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반드시 1부 승격…시민들 대구FC에 열광케 만들겠다”

  • 변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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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1   |  발행일 2014-11-21 제21면   |  수정 2014-11-21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 대담
20141121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가 20일 대구FC 사무국 접견실에서 내년 전력 강화 등에 대한 복안을 설명하고 있다. <대구FC 제공>

1과 7.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와 프로축구 대구FC(챌린지 리그)가 올 시즌 거둔 최종 순위다.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야도’를 표방한 부산 못지않을 정도로 뜨거운 대구이지만 축구에는 매정하리만큼 호응과 참여도가 떨어진다.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상이나 구단의 마케팅 등 객관적인 인기 척도에서 축구가 야구에 한참 밀리는 게 대구의 현실이다. 같은 프로리그에다 연고지 또한 동일한데 유난히 성적이 극과 극을 달리는 이유는 뭘까.


지도자가 아닌 행정가, 왜?
대구FC는 잠재력 매우 강한 팀
첫 단추 제대로 못 꿰었을 뿐
역량있는 리더, 그 역할 하겠다

내년 전력 강화 어떻게?
선수·지도자 시절 경험한 모든 것
동계훈련서 선수단에 쏟아붓겠다
기존 선수의 30%정도 바꿀 계획

축구팬들을 위한 준비는?
내년 시즌 중 어린이 회원 모집
경기장에서 공을 차고 응원하는
가족이 즐기는 축구문화 만들터


대구시는 권영진 시장 취임 이후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체육 포럼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 300억원에 가까운 혈세가 필요한 축구 전용구장과 클럽하우스 건립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지역 여론은 싸늘했다. ‘축구 자체에 관심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결국 누군가 대구FC를 구해야 했다. 해답은 리더십으로 모아졌다. 중량감 있는 축구계 전문가를 영입해 대구 축구를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식어버린 축구 인기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 조광래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어느날 갑자기 물망에 올랐다. 설마했던 일은 현실이 됐다. 조광래 같은 대어(大魚)가 와야 대구축구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이 퍼졌고, 결국 그는 혜성처럼 대구로 떨어졌다.

물론 공개모집 방식을 거쳤다. 서류접수를 마치고 면접 심사와 이사회 의결까지 거쳐 단장과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됐다. 그러나 축구계 일각에선 조광래라는 깜짝 카드에 반신반의했다. ‘지도자의 길을 더 걸어야 한다’ ‘행정가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등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하지만 그는 단연코 아니라고 했다. 왜일까. 20일 대구시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내 대구FC 접견실에서 2시간가량 그와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2부리그 팀의 행정가다.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축구선수에서 지도자, 다시 행정가로 대구에 오기까지 고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주위에선 만류하는 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축구도 프런트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특히 자립기반이 약한 대구FC 같은 시·도민 구단에는 역량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축구 감독이 아닌 대표이사 직함이 어색하지만 요즘처럼 즐거운 때가 없다. 내년 목표는 단연 클래식 진입이다. 혹자는 대표이사에다 감독 역할까지 맡으면 어떻겠냐고 하는데, 대표이사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더라. 주위에선 성적에 대한 부담감으로 내 자리가 좌불안석이라고 하겠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오히려 즐겁다. 대구FC는 잠재력이 매우 강한 팀이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가 그 역할을 하겠다. 훗날 박지성, 이영표 등 은퇴한 후배들도 행정가로 입문하는데 나의 선택과 도전이 촉매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축구 인기를 높이려면 축구밖에 해답이 없는 것 같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시민들에게 외면받는 축구는 프로가 아니다. 진정성 있고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좋은 플레이를 선보인다면 시민관심과 팀 성적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다. 무엇보다 차기 감독 선임이 중요하다. 최덕주 전 감독이 올 시즌 대구를 잘 이끌었지만 전술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감독 물망에 오르는 후보들을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조만간 적임자가 나타날 것이다. 감독의 지휘를 선수들에게 잘 전파할 수 있는 코칭스태프에 대한 변화도 불가피하다. 특히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선수의 30%가량은 바꿀 계획이다. 조나탄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용병과도 계약을 해지할 생각이다.”

-내년 시즌 전력 강화를 위한 복안은 있는가.

