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왕따 딛고 대학합격…무료 공부방의 작은 기적

  • 전영혜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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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5   |  발행일 2015-02-25 제12면   |  수정 2015-02-25
20150225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은 부모님과 어린 동생들, 일반계 고교에 진학할 수 없었던 낮은 성적, 나쁜 친구들의 괴롭힘까지 받아야 했던 여고생 A양이 장학금을 받고 대학입학을 앞두고 있다.

A양은 대구시 수성구 한 영세민 임대아파트에서 두 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 혼자 벌어 빚을 갚으며 생활해야 하는 형편이라 사교육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A양은 종교단체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방과후 공부방에서 부족한 공부를 보충했다. 동주민센터에서 파견 나온 멘토 봉사자가 일주일에 한번씩 부족한 학업을 지도해주었다. 성적이 낮아 인문계고에 진학할 수 없었던 A양이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데는 공부방 봉사자였던 송해림씨의 역할이 컸다.


인문계高 진학못한 여학생
멘토 송해림씨 만나 자신감

동그라미 그리며 반복학습
고 3때 전교 2등 성적 쑥쑥
장학금 받고 대학 門 열어


고교 진학 후 학업에 대한 의욕이 앞서 수업시간에 질문이 많았던 A양은 성적이 나쁜데도 질문이 많다며 몇몇 반 친구의 놀림과 괴롭힘을 받았다. 돈을 빌려가서 돌려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A양이 하는 모든 행동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이런 괴롭힘은 2년 넘게 지속됐다.

이런 A양에게 송씨는 “열심히 하니 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잘하면 시샘도 못할 것”이라며 A양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웠다.

또 “그 아이들에게 휩쓸리면 정말 따돌림을 당하는 게 된다. 휩쓸리지 않으면 따돌림이 안 된다”며 따뜻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송씨의 소개로 알게 된 김수영 작가의 책 ‘멈추지마 다시 꿈부터 써 봐’와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도 큰 도움이 됐다. A양은 “2권의 책을 두번씩 읽었어요. 이 사람의 삶을 읽으니 제 삶은 아무것도 아니었어요”라며 “힘들 때마다 이 책을 펴봤다”고 말했다.

A양의 공부방법은 간단했다. “동그라미 열 개를 그려놓고 교과서를 한번 읽을 때마다 표시를 했어요. 모르던 부분도 자꾸 읽다보니 이해가 되고, 저절로 외워지기도 했어요.”

이렇게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자 자신감을 얻은 A양은 조금씩 성적이 올랐고 다양한 상을 받기 시작했다. 독서·삶쓰기 대회, 실용영어 경시대회 등에서 여러 번 우수상을, 봉사상과 성적우수상 등도 받았다. 고3 때는 전교 석차 2위에 올랐고 대입 수시모집에 응시해 3개 대학에 합격했다. 그중 적성과 비전을 따지고 장학금까지 주는 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했다.

“그 친구들을 원망하지 않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저를 괴롭힌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한 거 같아요”라고 말하는 A양은 벌써 큰 나무와 같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전영혜 시민기자 yhjun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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