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연말정국 블랙홀 되나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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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29   |  발행일 2014-11-29 제4면   |  수정 2014-11-29
진화나선 靑 “사실 아니다”…확산나선 野 “비선 실체 드러나”
“정윤회, ‘문고리 권력’ 3인방과 靑 인사 등에 영향력 행사” 담긴 靑 내부 문건 보도돼
20141129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비대위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모두발언에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과 관련된 靑 내부 문건을 보도한 신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靑 “내부 감찰 보고서 아닌
찌라시 취합 수준… 법적 대응”
野 “진상규명에 당력 집중”


문건내용 사실로 드러날 땐
朴정부 최대 스캔들 비화될 듯

 

박근혜 대통령의 옛 보좌관으로 현 정부 비선실세로 꼽혀온 정윤회씨가 이른바 청와대 ‘문고리 권력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청와대 내부 문건이 보도돼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력한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야권은 당장 보도 내용을 토대로 정치 쟁점화에 나서 문건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연말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던질 전망이다.

세계일보는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의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이 달린 문건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는 현정부 비선실세로 회자되어온 정윤회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이 외부에서 만나 국정정보를 교류하고 김기춘 비서실장 등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이 담겨있다.

문제의 문건은 올해 1월6일 작성됐으며, 당시 증권가 찌라시(정보지)와 정치권에 떠돌던 ‘김기춘 비서실장 중병설 및 교체설’ 등의 루머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파악하려는 ‘감찰’의 목적이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이 문건에는 정씨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을 포함한 10명의 인사가 정기적으로 만났고, 청와대 내부 사정과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문건은 비서관 3명의 실명을 적시하고 있으며, 10명에 대해선 ‘십상시’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또한 문건에는 정씨가 “김 실장은 ○○○이 VIP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는데 ‘검찰 다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다. 시점은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으며 7인회 원로인 ○○○도 최근 김 실장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의혹과 “정보지 및 일부 언론을 통해 바람잡기를 할 수 있도록 정씨가 유포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실려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보도된 문건이 감찰 보고서가 아니라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에 나오는 풍문을 취합한 동향 보고 수준의 문건에 불과하다”며 “문건에 적시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법적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문건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비서관실에서 일했던 경찰 출신 전직 행정관인 A경정에 의해 작성됐으며, 경로는 확인되지 않지만 외부로 유출됐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문건에 정씨와 ‘십상시’의 회동 장소와 십상시 멤버들의 실명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문은 해당 문건이 ‘공직기강비서관→민정수석→비서실장’으로 이어지는 보고계통을 거치며 정식 보고서로 활용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고서 작성 시점인 지난 1월6일로부터 한 달 뒤 A경정이 ‘좌천성 원대복귀’를 했고, 그로부터 두 달 뒤에는 조 비서관이 사표를 썼는데, 보고과정에서 문건이 유출돼 정씨 측으로 흘러갔을 수 있고 결국 인사조치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신문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비선라인이 정부 최고위층인 대통령 비서실장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려 하는 등 국정을 농단한 것이어서 현정부 최대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청와대의 반박이 맞다면 공직기강비서관실의 말단 행정관이 단지 찌라시의 내용을 청와대 보고서 형식으로 옮겨놓은 것이 외부로 유출되며 벌어진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민 대변인은 “필요하면 (회동이 이뤄졌다는) 그 장소에 가서 취재하면 될 것”이라며 “(비서관이나 수석은 실장에게) 수시로 구두 보고를 한다. (문건에 나온 내용이) 풍문으로 돈다는 것을 구두를 통해 보고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해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A경정의 원대복귀에 대해서는 “인사는 수시로 있고, 통상적인 인사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날 확대간부회의 직후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주재로 긴급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소집,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하고 당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동안 당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만만회’(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 정윤회씨를 지칭하는 말) 등 비선라인 의혹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고, 진상규명에 당력을 집중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윤회씨,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문건 작성자 등을 모두 국회 운영위 회의에 출석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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