“일단 다가오는 3개월가량의 동계훈련에서 내가 선수·지도자 시절 경험한 모든 것을 선수단에 쏟아붓겠다. 물론 내년 시즌이 시작되면 프런트로서 조언 정도만 하겠지만, 그전까지는 팀전력을 끌어올리는 데 일정 부분 관여할 생각이다. 강팀의 조건은 탄탄한 선수층이다. 코칭스태프를 보강해 경기력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체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유소년 축구 육성에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FC는 다행히 현풍고 등 유소년 축구팀(U-12, U-15, U-18)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대구의 코치 2명은 유소년 육성에 남다른 자질을 갖고 있다. 이들을 고교와 초등학교 축구팀 감독으로 임명하겠다. 또 학부모부터 설득해 자녀들이 대구FC 입단을 꿈꾸고 희망할 수 있도록 바꿔나가겠다. 그동안 대구FC 유소년팀 감독은 축구 선수 출신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대구보다는 타 시·도의 유명한 감독이 있는 학교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비전있는 구단이 돼야 한다. 서울FC에 있을 때 당시 중학생이던 이청용을 1억3천만원을 주고 데리고 왔는데 다들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이청용이 영국에 진출할 때 수십 억원을 받았다. 선수 개인의 발전을 위해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이지만, 분명 선수를 잘 발굴·육성하면 구단 살림에도 큰 보탬이 된다. 시·도민 구단에는 유소년 육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 카드다.”

-최근 마감한 선수 공개채용에서 얼마나 많이 지원했나.

“대표이사 취임 후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 바로 유소년 축구 활성화와 선수 선발이다. 유능하고 똑똑한 선수가 많이 들어와야 대구 전력이 강해지고 클래식(1부리그) 진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오는 25일 강변축구장에서 입단테스트를 실시한다. 255명이 지원서를 냈는데 절반만 1차 서류합격자로 선발했다. 축구 게임에 참여시켜 실전 경기능력을 살펴보고 5명 정도만 선발할 생각이다. 선발된 신인 선수들은 향후 대구FC의 강력한 기대주로 성장할 것이다. 내가 보는 우수한 선수의 기준은 공만 잘 찬다고 능사가 아니라 얼마나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느냐다. 여기에 합당한 지원자는 구단에서 책임지고 키운다. 경남FC 감독 시절에도 연습생 13명을 뽑아 윤빛가람 등 3명의 국가대표팀 선수를 배출했다. 대구FC에 지원하는 인재 가운데 충분히 이런 가능성과 자질을 갖춘 선수가 있다고 본다.”

-내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개막전이 중요하다. 시즌 첫 홈경기에서 많은 대구시민들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한 분 한 분 악수하고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중요한 건 어린이 고객이다. 내년 시즌 중 시민운동장 내 연습경기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어린이 축구회원을 모집한다. 회원에 가입하면 대구FC 홈경기를 관람할 수 있고 수시로 선수와 팬미팅을 갖는다. 어린이가 축구장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어느 부모가 반대하겠는가. 가족이 함께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고 응원하며 음식을 나눠먹는, 추억을 공유하는 세대가 대구에서도 탄생해야 한다. 이제 그런 시기가 왔다. 축구를 가족끼리 즐기는 문화로 형성하는 게 중요한데 대구에는 아직 이런 게 없다. 내년부터 잠재적 대구FC의 팬이 될 어린이들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

-끝으로 지역 축구팬과 축구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내 최초 시민구단인 대구FC는 분명 좋아질 것이다. 선수 육성체계부터 기업 스폰 등 모든 영역에서 전방위로 뛰어다니며 성과를 창출하겠다. 특히 지역의 각 기업 내 축구 동호회팀과 대구FC 프런트 간 축구 경기를 가능한 한 자주 갖겠다. 물론 나도 뛴다. 또 동구 혁신도시 내 입주기업에도 친선 축구경기를 갖자고 제안하겠다. 이를 통해 대구FC가 대구시민의 구단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겠다. 학부모도 중요하다. 지역 내 초·중·고 25개 축구팀을 방문해 학부모들을 만나겠다. 자녀들을 대구FC에 보내면 훌륭한 축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할 예정이다. 짧으면 2~3년 내 이들이 주축이 되면서 대구FC는 1부리그에서도 기적의 축구, 감동의 축구를 선사할 것이다. 무엇보다 구단주인 권영진 대구시장이 축구를 잘 이해하고 있고, 지역 발전과 화합에 축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대구FC에 대한 대구시의 지원 수준도 나아졌다. 대구FC가 시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는 데 미력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대담=변종현 체육부장 byeonjh@yeongnam.com
정리=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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