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나무처럼…사람도 自然에 뿌리내리고 살아야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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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8   |  발행일 2015-02-28 제17면   |  수정 2015-02-28
원형 지키며 기발한 생각 더한
건축 거장 등의 집 50여채 소개
“당신은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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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폴링워터’(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작). 폭포와 바위의 위치, 수목의 종류 등을 상세하게 관찰하고 터의 형태를 꼼꼼히 조사해 설계한 집이다. <다비치 제공>

집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으며 억지로 꾸미지 않는 행동·상황·분위기를 말할 때 ‘자연스럽다’고 한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을 닮아 있다는 의미다. 아주 오랜 옛날의 집은 자연 그 자체였다.

인간의 집은 새 둥지, 땅속 개미굴과 다를 바 없었다. 거친 환경을 피해 몸뚱이를 지키고 종족을 이어가기 위해 좀 더 안정된 공간을 고안하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달라졌더라도 집의 근본적인 가치와 역할은 변할 수 없다. 즉 우리의 집은 먹고 자고 생활하기에 안락한 보금자리여야 한다.

이러한 ‘집의 원형’을 간직한 집은 오래 간다.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서 뿌리내리고 자라난 나무와 풀처럼, 자연스레 그러했고 마땅히 그러해야 하는 집으로서의 기본 바탕이 다져져 있기 때문이다.

한 칸 누옥이든 99칸 저택이든, 좋은 집은 집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좋은 집에서는 바깥세상의 소란스러움을 잊고 긴장을 누그러뜨린 채 우리 자신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이 강조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집’이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말은 집이 갖추어야 할 기본 원칙을 되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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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갤러리가 있는 집’(하야시 마사코 작). 콘크리트 지붕과 투명한 유리 입구의 홀이 이루는 대비가 인상적이다. <다비치 제공>

이 책은 세상 곳곳의 좋은 집 50여채를 소개하고 있다. 이 집들은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호주, 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그리고 목조, 철근콘크리트조, 벽돌조 등 다양한 자재와 외형, 내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얼핏 보면 이 집 저 집을 그저 나열해둔 듯하다. 그러나 모두 ‘집의 원형’이라는 탄탄한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 집들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밀착되고 주위 환경과 어우러져 억지스러운 데가 없다.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 사람과 더불어 나이를 먹으며 조용히 숨 쉬다가 언젠가 소멸해 자연으로 돌아갈 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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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집, 집. - 나카야마 시게노부 외 지음/ 김은진 옮김/ 다비치/ 160쪽/ 2만원

집을 지은 사람은 윌리엄 모리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 르코르뷔지에, 헤릿 리트벨트, 알바르 알토, 루이스 칸 등 거장 건축가이기도 하고,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전통과 지혜를 몸으로 익힌 익명의 보통 사람이기도 하다. 이들은 모두 집의 기본을 지키는 가운데 혁신적인 생각과 기술을 더해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 집을 지었다. 원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집,집,집.’은 화려한 듯하면서도 따뜻하고 친근하다. 길고 장황한 설명 글이나 사진 대신 각 집의 겉모습과 구조, 실내 장식 등을 일러스트로 그려 이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마다 응축되어 있는 건축가의 계획과 의도, 건축과 관련된 전문적 내용을 일반인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또 집을 직접 방문해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듯해 그 집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떠한 느낌일지 상상할 수 있게 한다.

자연에서 시작된 집의 역사에서부터 각기 기후 환경이나 문화적 조건에 맞추어 발달한 집, 거장의 이름난 집을 두루 살펴보는 동안 ‘나는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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