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세계 음식을 찾아서 (7)일본 3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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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4   |  발행일 2015-04-24 제41면   |  수정 2015-04-24
단팥빵, 서양빵·동양 만두의 결합…통단팥빵엔 겨자씨, 팥앙금빵엔 참깨 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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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은 일본에서 유래했다.1869년 도쿄의 첫 제과점인 ‘기무라야’에서 일본의 첫 단팥빵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단팥빵에 깨를 올린 것은 단팥소가 통단팥인지 거피한 앙금단팥인가를 구분하기 위해 올려졌다. 통단팥에는 겨자, 팥앙금에는 참깨를 뿌렸다. 사진은 신천동 단팥 전문 ‘태곤이네’ 단팥빵.


단팥빵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찐빵과 붕어빵의 유래부터 챙겨야 한다. 찐빵은 만두의 변화구이다. 만두의 소에 단팥을 넣은 이유는 뭘까? 일부에서는 찐빵을 한국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일본에서 유래했다. 찐빵은 중국 만두가 일본에 전해지는 과정에서 태어난다. 속설에 따르면 1341년 원나라에 유학을 갔던 일본 승려 류잔(龍山)선사가 귀국하면서 함께 일본으로 온 임정인(林淨因)이란 중국인이 만들었다고 한다. 임정인은 이후 절에서 만두를 빚어 생활했다. 그는 고기 대신 단팥을 넣어 일종의 ‘단팥만두’를 만들었다. 중국식 만두가 대구에서 돼지고기 대신 당면과 부추만 들어간 납작만두로 만들어진 것과 비슷한 변화였다.

신도 사이에서 이 단팥만두가 큰 인기를 끈다. 그 사실이 고무라카미(後村上) 일왕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단팥만두를 맛본 일왕은 임정인에게 궁녀를 아내로 하사한다. 임정인의 단팥만두는 이후 일본의 만주(饅頭), 우리나라에선 찐빵으로 발전하게 된다. 지금도 임정인을 일본 화과자(和菓子)의 시조로 받들고 있다.

임정인이 일본으로 건너가던 1341년. 일본에서는 육식금지령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었다. 그도 고기로 만두소를 만들 수 없었다. 대신 일본인이 좋아하는 단팥을 소로 사용한 것이다. 마치 북한에서 부산으로 피란 온 사람들이 메밀이 귀해 밀가루로 ‘밀면(밀가루 냉면의 준말)’을 만든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임정인 단팥만두는 일본 찐빵의 하나인 ‘나라만주(奈良饅頭)’의 원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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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시대 왕실 조리사였던
기무라 야스베가 단팥빵 개발
단팥빵 가게 ‘기무라야’ 오픈
왕비의 입맛까지 사로잡아
기무라야, 지금도 긴자서 성업

단팥빵 가운데가 쏙 들어간 건
궁중에 공급하는 빵을
일반빵과 구분하기 위해
벚꽃열매를 눌러 얹었기 때문


◆ 붕어빵의 유래

붕어빵은 원래 일본에서 개발됐다. 그런데 정작 일본에는 붕어빵이 없고 비슷하게 생긴 ‘타이야키’가 있다.

‘타이’는 일본말로 도미, 19세기 말에 탄생한다. 타이야키 만드는 법은 한국 붕어빵과 비슷하다. 하지만 모양은 좀 다르다. 타이야키가 조금 더 크고 넙적하다. 도미빵과 비슷한 반열의 빵이 ‘문어풀빵’으로 불리는 타코야키. 일본에서는 노점상보다는 자그마한 체인형 제과점에서 화과자와 함께 팔린다. 한국 붕어빵은 거의 팥앙금이 주종이지만 일본에선 카레, 햄, 마요네즈, 크림, 치즈 등을 넣은 퓨전 스타일이 많다.

일본에선 도미를 귀한 생선으로 취급한 반면, 우린 그 생선을 붕어로 본 것이다. 도미빵은 1930년대에 한국으로 건너온다. 광복 직후 대구에선 붕어빵보다 국화빵 등 풀빵이 더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70년대 이후로 오면서 붕어빵이 전성기를 맞는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붕어빵 만들기가 무척 힘들었다. 직접 반죽과 앙금을 만들어야 하고, 밀가루 반죽이다 보니 한 개 굽고 나서 기름을 발라줘야 잘 들러붙지 않았다. 80년대로 접어들면서 대구 중심가에 계란·땅콩빵 붐이 일어난다.

1998년쯤 노점형 붕어빵에서 ‘기업형 붕어빵 시대’가 열린다. 그 바람이 대구에서 처음 발진된다. 현재 고령군 다산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황금어장식품의 황금잉어다. 기존 붕어빵과 차별화를 선언하고 전국을 석권한다. 전라도 광주 출신 사장 김성치씨는 기존 붕어빵보다 더 많은 팥앙금을 넣었다. 꼬리에서 머리까지 다 팥소가 들어가도록 했다. 그래야 맛도 좋고 모양도 좋다는 걸 안 것이다.

1953년 요미우리 신문에서 도미빵의 꼬리에 팥을 넣는 게 좋은지, 없는 게 좋은지를 놓고 지상논쟁을 벌였다. 유명작가 안도 쓰루오가 불을 댕겼다. 결론은 꼬리에는 팥을 넣지 말라는 쪽으로 내려졌다. 손가락으로 집어 먹기에 좋도록 팥이 없는 것이 더 좋고, 또 몸통에 있는 팥을 먹다가 마지막으로 입가심하려면 역시 팥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었다.

