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청춘의 인권 情談…희망을 마주하다

  • 김은경
  • |
  • 입력 2015-04-18   |  발행일 2015-04-18 제17면   |  수정 2015-04-18
남북 청춘, 인권을 말하다
대구에서 만난 6명의 대학생
9개월간 솔직한 대화 나누며
편견없이 보고 마음 열게 돼
“서로를 이해…그것이 희망”
20150418
대구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북한이탈주민 대학생과 남한 대학생, 편집진 등이 ‘인권’이라는 주제를 놓고, 토론하고 소통하며 나눈 성과물을 정리했다. 9개월여에 걸친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서 이들이 찾은 것은 ‘희망’이었다. <한티재 제공>
20150418
토닥토닥출판모임 기획/ 허다연 외 지음/ 한티재/ 256쪽/ 1만4천원

‘남북통일’이라는 절대적인 명제 앞에서, 통일을 성사시킬 수 있는 중요한 한 축은 남북의 청년들이다. 양측의 청년들이 반목하고 적대시하는 현재의 남북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은 성공적인 통일을 이루기 위한 첫 단계일 것이다. 이 책은 남북의 청년들이 ‘인권’이라는 주제 아래 지속적인 만남을 가지고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소통하는 과정을 담은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을 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더나은세상을위한공감’은 지난해 북한이탈주민 대학생과 남한 출신 대학생들이 인권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책은 대구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남북 출신 청년들이 인권을 고민하고, 열띤 토론을 하며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결과를 담았다.

프로젝트는 세 명의 북한 출신과 세 명의 남한 출신 젊은이, 여기에 몇몇 진행 요원을 겸한 매개자들이 ‘인권’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가치를 고민하면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강고한 분단 때문에 서로 교감하지 못해 왔던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모여 인권을 고민한다는 발상이 새롭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남한 주민과 북한 출신 주민의 만남이나 접촉을 분석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남과 북을 반대항으로 단순화하여 설정한 후 서로를 알아가는 것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남과 북의 젊은이가 인권이라는 같은 목표를 바라보면서, 서로간의 차이와 유사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어 차별화된다.

특히 남과 북을 다루는 대개의 책들이 우월하고 잘 사는 남한이 덜 떨어지고 못사는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서, 또는 소수의 북한 사람이 자신들의 문화나 습성을 다수인 남한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에 급급했으나 이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출신 지역 혹은 현재의 경제적 지위에 따른 서열이나 권력 관계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음이 남다르다.

남한 출신 젊은이들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자신과 다른 북한 젊은이들을 만나고 이들과 함께 인권이라는, 인간으로서 응당 누려야 하는 가치를 함께 찾아가는 여정에 사뭇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들에게 인권문제를 고민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북한 출신 젊은이들과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의미했다. 양측의 젊은이들은 여성, 이주노동자, 아동청소년, 군인, 성소수자, 장애인 인권에 대해 이야기 나눴으며, 글을 쓰기도 했다.

군 생활에서 경험했던 내재된 폭력, 즉 분단된 국가에서 남자라면 모두 가야 하는 군대라는 사회 구조로 인해 한국 사회가 일상에서의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으며, 여성의 사회진출을 장려하지만 동시에 가사와 노동을 모두 해내는 슈퍼맘이 되기를 강요하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지만 조신하고 정숙한 여성에 대한 환상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과 북이 비슷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북한 출신 청년들은 북한에서 살았던 어린 시절과 북한을 빠져 나와 대구에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초반에 항상 타인을 경계했던 북한 출신 참여자는 모임 초기에는 마음을 열지 못하다가 점차적으로 남한 참여자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9개월의 여정을 마쳤을 때 양측의 젊은이들이 찾은 것은 ‘희망’이었다.

최완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는 “이 책을 읽으며 오랫동안 잊었던 희망을 다시 마주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는 열정적인 사람들, 서로를 믿고 바꿔 가려는 청년들, 그리고 그들이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사회단체, 이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에서의 작은 울림이 바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희망일 것”이라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남과 북의 청년들, 그 안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사람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