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락의 풍수로 본 명당] 운문사, 산·물 조화 이룬 장풍득수국의 명당…요사채가 북향이었다면 흉지 됐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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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9   |  발행일 2014-12-19 제36면   |  수정 2014-12-19
[박재락의 풍수로 본 명당] 운문사, 산·물 조화 이룬 장풍득수국의 명당…요사채가 북향이었다면 흉지 됐을 것

운문사는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 호거산에 위치한 사찰이다.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다. 557년에 한 신승(神僧)이 3년 동안 수도해 큰 깨달음을 얻은 뒤 동쪽에 가슬갑사(폐사), 남쪽에 천문갑사(폐사), 서쪽에 대비갑사(현 대비사), 북쪽에 소보갑사(폐사)를 짓고 중앙에 대작갑사(현 운문사)를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후 원광국사가 초창, 보양국사가 중창했고 현 건물은 1105년 원응국사가 중창한 것을 토대로 사리암, 문수선원까지 회주 명성스님에 의해 면모를 갖췄다.

비구니 도량인 운문사는 운문호의 남쪽 발원처를 감싸고 있는 심산유곡의 산진처에 자리한다. 이곳은 동쪽으로 가지산(1천241m) 지맥이 감싸는 형국이며, 서쪽은 운문산(1천188m) 지맥이 에워싸고 있다. 남쪽 문필봉 안산은 강학도량의 기를 분출하고 있으며, 북쪽의 지룡산(659m·일명 호거산)은 현무봉을 이룬다.

공간배치는 대웅보전을 중심축으로 만세루·피하당·삼장원이 남쪽으로 세로축을 이루고 있으며, 극락교 건너 명성스님의 요사채인 ‘죽림헌’(A)과 ‘장평들’(B)이 가로축에 자리한다. 사찰 진입로는 동쪽 범종각의 루를 따라 진입하면 수령 400여년의 웅장한 소나무가 혈장의 생기를 분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공간배치는 남향이며 우측 가까이에서 발원한 운문천이 있는 친환경생태공간의 입지다.

운문사의 입지는 사면의 산세가 에워싸고 있는 장풍국으로, 반드시 주변 산세에서 발원한 물길을 얻어야만 음양교합을 이룬 길지가 된다. 장풍국은 물을 가까이할 때 정사각형보다 장방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는 서로 응집하는 용량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터의 형태가 장방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운문사의 장방형 터는 우기시 물이 쉽게 흘러나가기 때문에 안전한 공간이다. 혈장은 가로폭보다 세로폭으로 공간배치가 이루어져야 지기가 오래도록 머물 수 있다. 이것은 후면 현무봉 입수맥이 뻗어와 중심공간으로 지맥이 이어지는 방향성에 따른 것이다. 다행히 이곳은 중심건물인 대웅보전 뒤편으로 입수하는 중심룡맥이 잉(孕)을 이루었고, 아미사(蛾眉砂) 형태의 후원으로 조성돼 입수맥을 보호하고 있다.

사찰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대웅보전이다. 이러한 공간조성은 호거산의 중심룡맥을 승생기한 혈장에 중심건물을 제대로 점혈한 것을 의미한다. 먼저 입지공간을 향해 흘러들어오는 물은 득수(得水)가 이루어진 것이고, 입지공간에서 물을 가까이 끼고 있는 것은 임수(臨水)가 된다.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입지는 거수(去水)가 되며, 주변 산자락에 의해 물을 걷어주는 형태이면 역수(逆水)가 된다. 또한 입지공간에서 물을 바라보는 거리가 가까운 것도 산과 물이 서로 어울리는 형국이므로 명당의 기를 받게 된다. 물이 빠져나가는 곳을 향한 입지는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하기에 흉지가 된다.

물은 재물을 뜻한다. 복은 굴러 들어오고 재물은 물 같이 빠져나간다는 말이 있다. 이는 방향성에 따른 것이다. 그러므로 득수와 임수, 역수형태는 현무봉의 입수맥과 물이 만나 조화를 이루는 길수가 된다. 그러나 물과 산이 만나지 않은 형국은 산수동거(山水同去)를 이룬 곳이므로 흉수가 된다. 산은 기를 머금고 있으며 물은 산을 만남으로써 기가 흘러나가지 못하도록 경계를 짓는다. 산은 반드시 물을 끼고 있거나 물을 득수하는 공간에 입지를 이룰 때 비로소 생기를 받을 수 있게 되며 발복한다.

운문사의 입지는 주변 산세의 정기를 머금고 흐르는 물길을 득수하는 형태다. 또 운문천을 가까이 끼면서 현무봉을 이루는 지룡산을 의지하고 있다. 또 우선지맥의 산자락이 궁수형태를 이룬 뒤 빠져나가는 역수형태를 이뤘다. 명성스님의 죽림헌 입지도 득수형태를 이루고 있다.

결론적으로 운문사는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룬 장풍득수국의 명당입지로 판단된다. 사찰의 공간배치가 북향입지를 했다면 명당의 기를 받지 못하거나 빠져나가는 흉지를 이룸으로써 더 이상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찰 요사채를 짓게 될 경우 풍수지리‘터’의 원리를 알았으면 한다. 국풍환경설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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