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포스트 박근혜? 朴心 없인 힘들다” 180도 달라진 김무성·김문수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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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8   |  발행일 2014-11-28 제3면   |  수정 2014-11-28
20141128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최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당 핵심 당원 연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개헌봇물론 발언
바로 다음날
“대통령께 송구”사과
연내처리 부정적 입장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
대표 발의하고
소속의원 전원 서명받아

김문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초등학교에 세워야”
독재자 맹비난
과거 태도 완전 달라져
“대통령은 신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땐
박 대통령 옹호 발언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경쟁자’이자 ‘동지’다. 두 사람이 여권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란 점에선 경쟁관계에 있다. 그러나 당내에 널리 퍼져 있는 친박계를 견제하기 위해선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경기도지사에서 물러난 뒤 활동 공간이 없던 김 위원장을 김 대표가 끌어들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른바 ‘문-무 합작’이다.

두 사람의 정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의 도움 없이는 ‘차기’를 기약할 수 없다.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기 위해선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을 얻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를 잘 아는 김 대표와 김 위원장의 박 대통령을 향한 구애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17일 중국 상하이에서의 ‘개헌봇물론’ 발언으로 청와대로부터 사실상의 경고를 받은 이후 바짝 자세를 낮추고 있다. 박 대통령이 ‘개헌은 경제 블랙홀’이라며 논의 자제를 당부했음에도 돌출적인 개헌론을 피력한 다음 날 “대통령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도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을 하시면서 큰 업적을 갖고 돌아오셨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한 것 같아서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다”고 했다.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이고 있다. 원래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의 연내 처리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굳은 걸 읽고 자신이 앞장서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소속 의원 15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냈다.

이는 상하이 개헌 발언 이후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잇따라 모임을 갖고 자신을 압박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 된다. 현 시점에선 대통령과 각을 세워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김문수 위원장은 학생운동과 재야 활동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맹비난했던 인물이다.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자신의 홍보 동영상에 박근혜 후보와의 관계에 의혹이 제기됐던 고(故) 최태민 목사 사진을 등장시켰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탱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내보이기도 했다. 경쟁자인 박근혜 후보는 ‘전직 대통령 딸로서의 귀족 이미지’, 자신은 ‘가난한 서민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이 동영상과 사진에 대해 당시 박근혜 후보는 크게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김 위원장이 변했다. 그는 지난 25일 당원 대상 강연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광화문과 각 초등학교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주신…”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의 학교라면 대한민국을 누가 세웠고, 누가 발전시켰는지를 항상 기억하고, 그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참교육”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해 “대통령은 하나님이 아니다”라며 “세월호 참사 등 모든 문제의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천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온 김 위원장은 부쩍 대구·경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엔 대구에서 택시를 직접 몰며 민심탐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역에서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됐다.

두 사람은 당분간 당 쇄신안 등을 놓고 문-무 합작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한편으론 치열한 ‘박심’ 얻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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