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최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당 핵심 당원 연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무성
개헌봇물론 발언
바로 다음날
“대통령께 송구”사과
연내처리 부정적 입장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
대표 발의하고
소속의원 전원 서명받아
김문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초등학교에 세워야”
독재자 맹비난
과거 태도 완전 달라져
“대통령은 신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땐
박 대통령 옹호 발언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은 ‘경쟁자’이자 ‘동지’다. 두 사람이 여권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란 점에선 경쟁관계에 있다. 그러나 당내에 널리 퍼져 있는 친박계를 견제하기 위해선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경기도지사에서 물러난 뒤 활동 공간이 없던 김 위원장을 김 대표가 끌어들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른바 ‘문-무 합작’이다.
두 사람의 정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살아 있는 권력의 도움 없이는 ‘차기’를 기약할 수 없다. ‘포스트 박근혜’를 노리기 위해선 ‘박심(朴心·박 대통령 의중)’을 얻는 일이 필수적이다. 이를 잘 아는 김 대표와 김 위원장의 박 대통령을 향한 구애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월17일 중국 상하이에서의 ‘개헌봇물론’ 발언으로 청와대로부터 사실상의 경고를 받은 이후 바짝 자세를 낮추고 있다. 박 대통령이 ‘개헌은 경제 블랙홀’이라며 논의 자제를 당부했음에도 돌출적인 개헌론을 피력한 다음 날 “대통령께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도 “대통령께서 해외순방을 하시면서 큰 업적을 갖고 돌아오셨는데 당에서 제대로 뒷받침을 못한 것 같아서 송구스러운 마음이 있다”고 했다.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이고 있다. 원래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개혁의 연내 처리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굳은 걸 읽고 자신이 앞장서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하고, 소속 의원 158명 전원의 서명을 받아 냈다.
이는 상하이 개헌 발언 이후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잇따라 모임을 갖고 자신을 압박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 된다. 현 시점에선 대통령과 각을 세워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김문수 위원장은 학생운동과 재야 활동을 하면서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맹비난했던 인물이다.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만 해도 자신의 홍보 동영상에 박근혜 후보와의 관계에 의혹이 제기됐던 고(故) 최태민 목사 사진을 등장시켰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탱크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내보이기도 했다. 경쟁자인 박근혜 후보는 ‘전직 대통령 딸로서의 귀족 이미지’, 자신은 ‘가난한 서민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이 동영상과 사진에 대해 당시 박근혜 후보는 크게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김 위원장이 변했다. 그는 지난 25일 당원 대상 강연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광화문과 각 초등학교에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주신…”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의 학교라면 대한민국을 누가 세웠고, 누가 발전시켰는지를 항상 기억하고, 그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참교육”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해 “대통령은 하나님이 아니다”라며 “세월호 참사 등 모든 문제의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천 출신으로 경북고를 나온 김 위원장은 부쩍 대구·경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얼마 전엔 대구에서 택시를 직접 몰며 민심탐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역에서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가 부상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됐다.
두 사람은 당분간 당 쇄신안 등을 놓고 문-무 합작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한편으론 치열한 ‘박심’ 얻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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