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파킨슨症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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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3 08:01  |  수정 2014-12-25 18:06  |  발행일 2014-12-23 제21면
이유없는 몸떨림 제때 안 잡으면 파킨슨病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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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료원 신경과 고판우 과장

김인호씨(60·가명)는 지난봄부터 걸음이 둔해지고 손떨림이 있어 신경과를 찾았다. 김씨를 진찰한 의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에게는 파킨슨증이 있습니다.”

이 말에 김씨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떨리는 손으로 올림픽 성화를 점화하던 ‘무하마드 알리’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의 상상은 파킨슨증과 파킨슨병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해 생긴 오해다. 의사의 말을 풀이하면 “당신에게 파킨슨병에서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 보이니 정밀한 검사와 진단이 필요하다”고 이해하는 것이 맞다.

행동 느려지고 팔·다리·목 ‘뻣뻣’
수면장애·인지기능 저하도 동반
증세 보인 환자 80%가 파킨슨병
대부분 나이 탓 방심 우울증 치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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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파킨슨증

대구의료원 2신경과 고판우 과장은 “파킨슨증은 흔히 떨림, 운동완만(운동느림), 경축(뻣뻣함), 그리고 체위불안정으로 파킨슨병에서 관찰되는 운동증상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환자들은 떨림이 있을 때 파킨슨병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떨림은 전문의가 아니면 구분하기 쉽지 않다. 파킨슨증 중 가장 중요한 증상은 운동완만이다. 파킨슨증이 있다고 이야기할 때 반드시 포함되는 증상이다. 대부분의 환자는 노인성 변화로 생각해 그냥 넘기는 경우가 많다. 또 상당수 환자가 표정이 굳어지고 행동이 둔해지는 것을 우울증 때문이라 믿고, 우울증 치료만 받기도 한다.

파킨슨증중 경축은 진찰했을 때 팔, 다리, 목에서 느껴지는 뻣뻣함을 말한다. 이 또한 전문가의 진찰을 받지 않으면 알기가 어렵다.

손을 떨거나, 행동이 느려지고 보행 시 이전과 달리 보폭이 좁아진다든지 자세가 불안정하다면 환자가 가진 증상이 파킨슨증이 아닌지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봐야 한다. 파킨슨증뿐만 아니라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비운동증상도 중요한 단서가 되는데 대표적으로 자율신경계이상, 수면문제, 정서장애, 인지기능 저하,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과 피로가 있다.

파킨슨증이 있다고 할 때 반드시 파킨슨병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파킨슨증 유발원인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높다. 고 과장은 “이상운동질환학회(MDS) 통계에 따르면 파킨슨증을 보인 환자의 약 80%가 파킨슨병으로 진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실제 진료에서는 이보다는 낮은 비율로 파킨슨병이 진단된다. 다시 말해 파킨슨증을 보인 환자 중 파킨슨병이 아닌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파킨슨증은 파킨슨병과, 파킨슨병과 유사한 질환을 일컫는 비정형파킨슨증으로 나눌 수 있다. 비정형파킨슨증에는 파킨슨플러스증후군과 이차파킨슨증이 있다. 다시 파킨슨플러스증후군에는 진행핵상마비, 다계통위축증, 피질기저핵변성, 레비소체치매 등이 있다.

파킨슨플러스증후군은 파킨슨증을 보이면서 다른 추가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체위불안정이 심하거나 소뇌증상이나 자율신경계 증상이 두드러진다. 대체적으로 약물 반응이 떨어지고 진행 속도가 빨라 파킨슨병보다 나쁜 예후를 보인다. 반대로 약물에 의한 파킨슨증의 경우 항정신병 약물이나 심지어 항구토제, 위장약 등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기 때문에, 원인 약물을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증상 개선을 볼 수 있다.



◆어떤 검사를 받게 될까

실제 파킨슨증인지를 확인할 땐 정밀한 병력확인과 임상적 진찰, 신경학적 진찰, 각종 진단장비를 이용한 검사를 하게 된다. 즉 약물에 대한 반응 여부 등 비정형파킨슨증에 나타나는 증상을 포괄적으로 평가한다. 이차파킨슨증은 갑상선기능검사를 포함한 혈액화학검사, 뇌MRI, 자율신경계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상황에 따라 수주에서 수개월의 시간이 소용된다. 최근에는 도파민운반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단일광자방출컴퓨터단층촬영(SPECT)과 같은 첨단 장비를 이용해 보다 조기에 진단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고 과장은 “의심되는 증상을 자각했다면 즉시 전문가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때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료가 이뤄지도록 하는 몇 가지 팁을 소개했다.

첫째, 주보호자가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환자가 증상을 잘 설명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나이가 많아 명확한 의사전달이 어렵고, 일부 증상의 경우 옆에서 관찰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증상은 컨디션과 환경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증상만으로 평소의 상태를 알기 어렵다. 오히려 의사 앞에서는 평소보다 컨디션이 더 좋을 때도 있다.

둘째, 평소 복용하고 있는 약 처방전을 꼭 가져오는 것이 좋다. 노인 환자인 경우 여러 가지 질병이 동시에 발병하기도 한다. 파킨슨증이 있을 때 복용하던 약물의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복용하는 약의 처방전이 있다면 조사가 훨씬 수월해진다.

셋째, 이전 뇌영상 촬영 자료를 가져오는 것이 좋다. 뇌영상 촬영은 파킨슨증의 감별에 반드시 필요하다. 뇌영상이라는 것이 그 당시 뇌의 상태를 나타내는 자료이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시 검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전 자료와 비교해 변화를 볼 수 있다면 진단이 더 정확해진다.

고 과장은 “의사에게 파킨슨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지레 겁먹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다. 파킨슨증은 원인과 진행상태가 다양하다”며 “파킨슨병 치료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파킨슨병에 대한 두려움도 가질 필요 없다”고 조언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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