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취업시장 결산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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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0   |  발행일 2014-12-20 제13면   |  수정 2014-12-20
기업은 인문학 인재 찾고 구직자는 알짜 중견기업 찾았다
‘역사 에세이’ 등 실시하고 전공보다 직무 적합성 평가
스펙 아닌 스토리 중심 채용
이상보다 현실에 눈높이 맞춰 성장 가능성 높은 곳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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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주요기업은 취업에서 인문학과 관련한 시험을 추가하고 이공계열을 우대하는 등 지난해와는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2015년 취업 성공을 위해서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대구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DB>

올해도 구직자들은 스펙을 쌓으면서 목표 기업을 조정하는 등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대학가에는 학업 공부·인턴십 등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공휴족’이나 고시공부를 준비하는 ‘고공족’ 등 심각한 취업난을 반영한 대학가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들도 경제난 속에서 최적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기업들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평가방법으로 역사 에세이를 시행하거나 인·적성검사에서 관련 지식을 묻는 문항이 추가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2015년 취업 성공을 위해서는 올해 기업들의 채용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채용인원을 자랑하는 삼성그룹이 2015년 하반기 신입 공채부터 채용 방식을 변경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 하반기 이미 다양한 기업이 채용방식을 변화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이와 같이 올 한 해 취업시장에 대해 정리한 ‘2014 취업시장 결산 자료’를 최근 공개했다.



◆이공계 강세 전공 관련없어져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취업시장은 유독 이공계강세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주요 그룹사들이 공채 인원의 80%이상을 이공계 전공자로 채용했고 현대자동차는 이공계만 공채를 진행하는 등 이공계열 구직자를 선호한 것이다. 이 여파로 인문계 구직자들의 체감 취업난은 더욱 심해졌으며, 많은 구직자가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사람인’이 대졸이상 신입 구직자 1천651명을 대상으로 전공을 살려 구직활동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절반 가량(47.6%)이 ‘아니오’라고 답했으며, 특히 인문계열은 64.2%가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전공과 무관하게 구직활동을 하는 이유로는 ‘전공 관련 채용이 너무 없어서’(43.8%)를 첫째로 꼽았다.

하지만 ‘사람인’측은 전공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직군별로 평가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2015년 하반기부터 직무적합성 평가를 신설하고 직군별로 최적의 능력을 갖춘 인재를 가려내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기술·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능력과 업무성과 연관성이 높은 만큼 전공능력을 위주로 평가하지만, 영업·경영지원 직군은 직무 에세이를 통해 전공 능력보다는 직무적성적합도를 중점적으로 평가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자기소개서에서 “해당 직무 분야에 지원하게 된 이유와 선택 직무에 본인이 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이유 및 근거를 제시해 주십시오”라며 직무 적합성을 강조했다. KT그룹 역시 ‘달인채용’을 통해 직무관련 특이 경험과 역량을 보유했거나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영업 직무 지원자를 스펙에 관계없이 채용하고 있다.

◆계열 상관없이 인문학이 필수

올 한해 기업들은 인성·적성 검사 등의 필기시험에서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검증을 시행했다. 현대자동차는 인·적성검사에서 ‘단기간 성장한 몽골·로마제국의 성장 요인과 이를 감안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대차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등을 묻는 역사 에세이 문항을 출제했다. 현대차는 신입 사원 교육에서도 토론식 학습을 통해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공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그룹은 역사에세이 평가와 함께 한국사 관련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하반기부터 SSAT 상식 문제에서 한국사·세계사를 비롯한 인문학 지식을 묻기 시작했고, LG그룹도 올 하반기부터 필기 시험에 인문역량 분야를 신설해 전체 출제 문항중 10%를 한국사와 한자로 구성했다.

은행권도 인문적 소양을 검증하기 위한 과정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 KB국민은행은 하반기 공채 시험에서 자기소개서에 ‘기업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서 쓰도록 했으며 필기시험에 국사문제도 추가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공채시험에서 인문학 관련 문항을 늘렸으며 우리은행은 한국사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했다.

◆스펙 높아지고 중견기업 인기

스펙 대신 지원자들의 능력과 스토리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구직자들의 평균 스펙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사람인’이 3월 한달 동안 자사 사이트에 등록된 신입 이력서를 분석한 결과, 토익 성적은 37.5%가 보유하고 있었으며 평균 점수는 742점으로 집계됐다. 영어 말하기 성적 보유자는 토익스피킹이 15%, 오픽이 11.1%였다. 또 인턴경험자는 20.1%로 나타났다.

이를 9월에 등록된 신입 이력서와 비교해보면 토익 성적 보유자는 39.1%로 1.6%포인트 증가했으며 평균 토익 점수는 748점으로 6점 높아졌다. 영어 말하기 성적 보유자는 토익스피킹이 16.8%·오픽이 11.6%로 3월 대비 각각 1.8%포인트·0.5%포인트씩 증가세를 보였다. 인턴 경험자도 21%로 0.9%포인트 늘었다.

사람인이 신입 구직자 448명을 대상으로 ‘취업 목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중견기업’이 48%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중소기업’(32.6%), ‘대기업’(19.4%) 순으로 중견기업을 희망하는 구직자가 대기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너무 높은 이상보다는 현실적인 합격 가능성과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목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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