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선거 개입’ 벌금형에 솜방망이 논란

  • 백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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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26 07:30  |  수정 2015-01-26 07:30  |  발행일 2015-01-26 제7면
檢, 선관위와 위반 조항 입장차…공직법상 강화된 처벌 적용않아
법원, 90만원 판결…2명 職유지
“선거개입 허가한 셈” 비난여론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의 선거운동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2명에 대해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내려진 것(영남일보 1월24일자 6면 보도)에 대해 교육계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전교조와 시민단체는 검찰이 최근 강화된 법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봐주기 판결’이 나왔다며 반발하고 있는 반면, 평생을 헌신한 교원 직위를 유지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는 온정론도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검찰은 공무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에 가담한 전 대구시교육청 과장 L씨(54)와 초등 교감 L씨(여·47)에게 각각 징역 8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23일 있었던 1심 판결(대구지법 제11형사부)에서는 모두 ‘벌금형’이 내려졌다. 이들은 90만원의 판결을 받아 공무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선거개입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은 공무원은 직을 잃게 된다. 나머지 일반인 2명도 벌금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부는 “선거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 선거운동을 한 것 자체만으로도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주도적이지 않았던 점과 그동안 교육 발전을 위해 이바지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적용한 법 조항이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처벌하기 위해 제85조 및 제86조를 두고 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2월 개정된 제85조의 경우,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벌금형 하한선이 1천만원이기 때문에 공무원 2명에 대한 유죄가 인정되면, ‘공무원 선거 개입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사법당국의 취지와도 맞아떨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의 문제 인식도 이와 같았다.

대구시선관위는 지난해 5월,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한 공무원 등 4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들이 공직선거법 제85조와 제86조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선관위의 고발 내용과 다르게 공직선거법 제86조만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공무원 등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관련 법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도록 ‘허가 도장’을 찍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 대구지부와 대구지역 30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대구교육감 불법선거 수사촉구 공동행동’은 26일 대구지법 앞에서 법원을 규탄하고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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