도미빵의 아버지는 오방떡과 비슷한 ‘이마가와야키’. 오방떡은 일본에선 ‘오방야키’라고 한다. ‘오방(大番)’은 에도 시대 때 사용하던 금화. 오방떡은 일명 ‘엽전빵’인 것이다. 오방떡은 일본에서 최초로 빵틀에 반죽을 붓고 동전 찍듯이 구워냈다. 서양의 ‘와플(Waffle)과 비슷하다. 와플은 ‘벌집(Honeycomb)’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인이 맨 먼저 먹기 시작했다. 예전 그리스인이 금속판 사이에 밀가루 반죽을 넣고 구워 먹었다. 13세기 중세 유럽의 장인이 평평하고 밋밋한 금속판의 빵 굽는 기계를 올록볼록한 요철이 있는 벌집 모양으로 개조한다.

미국인이 아침 식사로 와플을 먹게 된 건 1911년 제너럴 일렉트릭(GE)사에서 전동식 와플기계를 출시하면서부터.

◆ 단팥빵의 족보

단팥빵은 서양 빵과 동양 만두의 결합체. 밀가루 반죽에 채소나 고기를 넣고 찐 게 만두다. 채소나 고기 대신 단팥을 넣고 찌면 찐빵이 된다. 그런데 단팥을 넣은 밀가루 반죽을 동양식으로 찌는 대신에 서양식으로 구우면 단팥빵이 된다.

메이지 일왕 시절 왕실 주방 조리사였던 기무라 야스베. 그는 독립해 도쿄 직업훈련소에 취직한다. 그곳에서 네덜란드인의 조리사로 일했던 우메치키라는 사람을 만나 서양빵의 비밀을 전수하게 된다. 기무라는 동양과 서양 빵을 절충한 퓨전빵 연구에 돌입한다. 효모 맛에 길들여지지 않은 일본인을 위해 주정으로 밀가루를 발효시키는 방법을 고안해낸다. 일본 찐빵도 아니고 중국 만두도 아닌, 서양식 빵과도 다른 신개념 단팥빵이 탄생한다.

기무라는 개발자인 우메키치와 1869년 도쿄에 서양식 제과점을 창업한다. 이 빵집이 도쿄의 첫 제과점이다. 하지만 1873년 화재로 전소된다. 기무라는 아들과 함께 이듬해 긴자에서 ‘기무라야(木村屋)’를 오픈한다. 일본 최초 단팥빵 가게였다. 아직도 긴자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 단팥빵 위 참깨의 비밀

단팥빵 위 참깨는 무슨 의미를 갖고 있을까?

이 참깨는 단팥빵 내용물을 암시했다. 단팥도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팥 알갱이가 씹힐 수 있도록 팥을 체로 거르지 않고 통단팥을 넣은 것, 또 다른 건 팥을 체로 걸러서 앙금을 가라앉힌 고운 팥빵이었다. 통단팥 빵에는 겨자씨, 팥앙금 빵에는 참깨를 뿌렸다.

단팥빵이 대중화되는 계기가 있었다.

일왕 때문이다. 단팥빵 창시자 기무라와 메이지 유신을 주도했던 야마오카 뎃슈는 아는 사이였다. 창업한 이듬해 야마오카가 기무라를 찾아온다. 일왕이 벚꽃놀이 행차를 하는데 그의 단팥빵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기무라는 감격했다. 그는 일본풍이 감돌도록 소금에 절인 벚나무 열매를 빵 한가운데에 눌러 얹었다. 현재 단팥빵의 중심부가 조금 내려앉은 이유다. 1875년 4월 메이지 일왕의 식탁에 기무라의 단팥빵이 올라간다. 왕비가 단번에 광팬이 된다. 기무라는 궁중에 자기 빵을 계속 공급할 수 있었다. 기무라는 궁내성 빵과 일반빵을 구분하기 위해 벚꽃 열매를 박기 시작한다.

매년 4월4일은 일본의 단팥빵의 날.

지금도 기무라야에서는 줄을 서야 살 수 있다. 한창때 하루 10만 개 이상을 팔았다고 한다.

이후 단팥빵은 1904년 ‘크림빵’을 낳고 1932년 ‘소보로빵’을 태어나게 한다. 크림빵은 나카무라 제과의 창업자인 소마 아이조란 사람이 개발한다. 부부가 함께 1901년 도쿄대 앞에서 제과점을 연다. 어느 날 슈크림을 본 소마는 그 맛에 깜짝 놀란다. 이 슈크림을 일본인이 좋아하는 빵에 접목시킨 것이다. 소보로는 우리나라에선 ‘곰보빵’으로도 불리는데, 빵 위에 비스킷 반죽을 올려 구워낸 것이다. 빵과 과자를 동시에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 대구 단팥빵 전문‘태곤이네’ …우유 100%·천연발효종·천일염·천연버터·최상급 계란 사용

6년전 문을 연 중구 동인동 공평네거리 근처 지역 첫 팥 전문점 ‘태곤이네’. 팥칼국수, 단팥죽, 동지팥죽, 팥칼잽이, 팥양갱, 팥빙수 등을 판다. 재차 청구고 근처에 단팥빵 전문점을 연다. 팥 전문가 김태곤씨(38)와 제과장 조규승씨(38)와 합작품. 중국산 팥빵에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정통 단팥빵, 크림단팥빵, 소보로단팥빵, 호두통단팥빵, 크림치즈단팥빵 등 6가지를 낸다. 유기농 밀가루와 영주 팥만 사용한다. 반죽은 3일 숙성, 단팥은 이틀간 만든다. 물없이 우유 100%에 천연발효종, 천일염, 천연버터, 최상급 계란을 섞는다. 단팥빵은 개당 2천원. (053)753-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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