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구미다”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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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2 07:44  |  수정 2015-01-22 07:47  |  발행일 2015-01-22 제10면
■ 구미지역, 2003년 LGDP 재현 우려 ‘초긴장’
정부가 또다시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비수도권이 들끓고 있다. 안그래도 불황의 늪에 빠진 지방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구미시는 대규모 국가공단과 IT·전자 등 첨단업종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수도권 규제가 풀리면 최대 피해지역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기업유치에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있던 기업마저 수도권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2003년 ‘LG 디스플레이의 경기도 대규모 투자 사태’가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어, 구미시민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구미 경제계와 시민들은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상태에 돌입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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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검토 중인 수도권규제완화가 현실화되면 전자·IT 등 첨단기업이 많은 구미시가 최대 피해지역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구미산업단지 전경. <구미시 제공>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등
2003∼2008년 수차례 완화에
구미産團 주력 LGDP 파주行

“국가경쟁력 위한 균형정책은
 先지방발전에 後수도권 완화”



◆수도권 규제완화는 지방 죽이기

대구시와 경북도민들은 2005년 11월18일과 29일 구미시 공단운동장과 대구시 두류운동장에서 열린 수도권 규제완화 대구시·경북도민 규탄대회를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당시 수도권 규제완화를 철회시켜 줄 것을 촉구한 대구시·경북도민 3만여명은 규탄대회를 통해 중앙 정부에 대한 절망과 분노의 함성을 토해냈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낼 때마다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대구시와 경북도민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목청을 높인 것이다.

정부는 2003년 25개 외국계 첨단기업 허용에 이어 2005년 11월 첨단 8개 업종에 대한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허용했다.

2006년 8월엔 미군이 반환하는 수도권 공여지역 약 200만㎡(61만평)에 대해 61개 첨단업종의 공장 신설을 주도했고, 2008년에는 수도권 정비계획법까지 들먹거렸다.

이처럼 2003~2008년 수차례에 걸친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로 국가내륙공단을 안고 있는 구미는 물론 대구와 경북지역의 경제 성장세는 눈에 띄게 둔화됐고, 지역민들은 그때마다 경기불황을 겪어야 했다.

이후에도 대구·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자치단체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틈만 생기면 수도권 규제 완화 속도를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연초 시작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에 대한 발언이 지방정부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지방의 기초·광역자치단체는 앞다퉈 지방 경제를 초토화시키는 지역경제 말살정책이라며 전면대응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미시를 포함한 대구시와 경북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지역경제 고사 정책’으로 보고 공동대응까지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경북도민들은 2005∼2006년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운동에 구미시와 경북도, 대구시가 앞장 섰지만 반사이익은 충남·북이 먼저 챙겼던 사실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다.

규제 단두대까지 거론한 정부의 연초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의 강한 메시지는 경남, 경북, 부산, 대구, 울산 등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들에게 19일 ‘수도권 규제완화 공동 대응책 마련’이라는 반발심까지 키운 상태다.

현재 영남권 단체장들은 수도권 규제완화의 중대성을 감안해 전국 광역 시·도지사(수도권 제외)들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수십년간 국가 수출의 최전선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한 영남권이 이 정도라면 투자유치에 목을 매고 있는 다른 지역은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수도권의 빗장이 풀리면 지방에 투자할 계획이었던 국내외 기업들도 보류하거나 기피현상이 심해져 갈 것은 뻔한 이치여서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철폐하라’는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이유다.

◆2003년의 데자뷔

43만 구미시민들은 2003년 구미산단의 주력기업이던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뒤 파주시에 대규모 신규투자를 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수도권 규제완화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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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구미시, 구미상공회의소 등 구미지역 경제계는 파급효과 분석, 대책 수립, 반대 입장표명 등으로 사실상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구미지역 경제계는 수도권 규제완화 조치 이후에는 수도권으로 이전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신규투자와 재투자를 꺼리는 등 지역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이 밀려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구미경제에 필연적 함수관계로 작용하게 된다는 우려가 여기에 있다.

현재 추진중인 구미산단 1단지 구조고도화 사업 및 재생사업은 물론 한창 조성중인 제5단지와 4단지 확장단지 개발에는 기업유치가 필수다.

하지만 수도권 규제완화가 이뤄지면 구미산단에 대기업 유치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기존 입주업체마저 수도권으로 이전이 가능해 구미산단은 알맹이 없는 깡통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미경실련은 지난 15일 ‘수도권규제완화는 세종시와 혁신도시 가시화 이후 대응논리를 만들어 반대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비수도권 국민들을 공포정치의 상징인 단두대에 올려 심판을 받아야 할 정도로 국가발전에 죄를 지었단 말인가. ‘규제 기요틴(단두대) 민관합동회의’라는 불쾌한 명칭부터 당장 바꾸라”고 주장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는 지방과 수도권의 경제 기반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국가 전체의 경쟁력 확보차원의 균형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선(先)지방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은 반드시 뒤따라야 하고, 자본과 경제논리가 아닌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백종현기자 baek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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