성을 추가로 채용했다. 초기에는 검사 공정에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투입했으나, 생산 공정으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의 협의가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했다. 처음 회사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을 노조에 알렸을 때, 노조 측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가 생기면, 기존 전일제 근로자의 일자리가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차례에 걸친 노조와의 협의 끝에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이 이뤄졌다.

이상윤 평화오일씰공업 노조위원장은 “처음에는 기존 근로자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이 강하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이 때문에 조합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했다”며 “협의 끝에 육아, 결혼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여성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차원의 제도라는 점을 공감하게 됐고, 지금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이 잘 된 일로 평가 받는다”고 말했다.

◆기존 전일제 근로자와 같은 처우

남성 근로자가 90%를 차지하는 평화오일씰공업에 여성으로만 구성된 조직이 있다. 생산 1~10반과 검사반 등에 소속된 시간선택제 근로자 30명이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는 대구공장과 구미공장에 각각 22명, 8명이 근무한다.

근로자의 연령대는 29~46세며, 30~40대 경력단절 여성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 하루에 5시간, 일주일에 30시간 근무하는 셈이다. 이외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 등의 형태도 시간선택제로 운영하고 있다.

전일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4대 보험을 제공하는 등 복리후생은 동일하다. 임금은 기본적으로 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되고, 상여금 등은 시급화해 임금으로 산정했다.

이처럼 전일제 근로자와 같은 근로조건이 보장된다는 점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택한 경력단절 여성에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근로조건이 좋다보니 다른 직종에 근무해 본 사람뿐만 아니라, 이 회사에서 일하다가 육아, 결혼 등으로 일을 그만뒀던 여성 근로자들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통해 다시 현장에 뛰어 들고 있다

실제 평화오일씰공업의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짧은 근무시간 덕에 일과 가정 모두에 충실 할 수 있다” “단시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집중도도 높을 수밖에 없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회사 측은 최종 검사 단계의 강화로 제품의 질 향상이 가능해져 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밑거름이 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제조업 중 검수 파트 등 집중력이 필요한 업무에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추후 현재 30명인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55명으로 늘리고, 협력사인 <주>이노알엔씨로도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할 계획이다.

윤효준 평화오일씰 공업 경영지원팀장은 “시간선택제 근로자 수를 지금보다 늘리게 되면, 기존 근무자의 연장근로시간이 월 8시간 감소해 근로자 개개인의 여가시간을 확보하고 앞으로도 지역에 거주하는 주부들이 일하고 싶어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지역에서의 고용 창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시간선택제 근무 여성 만나보니 “가정에도 충실…일하는 즐거움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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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오일씰공업 생산 10반에 근무하는 이묘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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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오일씰공업 생산 1반에 근무하는 강윤선씨.
평화오일씰공업 생산10반에 근무하는 이묘숙씨(여·39)는 회사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했을 때 첫 입사한 멤버다.

이씨는 결혼 전에는 사무실 경리, 마트 캐셔 등으로 일했다. 1997년 남편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그만뒀다.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부터 일을 다시 시작했다. 하지만 결혼 전에 하던 일을 아이가 생긴 후에도 다시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통상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하는 일상에서는 아이를 돌볼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친구의 소개로 지난해 7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해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생산1반에 근무하는 강윤선씨(여·33)도 이씨와 같은 시기에 근무를 시작했다.

강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평화오일씰에서 사무직으로 5년3개월간 근무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일을 거의 그만두다시피 했다. 웨딩 플래너 도우미로도 일해봤지만, 때에 따라서는 오후 8시나 9시에 마치는 등 들쭉날쭉한 근무시간 때문에 딸을 부모님한테 맡길 수밖에 없었다. 강씨는 “어렸을 때 아이 옆에 엄마가 같이 있어줘야 된다는 생각에 부모님에게 맡겨 놓고도 마음이 그렇게 편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와 강씨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일도 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씨는 “지금은 중·고등학생인 딸과 아들이 더 어렸을 때는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고 친한 분식집 등에 애들 밥을 챙겨달라고 부탁한 적도 많았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근무가 오후 4시에 끝나니까 애들 밥 차려주는 것과 집 청소까지 할 수 있다. 또 경제적으로도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특성상 단시간 일하기 때문에 업무 피로도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씨는 “검사 업무가 주다 보니 부품의 불량 여부를 확인하려면 눈이 피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근무시간이 하루 5시간이기 때문에 눈이 피로해져도 회복이 금방 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을 하면서 집에서 아이를 돌볼 때는 얻을 수 없었던 일하는 즐거움도 느끼고 있다. 강씨는 “이전에 회사에 근무할 때는 전일제로 근무했다. 그때와 비교해 지금은 단시간 근로하다보니 일의 능률도 나쁘지 않고, 회사에서 일하는 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웃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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